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8월호 (통권 693호)

‘건축유산과 건축자산’ 포럼 현장, 이강민(왼쪽)과 안인향(오른쪽). Image courtesy of piknic
철거를 앞둔 남산 힐튼호텔(김종성 설계, 1983)을 중심으로 건축물의 소멸과 그 사후적 의미를 탐색하는 전시 〈힐튼서울 자서전〉이 올해 9월 개최 예정인 가운데, 전시에 대한 이론과 실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포럼이 7, 8월 두 달간 진행 중이다. 포럼은 총 5회차로 기획되었으며, 이강민(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안인향(서울시 한옥건축자산과 건축자산정책팀 주무관)이 발표자로 참여한 첫 번째 포럼 ‘건축유산과 건축자산’이 7월 10일 피크닉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건축유산과 건축자산의 개념을 정리해 앞으로 이어질 논의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뒀다. 첫 발표를 맡은 이강민은 건축유산 개념이 정립되어온 과정에서 주요 지점들을 짚어나갔다. 그에 따르면 건축유산의 복원 개념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세기로, 당시에는 복원을 과거에 대한 고증이 아닌 “어느 시점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한 상태로 재구성하는 것”이자 건축가의 재능이 발휘되는 창의적 영역으로 여겼다. 반면 존 러스킨은 복원보다는 건물의 연령(age) 자체에 미학적 가치를 부여했는데, 이러한 관점이 20세기 이후 ‘역사적 기념물’로 개념화되어 현상태의 보존이 건축의 가치를 더 높인다는 생각이 형성되었고 이것이 현대 보존 철학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이강민은 유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은 민주주의의 발생과도 관련된다며 “프랑스 혁명 정부가 교회 소유의 예술품과 건물을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공공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부여되기 시작”했고, 국가 혹은 도시의 유산이 ‘우리’의 것이라는 책임감으로부터 보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디지털 복원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현대적 접근과 관련해서는, 3D 스캔을 통해 구축한 디지털 트윈 모델을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원형과 완전히 동일한 복제품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복원의 진정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우려했다. 동시에 그는 가상 환경에서의 복원은 경건한 원형 대신 무수히 많은 유희적인 변형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유산의 위상 변화를 긍정하기도 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안인향은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제도를 중심으로 건축자산과 관련한 정책 흐름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2014년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서울시는 정책 대상을 한옥에서 근현대 건축자산으로 확대하고자 근현대 건축자산을 조사, 기록, 활용, 관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서울시는 3년간의 기초조사를 통해 건축자산 1,080여 개를 목록화했고 그중 13개소를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했다. 이는 최근 정책 기조가 개인의 재산권 침해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건축자산 지정 방식을 소유자 신청제로 바꾼 결과다. 서울시는 등재된 자산에 대해 조사 및 기록화 과정을 거친 뒤,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고 일부 법적 위반 사항도 양성화한다. 그는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된 공공일호(구 샘터사옥),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체부동 성결교회, 김중업이 설계한 사직동 주택 등을 소개하며, 사라져가는 건축유산의 보존과 기록을 위해 행정적 노력뿐 아니라 건축계와 공간을 사용하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월 17일에는 1960~1980년대 건물의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이연경(연세대학교 교수)과 황두진(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이 참여한 2차 사전 포럼이 열렸으며, 포럼은 8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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