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11월호 (통권 696호)

줌으로 토크 프로그램에 참여한 마이클 파미게티. Screenshots from Youtube
지난 9월 8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서울을 매개로 한 새로운 사진 담론을 모색하는 토크 프로그램 ‘Photo SeMA × Aperture: 세 가지 시선’이 개최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글로벌 사진 매거진 「애퍼처(Aperture)」 260호 ‘서울 이슈(The Seoul Issue)’ 발간에 맞춰 진행된 것으로, 「애퍼처」 매거진의 편집장 마이클 파미게티를 비롯해 이번 호에 작업을 선보인 사진가 오형근, 황예지, 안초롱 그리고 객원 에디터로 참여한 손현정(서울시립 사진미술관 학예연구사), 박재용(작가)이 참여했다.
이날 온라인(줌)으로 참석한 마이클 파미게티는 「애퍼처」의 방향성과 서울 이슈의 배경을 소개했다. 애퍼처는 2014년 상파울루 이슈를 시작으로 세계 각 도시를 주제로 한 특집 이슈를 발행해왔으며, 현지 객원 에디터와 협업해 도시의 맥락을 반영하고, 현대사진가들의 작업과 인터뷰, 연구, 큐레이션을 함께 다루며 잡지의 시각을 국제적으로 확장해왔다. 이번에 서울을 주제로 선정한 것은 계엄 이후 대규모 시위, 정교한 소비문화가 뒤섞인 후기자본주의의 스펙터클한 풍경 등 현대사진과 사진사의 맥락 모두에서 중요한 동시대적 장면이 지금의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손현정, 박재용, 황예지, 안초롱, 오형근. ©Kim Hyerin
이어서 이번 서울 이슈에 참여한 작가들이 각자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이들은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들과 정치·사회적 맥락이 교차하는 한국의 서울을 다양한 방식으로 주목해왔던 작가들이다. 작가 오형근은 이태원 이야기 연작(1993~1994)부터 최근 작업인 왼쪽 얼굴 연작(2013~) 등 자신의 작업 전반을 가로지르며 대상의 사회적인 정체성에 대한 롤플레잉과 얼굴이 가지고 있는 전면성을 탐구해온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 그는 본인의 작업 방식을 영화의 캐스팅에 비유하며, 시선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특정한 시선을 가진 사람을 찾아낸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뷰파인더가 아닌 피사체를 직접 눈으로 바라보며 촬영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시선에 대한 반응을 형상화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그는 한국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로 대표성을 지닌 집단의 초상을 구축해왔다.
작가 황예지는 플래시백 다이어리 연작(2024~2025)을 통해 계엄 이후 국회의사당과 남태령의 시위 장면을 포착하며, 한국 사회가 지나온 시간의 층위를 탐색한다. 작가는 하나의 필름 안에서 일상의 사적 장면과 긴박한 시위의 장면이 교차하는 순간들에 주목하며,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시차의 감각을 이야기한다. 이 작업은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기억을 동시에 주목하며, 동시대 한국 사회의 다층적인 단면을 드러낸다.
작가 안초롱은 직관적인 감각으로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사진들을 찍은 후 전시할 사진을 선정하고, 분류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때 사진은 새로운 맥락과 시퀀스를 얻게 된다. 그녀는 사진이 하나의 창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유리패널을 세워서 식탁 아래에 사진을 끼워둔 모습을 재현하는 방식 등 사진이 평면의 이미지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읽히기를 의도한다고 말한다.
이어진 자리에서 손현정, 박재용, 오형근, 황예지, 안초롱은 현대사회에서 ‘사진’이라는 매체의 개념과 지면 매체의 권위, 그리고 외부의 시선이 한국을 바라보는 방식 등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나누었다. 한편 이번 「애퍼쳐」에는 작가 임응식의 서울 항공사진을 담은 창간호를 비롯해, 사진과 건축 사진을 주요하게 다뤄온 본지 「SPACE(공간)」를 소개하며, 한국 근대화의 변곡점마다 변화해온 도시경관과 건축의 얼굴을 기록해온 역할을 조명하는 앤드루 러싯의 글 ‘Space is the Place’도 게재되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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