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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시대 미술의 현재: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

exhibition 이소운 기자 2026.01.12


「SPACE(공간)」 2026년 1월호 (통권 698호) 

 

오디토리움 전시 전경 ©STUDIO JAYBEE / Image courtesy of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2층 전시 전경 ©STUDIO JAYBEE / Image courtesy of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송은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이 2025년 12월 12일부터 송은에서 개최 중이다. 지난해 공모를 통해 본선에 오른 작가 20인의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로, 참여 작가는 고영찬, 고요손, 권현빈, 김무영, 김민정, 김주원, 김한샘, 봄로야, 비고, 신민, 요이, 우정수, 윤미류, 윤정의, 이수지, 이승재, 이아람, 이진형, 정가희, 최태훈(이상 가나다순)이다. 송은이 주목한 동시대 한국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면면을 살펴보자. 

1층 로비에서는 상반된 욕망의 조응에 관심을 두고 사진, 영상, 조각, 설치, 퍼포먼스를 선보여온 김무영의 ‘반으로 잘린 여인’(2025)을 가장 먼저 마주한다. 동명의 마술을 모티프로 하는 이 작품은 트랜스젠더 친구의 몸을 실측하며 경험한 절단면의 감각을 반영하며, 가죽 위에 여성의 화장품에 사용됐던 돌가루를 켜켜이 쌓음으로써 마술에 내재한 유구한 폭력성을 과장된 질감으로 드러낸다. 

2층 전시장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개방형 상영관으로, 이아람의 영상 작업 ‘밟힌 벌레마다, 별이 된다’(2025)를 만날 수 있다. 서울 용산 기지를 배경으로 땅의 변위된 기억을 추적한 작품으로, 땅이 지닌 식민과 점령, 철거와 개발의 역사 속 감춰진 기억을 드러내며 땅과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깊은 단절과 상실의 감각을 비춘다. 

2층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신민의 ‘SERV-ICE’(2025)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자신의 서비스 노동 경험을 바탕으로 종이와 감자튀김 포장지 같은 일상적 재료를 통해 여성 노동자의 현실과 자본주의의 구조적 불평등을 비판해왔다. 이번 작업은 노동자의 초상을 제빙기에 투사해 이들을 합창단처럼 배치함으로써 개인을 지우는 산업 현장의 익명성을 은유하는 동시에 서비스 노동에 잠재된 연대의 가능성을 보였다. 

3층으로 연결되는 복도에는 설화, 민속, 증언, 환상 등의 리서치를 바탕으로 장소의 서사를 재구성해온 고영찬이 ‘아래로부터의 역사’라는 작가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카타콤브의 지질학적 맥락에서 지하 세계의 서사를 이끌어낸 영상과 설치 작업이 놓여 있다. 3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고요손의 ‘손신화, 카빙된 축하’(2025)를 만나볼 수 있다. 산업화된 한국식 예식문화를 비판하는 작업으로, 친누나의 결혼식을 떠올리며 푸드카빙, 청첩장, 웨딩사진을 모아 하나의 축하 장면을 구성했다. 이 장치들은 전시 종료 후 실제 결혼식으로 이어지며 전시장은 다가올 예식의 리허설 스튜디오로 변모한다. 

전시는 지하 2층까지 이어진다. 이곳에는 영상 작업들이 주로 배치된 가운데 정가희의 ‘404’(2025)는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상품으로 착취하는 현시대를 배경으로 ‘디지털 위로 시스템’에 포획된 개인의 감정 붕괴를 추적하며, 김주원의 ‘솔로몬 그런디의 죽음: 일요일’(2025)은 1983년 외할아버지의 칠순 홈비디오와 2023년 외할머니의 묘지 이장 장면을 나란히 배치해 탄생과 죽음, 기념과 이별이 교차하고 중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편 최태훈은 발포 우레탄 폼이라는 산업 재료를 매개로 우연적이고 자율적인 형상의 조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신작 ‘파수꾼’(2025)은 일반적으로 창작 환경에서 잘 인식되지 않는 사물과 신체 간의 협업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우레탄의 경화 순간에 테이블을 펼치거나 손수레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사물과 신체를 개입시켰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주제와 형식은 서로 다르지만 신체, 기억, 노동, 제도, 기술, 재료와 같은 조건들을 통과해 의미가 형성되는 경로 자체를 전면에 놓는다는 점에서 느슨하게 연결된다. 1월 중 대상 수상자 1인의 발표 및 시상이 이어질 예정이며, 전시는 2월 14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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