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11월호 (통권 684호)
마츠무라 준 ©Kyung Hansu
로컬스티치 서교 크리에이티브 타운 지하 1층에 전시된 『건축하지 않는 건축가』 ©Kyung Hansu
지난 9월 22일, 로컬스티치 서교 크리에이티브 타운에서 ‘탈건의 시대, 건축가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라는 제목으로 『건축하지 않는 건축가』의 저자 마츠무라 준과 함께하는 북토크가 진행됐다. 스스로를 “건축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사회학자”라고 소개한 마츠무라는 실제로 건축학을 전공해 2급 건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회학 박사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건축을 주제로 하는 사회학 연구가 많이 없다는 데 착안해 스스로 개척하기 시작한 건축사회학이라는 분야를 확립하려 노력 중이다. 행사는 마츠무라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통역은 이 책의 기획, 번역을 맡은 민성휘(「SPACE(공간)」 681호 참고)가 담당했다. 마츠무라는 건축가를 설계를 하고 건물을 짓는 사람이라고 단순히 정의할 수 없다며 사회학의 관점에서 건축가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를 설명했다. 먼저 『건축하지 않는 건축가』에서 원용된 아비투스▼1, 계▼2, 자본▼3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계’를 일종의 게임, ‘아비투스’를 각각의 계마다 적용되는 규칙, ‘자본’을 게임에서 득점한 점수로 비유했다. 대학의 건축학과는 건축가계라는 게임의 규칙을 배우는 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득점해야, 즉 탁월화에 성공해야 건축가가 될 수 있다. 건축사 자격증이 있다고 건축가가 될 수는 없다. 건축가로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건축가라고 칭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축가라는 직함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유명세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일본의 건축가계에서 탁월화에 성공한 건축가들의 성공 전략을 소개했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 이토 도요의 알루미늄, 투명한 건축, 사나의 가벼운 건축과 같이 잘 알려진 기성세대 건축가들부터, 전문학교 출신으로 학력이라는 자본이 없었지만 기업가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워 유명 건축가 반열에 오른 다니지리 마코토, 축구선수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 중인 다네 츠요시, 사우나 작업에서부터 유명해진 나가사카 조, ‘사랑받는 건축’을 추구하며 유명 일본 건축가들의 계보를 잇고 있는 오니시 마키 등 젊은 건축가들까지. 이들의 탁월화 전략을 살핌으로써 건축가계라는 게임의 규칙 습득이 건축가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자원이나, 탁월화 전략 등으로 언제나 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전에는 전후 국가의 재건을 위해 건축가는 거대 건축, 상징적 건축의 설계를 요구받았지만, 이제는 신축 작업도 많이 없고, 오히려 빈집이 늘어나고 있으니 리노베이션, 마을 만들기 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이후 이어진 북토크에는 조성익(홍익대학교 교수), 김수민(로컬스티치 대표), 정성규(CAC 공동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조성익은 이미 프리츠커 수상자를 여덟 번이나 배출한 일본의 상황과는 다르게 한국의 건축가계에서는 기존 건축가의 직능을 해체하고 넓히는 것에 더해 전통적인 ‘엘리트’ 건축가를 배출해야 하는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하나의 대학 교육과정에서 이러한 다른 성격의 건축가를 어떻게 배출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고 질문했다. 마츠모토는 일본의 건축가계에는 다양한 타입의 건축가들이 많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시대가 주목하는 건축가가 주목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건축가들이 추구하는 바를 다양화하는, 즉 직능의 해체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성규는 건축학과를 다니며 공간을 설계하는 방법이나 건물을 짓기 위한 기술에 대한 지식은 충분히 습득했지만,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는 배우지 못했다며 대학의 건축학과에서 사회학이나 인문학과도 연결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질문했다. 마츠무라는 빈 땅이 줄어들고 신축 프로젝트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 속에서 거대한 스케일의 건축물을 전제로 한 교육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앞선 질문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경영학이나 사회학 등의 전문가, 건물을 운영하는 사업가 혹은 운영가와 함께 크리틱을 진행하는 학제 간 크리틱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PACE」는 행사 당일 마츠무라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건축가계의 아비투스를 증폭시키는 중요한 미디어 중 하나인 건축 잡지가 건축가의 직능을 확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지를 물었다. 마츠무라는 「신건축」의 예시를 들며 답했다. 「신건축」은 이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리노베이션이나 전통적으로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건축 외의 작업도 다루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듯 건축가계의 경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건축가들의 활동을 취재해야 한다고 답했다. 마츠무라 준은 『건축하지 않는 건축가』의 후속 기획으로 『후기근대 건축가의 이상적 모습(가제)』이라는 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 책에서는 툴박스가 속해 있는 스피크의 대표 하야시 아쓰미, 스튜디오 엘의 대표 야마자키 료, 블루 스튜디오의 오시마 요시히코, 오픈 에이의 바바 마시타카 등 건축가의 직능을 확장하고 있는 건축가들과 이 사무소에 속해 있는 아주 젊은 세대의 건축가와 함께 한 인터뷰를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북토크 진행 모습 ©Kyung Ha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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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정 환경에서 형성된 성향, 사고, 인지, 판단, 행동 방식이다.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그가 속한 사회구조에 의해 만들어지고 내재화된다.
2 교육계, 야구계, 예능계처럼 각 분야는 고유한 목표와 목적을 추구하는 하나의 게임이다. 이 안에서는 대부분의 외부인이 이해할 수 없는 관습에 대한 무의식적인 존중이 존재한다.
3 각 분야는 마치 별개의 게임처럼 고유한 규범과 논리를 지닌다. 각 분야에는 특정한 득점 방식과 전략이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를 내면화해야 한다. 건축가의 자본으로는 학력, 유명 건축가 사무소에서의 경력 혹은 자신만의 건축 스타일을 확립하기 등이 있다. 이외에도 건축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존재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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