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6월호 (통권 691호)

〈Nobody Owns the Land: Earth, Forest, Mahk〉 전시 전경 ©Sergio Pirrone
조병수(BCHO 파트너스 대표)의 전시 〈Nobody Owns the Land: Earth, Forest, Mahk〉이 지난 4월 6일부터 13일까지 밀라노 팔라초 리타의 명예의 안뜰(Cortile d’Onore)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일환으로, 모스카 파트너스가 주최한 〈모스카 파트너스 베리에이션 2025〉에 초청된 건축가 조병수가 ‘땅, 숲, 막’을 주제로 선보이는 작업이다.
조병수는 이번 전시가 땅집(2009)의 개념을 밀라노의 말라조 리타에 구현한 것이라 말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땅 위에 구조물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땅에 순응하는 건축, 땅으로 스며드는 건축, 지속 가능한 건축을 실현하는 ‘땅집’의 핵심이 드러나 있다.(『땅속의 집, 땅으로의 집』, 2017 참고) 조병수는 또한 “이번 전시가 땅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세계 곳곳의 갈등들을 반추하며, 땅과 숲의 순수함을 되새기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그 뜻을 밝혔다.
전시는 안뜰에 설치된 대형 설치물에서 시작해, 주변 회랑으로 이어지는 회화와 막사발 작품들로 확장된다. 중심에 자리한 대지의 레벨에서 약 30cm 떠 있는 직사각형 플랫폼은 땅의 본연의 감각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구조물이다. 플랫폼 위에는 붉은 흙처럼 보이는 베로나산 대리석 조각이 깔려 있다. 이는 비가 와도 문제가 없도록 고안된 재료다. 또한 조병수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이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한 시나리오를 기획했다. 전시 첫날에는 한 사람씩 설치물 위를 걷게 하고, 둘째 날에는 두 사람, 셋째 날에는 세 사람으로 점차 인원을 늘리고, 이후에는 모든 관람객이 자유롭게 흙 위를 누비며 흙의 물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점진적인 개방은 단순한 연출을 넘어, 땅 위에 선을 긋고 나누고 다시 어우러지는 과정을 은유한다. 체험에 참여한 이탈리아 대표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미켈레 데 루키는 “팬시하게 디지털라이즈하는 작품들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물성이 강조되는 작품”이라는 평을 남겼다.
이 밖에도 조병수는 한국 전통 단청의 재료인 뇌록, 석록, 석간주 등을 활용해, 물감이 중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의도한 회화 작업 숲 그림과 막의 자연스러운 미학을 드러낸 막 그림, 막사발 작품 30여 점도 함께 전시했다. 이번 전시와 연계해 조병수는 숲 그림, 막 그림, 막사발의 일부를 6월 18일에서 22일까지 이탈리아 라구사에서 열리는 바로크&네오바로크 페스티벌의 전시 〈바로크&네오바로크 2025〉에서 이어서 선보일 예정이다(전시는 29일까지). 또한 6월 20일에 ‘바로크와 막의 유희’를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다. 조병수는 이 강연에서 막사발의 자유로움과 바로크의 역동적이며 미학적 측면을 연결 지으며, 두 양식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조명할 계획이다.

설치물 위를 걷는 퍼포먼스 ©Sergio Pirrone

조병수(왼쪽)의 막사발 작품을 보고 있는 미켈레 데 루키(오른쪽) ©Sih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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