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8월호 (통권 681호)
<바벨의 파편들> 전시 전경 / Image courtesy of Post Territory Ujeongguk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6일까지 탈영역우정국에서 박윤형의 개인전 〈바벨의 파편들〉이 진행됐다. 작가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창작 행위의 특성을 탐색하며 다차원적 예술 개념을 제시해왔다. 이번 전시는 지난 개인전 〈디지털 언더커먼스(Digital Undercommons)〉(2023)에 이어 디자인과 AI의 결합에 관한 논의를 확장한다. 박윤형은 ‘소통은 곧 번역’이라는 관점에서 전통적인 언어를 넘어서는 소통 수단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생성형 AI가 매체 간 번역에 개입하는 방식을 살핀다. 전시는 청각 자극으로 시작된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높고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다. 사람들은 미지의 소리를 따라 걸으며 목재 조형물과 분절된 이미지들, 수백 개의 레이어로 이루어진 입체 벽걸이와 모니터 화면, 스크린 속 영상과 3D 프린팅 조각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전시 말미에 이르면 설치 작품과 그동안 들리던 소리가 모두 하나의 데이터에서 출발한 여러 형태의 ‘번역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이처럼 생성된 결과물을 의도에 맞게 선택하고 편집하며 나열하는 과정을 통해 ‘멀티-디멘셔널 아트(Multi-Dimensional Art)’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AI가 예술 창작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다. 하지만 본 전시가 기술을 통해 다양한 객체에 대한 해석과 소통의 영역이 확장되는 현상을 적확하게 포착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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