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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반대편에서, 빛으로 조각한 내러티브: 〈안소니 맥콜: Works 1972-2020〉

exhibition 김혜린 기자 2025.06.05


「SPACE(공간)」 2025년 6월호 (통권 691호)​​ 

 

 

‘써큘레이션 피겨스’(1972, 2011 재제작) 설치 전경 / ©Kim Hyerin

 

 

 

〈안소니 맥콜: Works 1972-2020〉 전시 전경 / ©FUTURA SEOUL

 

안소니 맥콜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푸투라 서울에서 5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 개최된다. 빛의 조각가로도 불리는 안소니 맥콜은 기술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구현하기 힘들었던 1970년대부터 현재의 작업을 상상하고, 구현하려고 애써왔다. 그의 대표작인 ‘솔리드 라이트’ 시리즈는 공기중 미세한 입자들에 투사된 빛을 통해 조형적인 선을 그려낸 작품으로, 마치 빛을 조각한 듯한 시각적 조형성을 획득한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 푸투라 서울은 맥콜의 초기 작업부터 푸투라 서울을 통해 처음 실물 크기로 전시되는 ‘당신과 나 사이’(2006)와 ‘스카이라이트’(2020)까지약 반세기에 걸친 작가의 작업 전반을 되짚는다. 한국에서 선보이는첫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아카이브 룸을 도입에 배치했다. 또 그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업들을 하나의 맥락 속에 배치해, 맥콜 작품의 서사를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맥콜 작업의 특징과 작품 이면의 과정을 읽을 수 있는 아카이브 룸에서부터 시작된 전시는 2층 전시장으로 이어진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숨결 (III)’(2011)이다. ‘솔리드 라이트’ 작업 전반에서 보여지는 선, 파동, 원과 같은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추상 형태를 담아낸 드로잉으로, 동명의 설치작품의 풋 프린트를 담아냈다. 전시장 한켠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소리는 사운드 설치작품 ‘트래블링 웨이브’(1972, 2013 재제작)이다. 바닥에 일렬로 배치된 5개 반구형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적층해 파도의 감각을 그대로 재현했다. 맥콜의 초기작 ‘불의 풍경’(1972)은 6×6 정사각형 격자 형태로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휘발유 통에 불을 붙이는 일련의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남긴 것으로, 작가가 의도한 시간 안에서 점화와 소멸의 과정을 겪는 불꽃의 내러티브를 담아낸 것이다. 이때 오일의 양,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의 동선 등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 치밀하게 계획되었으며, 이는 1970년대에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벌이던 다른 작가들과 대비된다. 계단을 통해 연결되는 전시실에서 보여지는 ‘써큘레이션 피겨스’(1972, 2011 재제작)는 구겨진 신문지와 거울, 영상으로 구성된 퍼포먼스 기반 설치작업이다. 영상에서는 맥콜과 사진작가, 영화제작자들이 끊임없이 서로를 찍는 장면과 셔터음이 흘러나온다. 이미지의 생성과 재순환의 과정 속에서 시공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10.8m의 암실 공간으로 이어진다. 높은 층고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빛의 조각은 ‘당신과 나 사이’와 ‘스카이라이트’다. ‘불의 풍경’ 작업 이후 단순히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에 회의감을 품게 된 맥콜은 시네마 그 자체를 퍼포먼스로 승화한 작업인 ‘솔리드 라이트’를 구상하게 된다. 영화의 스크린을 없애고, 영사기의 빛을 등지고 있던 관람객들이 빛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관객을 영화의 시공간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일련의 솔리드 라이트 작품은 관람객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여 상호작용하게 만든다.관람객들이 허공에 자아낸 반투명한 빛의 벽 사이사이를 통과하며 빛과 시간, 공간과의 관계를 체험하게 한 것이다. 천천히 흐르는 빛을 통해 형성된 시간의 내러티브를 읽으며 관람객들은 맥콜이 의도한 시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관람객들은 빛을 조형해 만든 작품들을 통해 새로이 탄생한 빛의 물성을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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