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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예술과 관계맺기: <정원에서의 대화: 페소 본 에릭사우센>

seminar 박지윤 기자 2025.12.22


「SPACE(공간)」 2025년 12월호 (통권 697호) 

 

위버하우스(2024) 외관 전경 ©Park Jiyoun 

 

마우리시오 페소와 소피아 본 에릭사우센의 퍼포먼스 모습 Image courtesy of Medeonggol Garden 

 

 

지난 10월 24일, 경기도 양평에 자리한 메덩골정원에서 페소 본 에릭사우센(공동대표 마우리시오 페소, 소피아 본 에릭사우센, 이하 페소)의 강연이 열렸다. 메덩골정원은 한국 정원, 서양 정원에 더해 여러 건축물로 구성된 프로젝트로, 페소, 앙상블 스튜디오(공동대표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 데보라 메사),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대표 승효상) 등이 참여했다. 페소는 2019년부터 레스토랑인 위버하우스(2024), 파빌리온인 니체의 미로(2024~), 메덩골정원 로고 등 여러 규모와 영역을 넘나들며 프로젝트에 참여해왔고 현재 각 작업들은 완공됐거나 완공에 임박한 상태다. 이번 강연은 대중에게 프로젝트 일부를 개방하며 기획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먼저 페소는 자신들의 건축을 ‘제2의 자연’이라 규정했다. 누군가는 도시 또한 자연발생했기에 자연이라 정의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누군가는 건축과 자연을 종속 혹은 대립의 구조로 본다. 하지만 페소의 자연은 보다 일반적 의미의 풍경, 지형, 기후 등을 지칭하며, ‘제2의 자연’은 건축과 자연을 동일한 위계에 두고 이 관계 속에서 고유한 감각과 질서를 찾는 태도에 가깝다. 도시의 여러 복잡한 법규와 요구 사항 속에서 건축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관점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안데스산맥에서 불어오는 바람, 넓게 펼쳐진 태평양의 해안, 때때로 일어나는 지진을 몸소 겪는 칠레의 건축가에게 이는 자연스레 형성된 건축관이다.

 

 

 

 

정다영과의 토크 모습 Image courtesy of Medeonggol Garden​ 

 

 

또한 페소는 건축을 사회적 산물로 보거나 건축사적 맥락에 위치시키기보다는, 건축 그 자체를 탐구 대상으로 삼으며 공간-사람, 공간-공간, 공간-예술의 관계성에 천착한다. 리노베이션 전 거주자의 드로잉, 스케일로 조율되는 기하학적 질서, 건축 과정에 개입하는 여러 회화와 스케치 등은 건축 고유의 내러티브를 전개하도록 돕는다. 특히 페소 하면 떠오르는 기하학적 조형성은 인상적 형태보다 특정 대상과 관계맺기 위해 존재한다. 지붕을 뚫고 높이 솟아오른 위버하우스의 사각기둥은 기능을 넘어 고유한 감각과 정신의 경험을 위한 요소며, 이네스(2021)의 원형 보이드는 층계에 따라 규모를 달리하며 각 층의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와 더불어 페소는 건축과 일련의 드로잉이 맺는 상호적 관계를 강조했다. 그들의 건축 스케치와 회화 작업은 하나의 작품인 동시에 각 매체가 가진 특성을 렌즈로 삼아 건축을 다시 보도록 기능한다. 일례로 여러 종류의 꽃을 그린 회화 시리즈에서는 물감을 말리고 다시 덧입히는 과정에 주목하고, 꽃이 피고 지는 생명의 과정과 연결 짓는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는 때때로 작업의 근본이 된다. 한편, 강연 후 이어진 정다영(CAC 공동 디렉터)과 페소의 토크에서는 기하학과 색의 의미, 건축의 자율성과 필연성 등 페소 작업 전반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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