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어느 정도 보편화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1인 주거’나 ‘모듈러 건축’을 다룬 책이 생각보다 시중에 많지 않다. 둘의 조합을 다루는 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벽과 벽』이 ‘1인 주거를 품은 모듈러’라는 부제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이유다. 『벽과 벽』은 용인 동천동에 위치한 두 동 짜리 건물을 소개한다. 겉모습만 보면 ‘일반적인 오피스텔’ 같지만, 속을 뜯어 보면 여러모로 궁금증이 일어나는 건물이다. 새로운 형태의 1인 주거를 실험하는 커뮤니티하우스이자, 선박용 모듈을 콘크리트 골조에 끼워넣는 독특한 모듈러 공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벽과 벽』 1부는 1인 주거에 진심인 건축가 김윤수(바운더리스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궤적을 보여준다. 학창 시절의 급진적 프로젝트 ‘보편적 주거의 해부’ 이후 셰어하우스 운영부터 일본 답사까지 부단히 현실과 부딪히면서 1인 주거에 대한 구상을 키워왔다. 2부에서는 건축가의 관점이 아니라, 건축주와 협업자의 관점을 전한다. IT 전문가로 주거 사업에 뛰어든 건축주, 군용 침투선 전문가인 선실 제작업체 대표, 공유주택 개발에서 소명을 찾은 사회적 기업가, 모두 커뮤니티하우스 못지 않게 비범하다. 프로젝트 ‘구상’ 단계에서 품었던 비전을 기록한 1부와, 프로젝트가 ‘구현’된 후의 소회를 풀어낸 2부 모두 재미있게 읽히는 이유다.
다만 있어야 할 무언가가 빠진 듯한 느낌도 있다. 이를테면 1부는 공용 공간의 “세심한 기획”에 대한 건축가의 고심을 언급하지만, 뒤에서 커뮤니티하우스의 공용 공간에 대한 설명이나 사진은 나오지 않는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의 실험이 “경제적 대안”이자 “수익 극대화”를 위한 모색이었다고 말한다. 커뮤니티하우스에 모듈러를 도입한 이유도 단가를 낮추고 “금융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부 건축주 인터뷰에 의하면 커뮤니티하우스 공사 비용은 “비슷한 규모의 시설”에 비해 “꽤 소요”되었으며, 사업성 관점에서는 “실패”였다. 모듈 제작업체 대표는 전체 비용이 일반 습식 공사와 “거의 유사”하다고 한다. 계획과 현실의 간극을 얼버무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점은 분명 『벽과 벽』이 지닌 미덕이다. 하지만 그 간극에 대한 설명이나 평가가 부재하는 점은 일면 모듈러 공법의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배관의 정교한 연결이 모듈과 골조의 완성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김윤수 지음
바이블랭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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