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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부터 가나까지, 해외 건축 전시 모아보기

exhibition 조응철 기자 2024.09.25


「SPACE(공간)」 2024년 9월호 (통권 682호)

 

비엔나 건축센터의 <투우어리즘(Toourism)>은 과도한 관광이 건축에 미치는 영향을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전시다. 개별 건물의 본질을 보여주는 스케치, 도면, 모형보다는, 언뜻 건축과 관련 없어 보이는 풍경 사진, 표, 텍스트가 주를 이루는 이유다. 단기 여행을 선호하는 관광 트렌드가 더 많은 탄소배출로 이어진다는 관찰은 다른 전시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내용이다. 다만, 단기 임대 플랫폼과 지역 부동산 시장, 레저 산업과 농촌 경제의 복잡한 역학관계까지 분석하는 대목에 이르면 <투우어리즘>이 건축사회학적 층위에서 시사점을 던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건축의 ‘사회적 차원’에 초점을 두는 비엔나 건축센터다운 전시다.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M+, Hong Kong / ©Lok Cheng 

 

홍콩 M+ 뮤지엄은 이오 밍 페이의 회고전 을 개최 중이다. 전시장 한가운데 페이의 루브르 피라미드를 재현한 철제 구조물이 솟아 있어 그에 중적인 인식을 재생산하는 듯 보인다. 페이의 삶을 다문화성, 공공성, 기술혁신, 전통의 관점에서 풀어낸 섹션도 크게 새로운 관점은 아니다. 건축 큐레이팅 관점에서 유의미한 시도가 있다면 상업 프로젝트에 대한 건축계의 편견을 반성하며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페이의 부동산 및 도시개발 작업을 조명하는 섹션이다. 정치력과 행운, 끈기를 통해 힘 있는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페이의 ‘외교수완’을 보여주는 섹션도 새롭다. 

 

<열대 모더니즘: 건축과 독립>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영미권에서는 지역성에 방점을 둔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먼저 미국 워싱턴 D.C. 국립건축박물관의 <캐피탈 브루탈리즘>이다. 냉전 시대를 상징하는 건축 양식으로 알려진 브루탈리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진영을 가리지 않고 확산됐다. <캐피탈 브루탈리즘>은 이른바 ‘자유진영’의 중심 워싱턴 D.C.에 만들어진 브루탈리즘 건축물 일곱 점을 조명한다. 보건복지부, FBI 같은 정부조직부터 미술관까지, 다양한 기관을 수용하는 워싱턴 D.C.의 브루탈리즘 건물은 시민들 사이에서 논쟁적인 존재다. 일각에서는 흉물이라 하고, 일각에서는 건축유산이라 한다. 공동 큐레이터 안젤라 퍼슨, 타이 콜은 말한다. 좋든 싫든, “가장 지속가능한 건물”은 “지금 존재하고 있는 건물”이라고. 타이 콜은 사진가로도 전시에 참여했다. 육중한 브루탈리즘 건물에 서정성을 부여해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건축 갤러리 런던의 <열대 모더니즘: 건축과 독립>은 또 다른 지역성에서 출발한다. 20세기 초 모더니즘 건축이 유럽을 휩쓸었지만, 영국에서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영국 건축가들이 식민지로 눈길을 돌린 이유다. 독립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공공 건축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서아프리카는 일종의 모더니즘 건축 실험장이 됐다. 이때 얻어진 결과물이 ‘열대 모더니즘’이라 불리는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기존의 ‘식민지 양식’이 억압과 수탈의 상징이었다면, 열대 모더니즘은 현지인들에게 진보와 모더니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특히 인도와 가나의 운동가들이 열대 모더니즘에 독립의 열망을 담았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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