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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생태에 미친 변화를 담아낸 지도: ‘풍경을 다시 드러내기’

seminar 김혜린 기자 2025.06.17


「SPACE(공간)」 2025년 6월호 (통권 691호) 

 

로보틱 드로잉 기계가 지도를 제작 중인 모습. Screenshot from Zoom​

 

소냐 이수포바의 지도 작업. Screenshot from Zoom 

 

지난 4월 20일, ‘포킹룸 2025’의 마지막 토크 프로그램인 소냐 이수포바의 ‘풍경을 다시 드러내기’가 온라인(줌)을 통해 진행됐다. ‘포킹룸’은 전시와 예술, 기술, 사회의 접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에 주목하며 리서치, 전시, 워크숍, 강연, 토크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이자 프로젝트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가이자 디자이너로, 현재 제네바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소냐 이수포바는 ‘풍경을 다시 드러내기’에서 위성 데이터와 식생 분석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의 변화하는 지형과 풍경을 새로운 방식의 지도로 시각화하는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이수포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전 세계의 뉴스 기관과 정보 기관, 독립 지도 제작자, 기자들 모두가 지도에 집착해왔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사람들은 복잡하고 참혹한 전쟁의 현실을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전달하기 위해 시각적인 도구로써 지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이 대개 대상의 현실들을 단순화시키고, 지워버리는 환원주의적인 실천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쟁의 피해는 단일하고 단순하게 드러나지 않으며, 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땅에 영향을 끼친다. 

 

그녀는 특히 2023년 6월 6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 강에 위치한 카호우카 댐이 폭파된 사건에 주목한다. 댐 붕괴로 대량의 물이 하류로 흘러 수십 개 마을이 침수되고, 흑해의 오데사 해안까지 잔해가 떠밀려가는 등 심각한 환경 재앙이 발생했다. 댐 붕괴는 광범위한 환경 재앙을 초래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생태적 말살로 규정한다. 특히 해저에 남아있던 독성 물질의 유출로 인한 해양생물의 피해와 전쟁 중 매설되었던 지뢰가 범람으로 인해 해안까지 떠밀려오면서, 지뢰 폭발 위험으로 인해 주민들이 해변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했다. 한편 드니프로 강의 물은 인근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에도 공급되기 때문에, 당시에는 원전의 냉각수 공급 차질로 인한 2차 재앙 우려도 제기됐다. 다행히 원전에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지만, 주민들에게 큰 불안감을 남겼다. 

 

이후 이수포바는 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댐 붕괴가 우크라이나 풍경에 미친 영향을 추적해왔다. 센티넬 허브라는 위성 데이터 엔진과 농업 데이터를 활용해 나무, 들판, 울타리, 식생의 성장과 회복, 재생 과정을 지도 형태로 시각화하고, 우크라이나의 지구과학자와 협력해, 파괴 전후의 시점을 중심으로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분석에 사용된 주요 시점은 1987년 6월 25일(파괴 37년 전), 2022년 5월 6일(1년 전), 2023년 6월 5일(하루 전), 2023년 6월 18일(1주일 후), 2024년 4월 4일(1년 후)로, 각 시점의 식생 변화를 추적해 기록했다. 이수포바는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로보틱 드로잉 기계를 이용해 대형 지도를 제작한다. 위성 이미지에서 추출한 데이터는 수 시간에 걸쳐 대형 종이 위에 천천히 드러나며, 그녀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잉크를 갈고, 지도가 형성되는 순간을 지속적으로 목격하고 돌본다. 이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지속적인 관찰과 돌봄을 실천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지도 제작을 통해 전쟁이 자연에 끼친 영향은 다시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이수포바는 작업을 통해 시대 속 인간의 응시와 저항을 기록하며, 그 속에서 침묵당한 공간과 기억, 식민 인프라의 흔적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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