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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과 가까운 건축: 〈픽션 논 픽션〉

exhibition 김보경 기자 2025.11.03


「SPACE(공간)」 2025년 11월호 (통권 696호) 

 

3층에 위치한 ‘새로운 삶의 형상을 찾아서’ 전시 전경 ©Chin Hyosook 

 

구 구영숙 소아과 뒤편에 위치한 파빌리온 굳찌(2025) 모습 ©Chin Hyosook​ 

 

10월 10일, 구가도시건축(대표 조정구, 이하 구가)이 개소 25주년을 맞아 건축전 〈픽션 논 픽션〉을 개최했다. 전시장은 종로구 견지동의 박길룡이 설계한 구 구영숙 소아과다. 전시 제목은 설계를 픽션에, 도시답사, 실측 등을 논픽션에 빗대어, 이 둘을 동시에 수행하며 성장해온 구가의 철학을 담고 있다.(「SPACE(공간)」 629호, 659호 참고) 전시는 구가의 미당선 공모작을 포함한 설계작과 도시답사를 총망라한다. 층별로 ‘구가의 바탕’, ‘구가가 만든 집’, ‘새로운 삶의 형상을 찾아서’라는 테마를 두고, 이를 모형과 패널,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첫 번째 테마가 다루는 수요답사(「SPACE」 636호 참고)는 2000년 11월 29일부터 지금까지 25년간 약 1,108회 이상 지속해오고 있는 구가의 도시답사 프로젝트다. 2층에서 이어지는 2002년과 2009년 답사한 왕십리 공장의 마당집은 수요답사가 그의 건축 세계에서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알게 해주는 일화다. 벽만 남은 왕십리의 공장 안에 지어진 여러 채의 마당 집은 전쟁 직후 화재로 공장 지붕이 사라진 후 피난민들이 들어와 지은 것이다. 처음에 집을 지은 피난민들은 공장 내에 어떤 구획도 없었음에도 방의 폭은 1m 남짓으로 두면서도 더 넓은 마당을 만들었다. 그는 여기서 아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지을 수 있었음에도 사람들이 ‘원형의 주의식’에 따라 집을 짓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마당을 삶의 중심에 놓고 사는 삶의 계보를 이어가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두 번째 테마는 그가 자신의 건축의 기점으로 삼은 서대문 한옥(1958)의 설명으로 시작한다. 본인이 살아온 도시 한옥을 기점으로 설정한 것은 도시를 실측하며 포착한 사람들의 삶을 바탕으로 설계하는 구가의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그의 건축 출발점인 서대문 한옥의 면면은 구가의 작업에 녹아들어 있다. 일례로 두 번째 테마를 구성하는 토산리 주택(2016)의 단면은 서대문 한옥의 높이와 형상을 참고해 설계했고, 세 번째 테마가 다루는 한옥호텔 라궁(2007)의 노천탕은 서대문 한옥 마당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얻은 영감에서 비롯됐다. 마당에 펼쳐둔 수영장에서 바라본 하늘이 마치 우리집만의 하늘처럼 느껴졌는데, 이러한 경험을 한옥호텔 라궁에서도 재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전시장인 구 구영숙 소아과의 주차장 자리에는 구가의 세 번째 파빌리온 굳찌(2025)가 설치됐다. 굳찌는 천리포 수목원 플랜트센터(2017)와 산남동 주택(2023)에서 사용했던 아치 구조 모듈을 기본으로 한다. 왼쪽 모듈은 부엌, 방, 마루, 마당으로 이어지는 세 칸집의 구성을 하고 있다. 오른쪽 모듈을 비워둔 것은 농가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부러 길게 낸 처마 공간을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네 도시 한옥이나 주택의 보편적인 구성에 대들보 없는 아치 지붕을 더해 한옥과 비슷하면서도 더욱 빛이 풍부하고 여유로운 공간감을 연출했다. 굳찌에서는 전시의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는 11월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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