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1월호 (통권 698호)

〈계계도면〉 전시 전경 ©tabial
지난해 바이블랭크 주최, 김보현 기획으로 도만사에서 열린 전시 〈계계도면〉은 이름 그대로 두 개의 ‘계’를 다뤘다. 계화의 계(界)와 설계의 계(計)다. 전통 회화 기법인 ‘계화(界畵)’를 매개로 현대의 설계 도면을 재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대건축의 도면과 전통 회화 사이의 빈칸을 실험한다는 의미다.
계화는 ‘계척(界尺)’이라는 자를 사용하여 직선을 그리는 기법을 뜻한다. 주로 누각이나 궁궐 등 건축물을 정밀하게 묘사하기 위해 사용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후기, 특히 문예 부흥기였던 정조 시대를 기점으로 체계화됐다고 알려져 있다. 산수화나 인물화가 회화의 소재를 따라 명명된 것과 달리 도구인 계척의 이름을 빌려 명명된 계화는, 2000년대 전후 서구와 중국 미술사학계에서 독자적인 ‘건축화’로 분류하려는 논의가 일기도 했다.
〈계계도면〉은 이러한 과거의 양식을 현대의 시점으로 소환하여, 캐드 도면이 지배하는 현대건축을 붓과 먹을 통해 회화로 변모시켰다. 원화 제작은 한국화 작가 김은정이 맡았다. 작업 대상은 BCHO파트너스(대표 조병수)의 트윈트리 타워(2010, 「SPACE(공간)」 522호 참고)와 파란곳간(2024, 「SPACE」 684호 참고) 그리고 요앞건축사사무소(공동대표 류인근, 김도란, 정상경)의 길의 지층(2023)과 선흘아이(2019, 「SPACE」 625호 참고)다. 김은정은 별도의 현장 답사 없이 도면과 사진 자료만을 토대로 각 건축물을 조선 후기 계화 특유의 평행사선 구도로 재구성했으며, 도심의 가로수와 수풀은 고전적인 수목 표현법으로 묘사했다. 현대건축의 구축적 디테일을 계화의 형식에 따라 변모시킨 트윈트리 타워는 그 이름처럼 두 그루의 나무 밑동과 같이 표현됐다. 평면도에서는 선을 간결히 정리하고, 한자 범례를 표기해 계화 특유의 간결하고 정제된 미감을 보여준다. 11월 4일까지 진행된 전시에서는 각 계화의 원화를 감상할 수 있었으며, 막을 내린 지금은 아트포스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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