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8월호 (통권 681호)
‘보이지 않는 선명함과 보이는 흐릿함’ 설치 전경 / Images courtesy of Museum SODA
‘언노운’ 설치 전경 / Images courtesy of Museum SODA
〈Hello, World!_당신의 목소리를 입력하세요〉가 6월 7일 소다미술관 야외 공간에서 개최됐다. 본 전시는 소다미술관이 2020년부터 화성시를 기반으로 펼쳐온 공공예술 프로젝트 ‘도시는 미술관’(「SPACE(공간)」 669호 참고)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Hello, world!’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울 때 처음 접하는 대표적인 예제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인사말과 같다. 이 문구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가져와,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을 향해 발신하는 메시지를 파빌리온에 담겠다는 의도다. 미술관은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 세 팀에게 웹을 통해 수집한 대중들의 목소리를 텍스트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게시대를 의뢰하면서, 조립과 해체가 용이한 철제 가설재(scaffold)로 제작할 것을 요청했다.
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대표 김한중)는 공사장을 옮겨다니며 조립과 해체를 반복하는 가설재의 순환 구조에 착안한다. 작가는 과거의 기억을 덧입으며 도시에서 영구적인 생을 살아가는 가설재의 특성을 살려 ‘보이지 않는 선명함과 보이는 흐릿함’을 제작했다. 개인과 집단의 목소리는 텍스트로 변환되어 각각 수직 구조물과 수평 구조물에 게시되는데, 작가는 ‘모두’, ‘함께’와 같은 문구가 수직 파빌리온에서 선명하게 잘 드러나게 하는 반면, 수평 파빌리온에서는 잘게 파편화되어 잘 읽히지 않도록 대조적으로 연출한다. 이는 개인들이 모인 집합으로 비유된 수직적 구조물에서 집단화된 메시지가 쉽게 공론화되는 반면, 수평 게시대에 담긴 개인의 목소리들은 파편화되어 소멸하는 사회의 단면을 은유한다.
에스오에이피(공동대표 권순엽)의 ‘언노운(Unknown)’은 가설재가 X자 형태로 교차하는 긴 터널 형태의 구조물이다. 파빌리온은 바깥쪽에 설치된 현수막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시대로서 충실하게 기능한다. 한편 구조물 안을 통과할 때는 수직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해 하늘을 바라보며 이동하는 생소한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파빌리온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조물 표면에 게시된 ‘unknown’이란 글자를 식별하기 어려워지지만, 역설적으로 자연을 감각하도록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관점의 시선을 열어준다.
프랙티스(공동대표 안서우, 이시산)는 파빌리온이 설치되는 장소성에 주목한다. ‘숭고한 형상들(Sublimity of Figures)’이 들어선 자연 녹지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주변 아파트 단지와 대비를 이룬다. 관객은 모래밭을 지나 가설재로 만든 벤치를 마주하고, 벤치 너머에 보이는 파빌리온을 향해 울창한 녹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파빌리온의 외벽을 덮은 체인은 자연을 선택적으로 끌어들이며, 체인이 바람에 흔들리며 부딪혀 내는 소리는 장소에 대한 감각을 일깨운다. 산업 재료로 구축된 파빌리온을 통해 자연의 숭고함을 재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가설재의 특성에 기반해 개인과 집단, 도시와 자연의 소통 가능성을 실험한 이번 전시는 9월 7일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전시에 쓰인 가설재들이 다시 조립과 해체를 반복하며 도시에서 생을 이어갈 예정이니, 이들의 메시지가 끝없는 울림이 되어 도시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아닐까.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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