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디자이너 카럴 마르턴스의 국내 첫 개인전 열려
타이포그래피, 색채 알고리즘 등을 조명하는 그의 대표작 소개
일상 언어를 시각적 형태로 치환하는 다양한 시도의 발전 볼 수 있어
-
네덜란드 디자이너 카럴 마르턴스의 개인전이 지난 10월 11일 갤러리 플랫폼 엘에서 열렸다. 전시 포스터와 같은 전통적인 작업부터 영상, 인터랙션, 키네틱 작업 등 현대 매체가 결합된 작업을 넘나들어 온 카럴 마르턴스의 행보를 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의 도입부인 플랫폼 엘 중정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아이콘이 떠 있는 모니터(‘아이콘 뷰어’)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2017년 작으로, 15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그가 관심을 기울여온 연구 주제인 아이콘-픽셀언어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모니터 앞에 있는 센서에 손을 가져다 대고 움직이면 원과 사각형, 십자 등을 겹쳐 만든 다양한 아이콘들이 작아지면서 작은 아이콘이 결집해 만들어진 관람객들의 형체가 나타난다. 센서가 실시간으로 관객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를 아이콘으로 형상화는 것이다. 일상을 시각언어로 포착하고 소통 가능한 형태로 치환하고자 했던 디자이너의 노력과 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하얀 박스에 색 띠를 두른 ‘해변의 색깔’도 사회의 언어를 시각언어로 바꾸는 작업이다. 색 띠는 1517년 프랑수와 1세가 제정한 도시 건설 법률을 시각적으로 치환한 것으로서 도시 건설 법률에 현대 암호해독법을 적용해 색채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는 시각언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작품들에 다각도로 접근한다. ‘레터프레스 모노프린트’에서는 띠 제본을 의미하는 레터프레스를 이용해 반복과 조화, 리듬과 대비가 드러난 형태를 만들어 조형 원리를 실험했다. 길에서 주운 캔 뚜껑, 기계 부품과 같은 일상 용품을 이용해 잉크를 묻혀 찍는 작업 역시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카럴 마르턴스가 디자인했던 「오아서(OASE)」 잡지를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 것 역시 그가 한 타이포그래피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묶어 천장에 달아 관객들이 숲을 거닐듯 책들 사이를 자유롭게 다니며 책을 펴보고 타이포그래피의 변화들을 즉물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인다.
전시 제목 ‘스틸 무빙(Still Moving)’처럼 전시는 시간, 언어, 일상 등에 대한 관심을 다각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해, 수학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방식으로 끊임없이 여러 실험을 지속해온 카럴 마르턴스의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카럴 마르턴스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전시다. <이지윤 기자>
<스틸 무빙> 전시 전경, Images courtesy of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 ©Kim Zinho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