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8월호 (통권 693호)

〈타티아나 빌바오 에스투디오: 방들의 도시〉 전시 모습 ©Zachary Riggleman

전시에 소개된 에스토아 연구소(2020)의 콜라주 이미지 ©Tatiana Bilbao Estudio
멕시코 출신 건축가 타티아나 빌바오가 2004년 설립한 타티아나 빌바오 에스투디오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경험을 풍요롭게 만드는 플랫폼으로서 건축을 탐구해왔다. 건축이 고정된 물리적 구조에서 벗어나 변화와 상호작용을 돕는 구조로서 사회적 교류를 촉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공동체의 가치에 주목해 적정 기술로 구현된 이들의 건축은 사회주택을 포함한 소규모 프로젝트부터 대규모 마스터플랜까지 폭넓은 영역에 걸쳐 있다. 빌바오의 이런 관심은 건축가로 활동하기 이전의 이력—1985년 지진에 따른 도시 복구과 주거 정책을 다룬 논문과 멕시코시티 주택개발부 고문으로 재직—과도 연결된다. 사회주택의 변천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그녀는 연구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펴낸 저서 『A House Is Not Just a House(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다)』(2018)에서 공동체와 지역성을 파괴한 멕시코 정부의 획일적인 주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빌바오는 “현대 주택의 ‘방’은 가정이란 기능에 맞춰 초고도로 전문화된 도구”라고 설명하며, 전통적인 집의 개념에서 벗어나 집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집이 왜 이러한 모습을 가지게 됐는지 질문한다. 이를 위해 집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거실, 침실, 주방, 욕실, 정원)를 ‘방’으로 구분하고, 방마다 전시장을 구획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장소들을 자신의 주요 프로젝트와 연결지어 역으로 탐구해나간다. 이런 문제의식은 전시를 기획한 레이먼드 리안(하인츠 건축센터 큐레이터)이 던지는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휴식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식사를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우리가 매일 머무는 공간이 서로를 보다 잘 돌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거실이나 주방 디자인은 어떻게 더 넓은 의미의 공동체 의식과 연결되고 강화될 수 있을까?”로 구체화된다.
전시에 소개된 코르테스 해양 연구센터(2023), 에스토아 연구소(2020), 산타 카타리나 성당(2011~), 쿨리아칸 식물원(2004~), 올리브 웨스트(2020)는 언뜻 집이나 방과 직접적 연결성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빌바오가 강조했던 문제의식을 상기할 때, 일상생활에 뿌리내린 활동 영역인 ‘방’들이 모여 ‘도시’라는 사회적 장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드러내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타티아나 빌바오 에스투디오는 ‘가정과 돌봄’의 공간이 지닌 ‘친밀함’이 개인과 도시를 연결하는 관계망으로 확장된다고 믿는다. 멕시코시티의 주거용 건물에서 공용 주방의 역할이나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주택과 작은 정원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전시장에 설치된 모형과 드로잉, 콜라주 작업은 전시의 또다른 매력이다. 빌바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생성된 렌더링이 창의성을 저해한다고 비판하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다층적인 의미를 발생시키고 상상을 이끌어내는 도구로서 콜라주를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작업에서 파생된 부산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돌봄과 가정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사회 안에서 개인성과 공공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네기 미술관 하인츠 건축센터에서 열린 전시는 6월 15일 막을 내렸지만, 빌바오가 던진 ‘질문’의 유효 기간은 끝나지 않은 듯하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