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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와 건축의 관계성을 질문하다: <공예로 짓는 집>

exhibition 진윤수 학생기자 2025.01.09


「SPACE(공간)」 2024년 1월호 (통권 686호) 

 

공예로 지은 집 설치 전경 ©Jin Yoonsoo 

 

‘Op’ 시리즈와 ‘Solid Mirage’(2024) 설치 전경 / Image courtesy of Seoul Museum of Craft Art​

 

서울공예박물관이 선보이는 <공예로 짓는 집>은 문, 바닥, 기둥, 벽, 보, 창문, 지붕이라는 건축 요소를 공예적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전시는 금민정의 ‘비디오 조각’으로 시작된다. 콘크리트와 자연, 실제 자연과 상상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The Imaginary Way’(2024)를 지나며 관람객은 현재와 과거, 실재와 가상이 공존하는 공간에 몰입하게 된다. 

 

그 몰입의 발걸음을 지지하는 바닥에 김건수는 고인돌을 모티브로 오래된 돌과 디지털로 복제된 오브제를 쌓아냈다. ‘돌은 물을 먹어야 제 색깔을 드러낸다’고 말하는 이영학은 ‘물확’ 시리즈로 정원 공간을 연출했다. ‘물확’은 한국 전통 절구 구멍인 확(確)에서 영감을 받아 집터 둘레석이나 주춧돌에 정과 망치로 ㄱ자, 창문, 미로 등의 모양을 만든 후 여기에 물, 이끼, 풀을 더한 작업이다. 

 

기둥 섹션에서 손신규는 인위적 가공을 최소화한 목재 기둥과 대량생산되는 스테인리스스틸을 결합하여 물성의 강렬한 대비를 유도한 연작 ‘분절(Split)’을 선보인다. 재료의 정체성을 강조한 손신규에 이어, 스튜디오 신유는 벽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기둥의 정체성을 기념비적 성격의 조형물로 드러냈다. 

 

강석영은 박물관 벽면 자체에 2천여 개의 백색 도자를 붙여 질감의 다양성을 보였고, 유상덕은 기계의 정확성과 유약의 가변성이 결합된 여러 색감의 벽을 제시했다. 한편 전통 벽은 작가의 의도에 의해 새롭게 완성되기도 했다. 유남권은 조형물에 각각 다른 농도의 옻칠된 종이를 감싸 새로운 형태의 벽을 쌓아냈다. 공예가의 시선으로 쌓인 벽은 옻칠만큼이나 다채롭게 느껴진다. 공간 차폐와 동시에 개방감을 주는 가변적 벽을 엮어낸 조대용의 ‘쌍희자 무늬 발’과 ‘집을 지을 때도, 섬유를 지을 때도 설계도가 필요하다’며 건축과 공예의 교차점에 주목한 차승언의 ‘설계도’(2024)도 확인할 수 있다. 

 

창 유리의 두께감과 빛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순간을 담아낸 이규홍의 ‘The Light’(2024), 그리고 이현정의 아트퍼니처는 전시관의 창에 공예적 아름다움을 더한다. 

 

지붕 섹션에서는 김창대 국가무형유산 제와장의 전통 기와와 류종대가 디지털(3D 프린팅) 기법으로 만들어낸 기와를 대조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지붕 양식은 보호와 안전이라는 기능적 요소와 공예적 요소가 함께 어우러지며 발전해왔다. 특히 류종대가 제안하는 공예로 지은 집은 공예가 건축에 활용되는 것을 넘어 하나의 건축이 된 사례로 건축과 공예의 새로운 만남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보 섹션에서 마승범(스튜디오 SMA 대표)은 ‘Op’ 시리즈(2024)를 선보인다. 보, 기둥, 그리고 수평판은 수공예적 반복과 전통 목구조의 방식으로 조립되어 구조적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미학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를 90도 회전하면 기둥’이 되는 것처럼 관람자의 시선과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그의 작품은 건축과 공예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외에도, 참여작가 15인의 문고리에 대한 독창적 해석이 담긴 공동 프로젝트와 한국 건축 역사 속 공예 아카이브 섹션이 마련돼 있다. 이번 전시는 3월 9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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