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1월호 (통권 686호)

<건축의 장면> 전시 전경 ©Kim Bokyoung
‘로맨스 오브 시스템즈’ 스틸 컷 ©MOS Architects / Image courtesy of Seoul Museum of Art
시간예술인 영상의 입장에서 바라본 공간예술로서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전시 <건축의 장면>을 기획한 방소연(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은 유명 건축물이나 건축가에 대한 영상이 아닌, 건축가 혹은 미술가가 건축에 관해 만든 영상을 모았다. 건축을 SNS, 영화, 드라마 등의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태도로 주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동선을 유도하는 화살표를 따라 전시장에 들어서면 ㄱ자 벽에 걸려 있는 모니터에서 건축 모형과 모형의 창문, 굴뚝 등의 요소를 배경으로 두 건축가의 대화가 흘러나온다. 뉴욕 기반의 건축 스튜디오인 모스 아키텍츠(공동대표 힐러리 샘플, 마이클 메리디스)의 ‘로맨스 오브 시스템즈’(2010)다. 영상 속의 극단적 형식주의자와 극단적 실용주의자로 보이는 두 건축가는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대화의 내용과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건축적 형태들의 영상은 크고 반짝이는 건축물을 짓는 일보다도 건축을 둘러싼 사유에 집중하며 건축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모스 아키텍츠의 건축적 태도를 드러낸다.
배경과 이질적인 내레이션이 흐르는 작품이 또 있다. 박선민의 ‘버섯의 건축’(2019)이다. 2017년 제주 곶자왈에서 찍은 숲속의 버섯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영상에 국내외 건축가 열세 명의 내레이션을 입혔다. 미시 세계의 시각으로 바라본 버섯과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 두 대상을 하나는 시각적으로, 하나는 청각적으로 함께 병치한 것이다. 이러한 낯선 조화는 버섯을 건축물의 은유로 보거나, 건축물과 자연의 순환 구조를 연결 짓는 단순한 해석에서부터 더 다층적이고 시적인 사유와 감각까지 관람객을 관습적 시선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
전시장 한쪽에는 신축 현장을 기록한 영상을 재구성한 박준범의 ‘마름모 도는 평행사변형’(2018~2023)과 이윤석(브이에이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39일간의 철거기록: 청파동 굴뚝건물’(2021)이 나란히 놓여 있다. 신축 현장과 철거 현장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 건축물의 수명이 겨우 30년인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건너편 방에는 홍범과 보비스투 스튜디오의 작업이 각각 자리하고 있다. 두 작가는 모두 가상공간을 다룬다. ‘공간은 기억의 저장소’라고 말하는 홍범은 ‘순간 #1’(2024)에서 개인적인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공간을 재료로 구축해 어딘가 익숙하지만 조금 다른 가상공간을 제시한다. 반대로 보비스투 스튜디오는 ‘룬트마할 어라운드’(2022)라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만들었다. 환상적인 색감의 중력 없는 가상 묘지는 죽음이라는 개념에 초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인 정서를 더해준다. 이처럼 보비스투 스튜디오는 건축적 물성을 비물질의 세계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통해 가상공간이 새로운 기억과 경험을 더할 수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 작가인 베카&르무안의 ‘오슬라비아-‘과거의 미래가 잠자는 동굴’’(2021)과 일곱 개의 영상으로 구성되어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키는 나나와 펠릭스의 ‘하천가’(2022~2024)가 소개됐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6월 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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