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이론 비평지 「건축평단」이 2020년 겨울호(통권24호)를 끝으로 멈춰선 지 4년만에 활동을 재개한다. 새로운 발행처 제대로랩의 지원 아래 변화와 내실을 꾀하면서도「건축평단」이 그동안 지향해온 문제의식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 복간호(통권25호)는 비평의 자리를 다시 마련한다는 의미로 4인의 비평가가 현재 건축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건축가와 비평가, 이론가 등 7인을 차례로 인터뷰하는 특집을 '기획'으로 선보인다. 인터뷰는 비평의 대상에 관한 논의로부터 우리 시대의 건축에 관한 담론에 이르기까지, 건축 비평에 대한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솔직한 생각을 생생하게 전한다. 박정현(미로 편집장)은 한국 건축 비평이 건축가 해설이나 신작 소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확장된 건축 글쓰기의 필요성을 알렸다. 이어서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은 건축물을 특정한 대상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닌 행위자, 사물, 현상의 관계망에 속한 것으로 인식해야 하며 확장된 방식으로 사물을 다룰 수 있는 매체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섭(고려대학교 교수)은 역사학자이자 비평가로서 객관적 기술과 비판적 사유 사이에서 자신이 견지해온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였고 이종건(작가,「건축평단」 초대 편집인)은 비평가로서 생각의 변화 그리고 한국 건축과 비평에 대한 현재적 이해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건축가 서재원(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은 비평가가 작품의 부정적인 면을 들추는 대신 건축가 자신도 몰랐던 의미와 효과를 읽어줄 것을 요청하면서 건축가들 또한 자기건축에 대한 윤리를 확보할 것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인 이희준(canon vision 공동대표)과 최나욱(「건축평단」 학생건축비평상 당선자)의 생각을 따라가 봄으로써, 상징의 세계 속에서 건축이 갖게 될 새로운 가능성에 관해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건축 비평을 다룬 ‘기획’ 외에도 기존의 형식을 유지한 섹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키텍처’에서는 장애 아동에게 좋은 세상은 모든 이들에게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건축으로 보여준 코어건축사사무소(유종수, 김빈 공동대표)의 서울서진학교를, ‘영아키텍처 크리틱’에서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간의 순간들을 만드는 젊은 건축가 이기철(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작업들을 담았다. 그리고 어느덧 중견 건축가로 성장한 네임리스건축(나은중, 유소래 공동대표)의 지난 15년간의 작업들을 한 판에 늘어놓고 읽어보는 섹션 ‘건축(들)이 움직인다’를 마련했다. 이밖에 ‘서평’에서는 케네스 프램튼의 『현대건축: 비판적 역사』 개정증보판을 소개하며, 마지막 ‘연재’에서는 건축 비평가 송종열이 건축 비평에 관한 메타적 논의를 다루는 글을 이어갈 예정이다. 비평의 토대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매체의 귀환이 세대와 영역을 아우르는 실천적 논의의 장으로 확장되길 기대한다.
김인성, 김현섭, 남소영, 박영태, 박정현, 백승한, 송종열, 이경창, 임성훈, 정만영, 지정우, 현명석 지음
제대로랩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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