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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지 않음으로 드러내는: 칸디다 회퍼 개인전 <RENASCENCE>

exhibition 유효상 학생기자 2024.06.17


Neue Nationalgalerie Berlin XVII 2021, Inkjet print (Image: 180 x 250cm). 자료제공 국제갤러리​ / ©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1

 

칸디다 회퍼의 개인전이 국제갤러리 2관에서 5월 23일부터 7월 28일까지 진행 중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사진가인 회퍼는 지난 50여 년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공적인 장소, 특히 인간이 부재한 건축의 내부를 정교한 구도와 디테일로 포착해왔다. 공간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담기 위해 촬영시 다른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인위적인 후보정을 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지켜온 원칙이자 전제였다. 2020년 부산 전시 이후 4년 만에 한국에서 선보인 이번 개인전은 팬데믹 기간 동안 리노베이션을 거친 건축물과 과거에 작업했던 장소를 재방문해 작업한 사진 열네 점을 선보인다.

‘다시 태어나다(RENASCENCE)’라는 뜻의 제목처럼, 회퍼는 이번 전시에서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도서관 등 공공 건물의 리노베이션 전과 후를 포착하고 기념비적 건축물의 보존과 재생, 나아가 팬데믹 기간 단절됐던 공공 영역의 회복을 작업의 화두로 삼았다. 파리의 16~17세기 저택 두 곳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카르나발레 박물관에서 회퍼는 리노베이션(2016~2021)을 마치고 개장하기 직전이었던 2020년 촬영한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복원된 벽화가 설치된 공간과 새로 설치된 계단을 촬영한 회퍼의 사진은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국제적 규모로의 확장’이라는 상반된 두 목표 사이에서 나타난 내부 공간의 변화에 주목했다. 한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의 리노베이션 이후 모습도 전시됐다. 회퍼는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지휘 아래 ‘최소한의 개입’이라는 원칙에 따라 재정비를 마친 직후(2021)에 이곳을 방문해 달라진 주변 풍경과 복원에 참여한 작업자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2001년 촬영했던 스위스의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 도서관을 팬데믹 기간에 재방문해 작업한 ‘Stiftsbibliothek St. Gallen 2021’ 연작도 소개됐다. 기존 작업이 정교한 프레스코화와 로코코식 몰딩이 장식된 천장, 방문객의 모습이 담긴 아름다운 실내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작업은 팬데믹으로 사람이 부재하는, 즉 인간의 교류가 멈춘 사회의 시공간을 역설적으로 담아낸다. 극장과 도서관, 박물관 등 사람이 주인공인 문화적 장소에 축적된 시간과 사회의 변화를 통해 ‘공간의 초상’을 담고자 했던 회퍼의 작업은 과거의 편린과 현대의 보존, 지속될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영속되는 시간성을 드러낸다.


칸디다 회퍼와 전시장 전경​ ©방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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