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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되지 않는 영원한 땅으로부터: 〈Nobody Owns the Land: Earth, Forest, Mahk〉

exhibition 김혜린 기자 2025.04.15


「SPACE(공간)」 2025년 4월호 (통권 689호) 

 

작업실에서 막사발 작품을 들고 있는 조병수 

 

조병수 작업실 전경과 숲 그림

 

조병수(BCHO 파트너스 대표)가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문화부에서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인 팔라조 리타의 명예의 안뜰(Cortile d’Onore) 에서 진행되는 <모스카 파트너스 베리에이션 2025> 전시의 초청 건축가로 선정되었다. 모스카 파트너스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연계해 2014년부터 매년 한 명의 건축가에게 대형 설치 작품을 의뢰하고 제작해왔다. 4월 6일부터 13일까지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테마는 ‘이주’다. 조병수는 ‘이주’를 문화적인 이주와 교류로 재해석하는 동시에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땅, 숲, 막을 주제로 풀어낸다. ‘땅’은 조병수 건축의 오랜 화두이자 예술의 근원이다. 그에게 땅은 어느 한순간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이며, 탄생하지 않았으므로 영원한 것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으나,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땅은 숲과 시와 생명과 수많은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전 명예의 안뜰 초청 건축가들이 부피감을 지닌 구조물에 집중했던 것과는 다르게, 땅에 대한 경험을 강조한다. 땅의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안뜰 중앙에 지상의 레벨에서 30cm 정도 띄운 직사각형의 플랫폼을 설치한 뒤 화산재와 파쇄석 등의 붉은 흙으로 그 위를 덮었다. 방문객들은 플랫폼 위로 올라 흙을 밟으며 땅과 연결되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 

 

‘숲’을 나타내는 회화 작품들은 기둥들 사이에 띠처럼 길게 수평으로 연결해 전시된다. 흙에서 우연히 피어난 생명들로 이루어진 숲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물감이 캔버스 하부 질감을 따라 굽어 흘러내리며 우연의 미학을 형성하도록 의도했다. 재료로는 한국 전통 단청 재료인 뇌록, 석록, 석간주 등 돌가루와 흙가루를 섞은 물감을 사용했다. 연결된 회화 작품들은 마치 숲이 펼쳐져 있는 듯한 감각을 전달한다. 

 

‘막’의 그림들은 한국적인 자연스러움을 담아내는 막사발을 조병수식으로 해석해낸 것이다. 두꺼운 붓에 막사발의 재료이기도 한 흙가루나 물감을 듬뿍 묻혀 다양한 압력으로 돌리고, 밀고, 마지막에는 붓을 떼며 에너지의 흔적을 종이에 남겼다. 이는 “마치 도공이 막사발에 손자국을 남기는 것과 같다.” 또한 막사발 작품 30여 점도 함께 전시된다. 기존의 전통적 방식이 아닌 캐스팅 작업을 통해 새롭게 구현된 막사발은 캐스팅 과정에서 생겨나는 접합면이 어긋남을 강조했다. 또 막사발의 표면은 흙이 흐르는 듯한 묘한 형태로 구현됐다. 막이 주는 의미와 기능은 가져오되 구현 방식이나 재료, 표현 방식 등은 새로이 한 것이다. 

 

조병수는 젊은 시절에는 불안 속에서 자신을 찾고자 내면의 것들을 끄집어내 그림을 그렸다면, 지금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유들을 정리하고 연결해 하나의 세계로 구현한다고 말한다. 건축에서 예술로 이어진 그의 작품들은 땅, 숲, 막으로 각각 따로 해석되기보다는 하나의 맥락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땅’의 본질을 구현한다. 우리는 이 땅 위에 실재하고 있지만, 어쩌면 본래의 땅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왔는지도 모른다. 전시를 통해 조병수는 우리가 잊어버린 본연의 땅과 인간을 연결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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