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10월호 (통권 683호)

‘한국 근대건축의 초기 서사(현역 건축가의 시선에서)’ 강연 모습 ©Park Jiyoun
T3 답사 모습 ©Yoon Jeongsu
지난 8월 23일, 19기 「SPACE(공간)」 학생기자의 두 번째 대면 행사인 여름 워크숍이 서울 종로구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황두진(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과 함께 했으며, 점심 식사 후 그의 서촌 사무소 목련원(2011)에서 강연을 듣고, 인근에 있는 그의 두 작품들을 같이 답사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황두진은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에 기반한, ‘한국 근대건축의 초기 서사(현역 건축가의 시선에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역사학자가 아닌 현역 건축가가 바라보는 관점은 다를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 한국 근대건축의 서사에 대해 일제강점기에서부터 핵심적인 인물과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폈다.
그는 개항 이후의 일본을 사례로 들어, 근대 시기를 건축을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분야들이 재편성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한국에서는 건축이 그러한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기에, 다른 학문들과 동등하게 교류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적으로 당시 한반도의 건축 교육이 경성고등공업학교에서만 시행됐고, 정작 유일한 대학 교육기관이었던 경성제국대학교에는 부재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황두진은 이러한 초기 서사의 내막이 건축에 대해 무관심한 현대 한국 사회를 형성했고, 한국 건축계의 여러 퇴행적인 현상들을 초래한 시작점이었음을 역설했다. 여기에는 건축가의 유령화, 주체성 결여로 타 분야에 기대려는 경향, 빈번한 경력 왜곡 및 부정부패, 그리고 메시아적인 존재가 나타나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허황된 믿음 등이 포함된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물에서 사라진 건축가의 ‘이름’ 되찾기, 건축의 독자적인 정체성 및 통합성 회복, 건축가 개인의 기록과 서사에 대한 책임 의식을 앞으로의 과제로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이후에는 답사를 위해 근거리에 위치한 T3(2024)로 향했다. T3는 전형적인 ‘무지개떡 건축’이며, 본 건물 뒤편의 한옥과 안뜰이 특징인 작품이다. 무지개떡 건축은 5층 내외의 규모에서 상층부는 주거, 저층부는 다른 기능을 가지는 건물 유형을 말한다. 황두진은 입면 재료의 선택에 있어 인근의 경복궁 돌담과 인왕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규제로 인해 본래의 세 필지 중 두 곳에 한옥을 올려야 했던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한 곳을 마당으로 비우는 안을 선택해 지금과 같은 공존이 이뤄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밝혔다. 다음으로는 장소를 이동하여 와룡동의 노스테라스(2017)를 답사했다. 2021년 한국건축역사학회 제3회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 작업에는 황두진이 제시한 무지개떡 건축, 다공성과 같은 개념들이 잘 반영되어 있었다. 다공성은 옥상 마당, 테라스 등 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답사는 각각 건축주의 사무실과 거주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상 4층과 5층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5층 테라스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 창덕궁의 모습은 학생기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번 행사는 현시대의 한국 건축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황두진 개인의 건축 세계를 직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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