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5월호 (통권 690호)
강의 발표 자료 Screenshot from Zoom
새건축사협의회, 근대도시건축연구회에서 공동 주최하는 ‘안창모의 도시건축사 강좌 시즌 4’의 두 번째 강의가 지난 4월 7일 온라인(줌)을 통해 진행됐다. 이번 시즌에서 안창모(경기대학교 교수)는 ‘건축가’를 주제로 아파나시 세레딘사바틴과 유진 코스트를 비롯해 심의석, 나카무라 요시헤이, 이훈우, 박길룡, 박동진, 윌리엄 보리스와 강윤 등 개항 이후 이 땅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건축가를 다룬다. 이번 강의에서 안창모는 신부 유진 코스트를 비롯해 조선에 선교 활동으로 왔던 여러 신부가 지은 성당 건축물들을 조명했다.
강의는 유진 코스트가 설계한 약현성당(1892)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벽돌조 성당인 약현성당은 단층 건물이 대부분이던 시대에 언덕 위로 우뚝 자리하며 사람들에게 시각적 충격을 안겨줬다. 약현성당을 비롯한 한국의 성당이나 교회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지리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안창모는 이를 한국이 땅을 쓰는 방식과 관련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부터 우리나라는 보통 언덕의 7부 능선 이상에는 집을 짓지 않아 도시화가 된 이후에도 언덕 위가 비어 있었다. 때문에 신도들의 거주지와 인접하면서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언덕 위는 선교사들에게 좋은 선택지였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그는 강화성당(1900) 등 한옥 성당들을 통해 당대 성당 건축물이 한국의 전통건축과 유교 문화를 받아들이며 지니게 된 특징들을 살피기도 했다. 이날 강의에서 안창모는 개항 이후부터 1945년까지 지어진 성당 중에서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거나 지정되어 있는 다양한 건축물들을 가로지르며 근현대 성당 건축에서 보이는 특징과 역사 그리고 형태적 동일성을 개괄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지어진 대부분의 성당이나 교회 건축이 디자인의 수직 계열화를 이루는 점을 지적한다. 여러 신부들이 지은 건축물이 비슷한 양식과 디테일을 가지는 것이 설계에 의한 것인지, 당시 중국인 시공자의 기술적 역량 혹은 시공 습관에 의한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당시 시대상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을 완공하는 것이 오로지 신부 개인의 능력으로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며, 이런 상황에서 당대의 신부들을 건축가로 구분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가 의문을 던진다.
한국에 ‘건축가’라는 용어가 탄생한 이래로 우리는 서양의 건축을 구사하는 사람을 건축가라고 표현하고, 서양식 건축을 가장 먼저 배운 사람을 최초의 건축가라고 말해왔다. 본래 우리나라 역사에 건축가라는 용어와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건축’에 대한 사고를 할 때 항상 서양을 기준점에 놓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역사학계는 개항 이후 들어온 서양인들의 건축물을 다른 건축물들이나 일본 등 비서구권 건축가가 지은 서양식 건축물에 비해 고평가해왔다. 안창모는 이런 태도가 과연 적절한 태도인가 자문하며, 이 땅의 건축가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강좌는 3월부터 6월까지 격주 월요일에 진행되며, 누구나 구글폼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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