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11월호 (통권 696호)

대상작 ‘De-Construction To Re-Define’ ©Lim Sebin, Oh Hyerin, Ko Seoyeon

최우수상작 ‘시간의 축을 세우다’ ©Baek Seungjae, Shin Sunghyun
9월 19일, 제38회 공간국제학생건축상 2차 심사 및 시상식이 공간그룹 본사에서 진행됐다. 올해 심사위원 강예린(서울대학교 교수)과 이치훈(SoA 파트너)은 ‘건축의 유동하는 경계, 그 안과 밖’을 주제로 제시했다. 진리라 여겨지는 특정한 담론이 없고,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과 직능이 끊임없이 변하는 지금의 상황 속 건축 외연의 변화를 탐구함으로써 건축을 이해해보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참가자는 “건축가로서 나는 무엇에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를 능동적으로 고민하고, 적절한 당위성과 근거를 들어 자신만의 답을 도출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가상의 대지가 아닌 현실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장소를 정해 프로젝트를 작업해야 한다.
대상을 수상한 임세빈·오혜린·고서연(인하대학교)은 건축가가 단지 공간을 새롭게 창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쓰임을 다하고 방치된 공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답에서 출발한다. 출품작 ‘De-Construction To Re-Define’의 대상지는 2024년 6월 폐광된 강원도 태백시의 장성광업소다. 비교적 최근에 폐광된만큼 장성광업소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광산업이 남긴 수천 톤의 중금속 오염 폐경석이었다. 여기서 대상팀 참가자들은 오염의 원인인 폐경석이 흡착성과 여과성이 뛰어나 수질 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올라이트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상지가 가진 자원을 활용해 긍정적인 방식으로 퇴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질 정화 시스템을 제안했다. 심사위원은 건축가의 역할을 짓는 행위에 국한하지 않고 확장한 것이 주제의 요구와 맞닿아 있었으며, 파괴의 흔적을 회복의 도구로 삼은 제안이 사회적·생태적 담론을 건축의 언어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크다고 평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백승재·신성현(인하대학교)은 시간을 넘어 과거와 미래 세대를 그리고 한 사회와 다른 사회를 잇는 ‘시간성’이 건축의 본질이라 답했다. 그리고 이러한 건축의 성질이 과거의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해내는 LLM 인공지능과 닮아 있다는 데 주목했다. ‘시간의 축을 세우다’가 설정한 대상지 문래동4가 일대의 제조업 생태계는 단기적으로는 열악한 작업 및 휴식 환경, 장기적으로는 기존 장인들의 은퇴 그리고 이를 대물림받을 세대의 부재라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최우수상팀 참가자들은 블록 중앙의 건물을 철거하고 로컬 데이터센터와 업무 공간이 결합된 타워를 지음으로써 기존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다. 저층부의 녹지 구역은 불량했던 채광과 환기를 해결하고, 상층부에는 부재했던 화장실, 샤워실 등 필수 기반시설을 둔다. 타워의 데이터센터는 제조업 장인 네트워크가 지닌 양질의 지식을 학습시켜 설계할 ‘장인 AI’로 이어진다. 장인 AI를 통해 문래의 장소성이 미래에도 계승되도록 함으로써 제조업 생태계 소멸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심사위원은 ‘건축의 시간성은 왜 중요한가?’ ‘이 계획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장인 AI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인가?’ 등 여러 질문이 남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 시대에 건축가가 스스로의 직능과 담론적 위치를 갱신하려는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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