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6월호 (통권 703호)

정강자, ‘무체전’(1970, 2026 리움미술관 재구성) 전시 전경 ©Jung Kangja / Image courtesy of Leeum Museum of Art / Photo by Hong Chulki

마리안 자질라, 라 몬테 영, 최정희, ‘리움 26I IV 29 서울 드림 하우스: 사운드와 빛의 환경’ (2026) 전시 전경 ©Marian Zazeela, La Monte Young, Jung Hee Choi / Image courtesy of Leeum Museum of Art / Photo by Hong Chulki
5월 5일부터 11월 29일까지 여성 작가들의 잊혀진 환경 예술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이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이 전시는 2023년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서 기획되어 여러 미술관을 거치며 각 미술관과 협업을 통해 확장되어왔다. 전시를 기획한 안드레아 리소니(하우스 데어 쿤스트 예술감독)와 마리나 푸글리에세(밀라노 MUDEC 관장)는 남성 중심의 미술사에서 여성 작가들의 작업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고, 특히 환경 예술은 전시 종료와 함께 해체되어 기록이 어려웠기에 당시 여성 작가들은 미술사와 환경 예술사 양쪽에서 이중 소외를 겪어왔다고 말한다. 리움미술관과 함께한 이번 전시에서는 주디 시카고, 리지아 클라크, 라우라 그리시, 알렉산드라 카수바, 정강자, 레아 루블린, 마르타 미누힌, 타니아 무로, 난다 비고, 야마자키 츠루코, 마리안 자질라 등 11인의 작품이 실물 크기로 재구성됐다.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정강자의 ‘무체전’(1970/2026, 리움미술관 재구성)이다. 정강자는 1960~1970년대 신전동인과 제4집단으로 활동하며 회화, 퍼포먼스, 오브제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다. ‘무체전’은 이 같은 실험을 집약한 작가의 첫 개인전이자, 공간 전체를 하나의 환경으로 제시하는 작품이다. 1970년대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빛과 소리 촉각 등으로 구현한 이 작품은 당시 전시와 선동을 연관 지어 바라보았던 정부의 지시로 작가와 합의 없이 강제로 철거되었다. 검은 비닐 장막으로 둘러싼 공간 안에 들어서면 그 움직임을 감지해 바닥에 연무가 뿌려지고, 공습경보 같은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곧 이어 흰색 조명과 붉은색 조명이 교차로 들어오며, 놀란 관람객의 얼굴을 비추고, “여러분은 지금 나의 작품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러 도시를 거치며 전시 공간의 건축 구조에 따라 장소특정적으로 계속 변형되고 있는 마리안 자질라와 라 몬테 영의 ‘드림 하우스’(1966~) 또한 인상 깊다. 2003년부터는 자질라와 영의 제자인 작가 최정희와 협업하며 진행되고 있는 이 작품은 리움미술관 공간과 만나 ‘리움 26I IV 29 서울 드림 하우스: 사운드와 빛의 환경’(2026)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이들은 “그 자체의 생명과 전통을 지닌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시간 속에 존재하는 ‘드림 하우스’의 개념을 정립해왔다. 드림 하우스에 들어서면 보랏빛 조명과 함께 다소 낯설고 불안정하게 들리는 사운드가 공간 전체를 채운다. 공간 곳곳에 배치된 빛과 영상은 관람객의 위치, 시선의 높이, 몸의 움직임에 따라 다르게 감각되며, 빛의 색채와 소리의 울림 또한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처럼 작품은 고정된 형태의 설치물이 아니라, 관람자의 감각과 반응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주되는 하나의 살아 있는 환경처럼 작동한다.
이 밖에도 깃털을 가득 채운 방을 통해 남성 중심 건축사에서 단단한 재료가 가진 귄위에 대해비판하거나(주디 시카고, ‘깃털의 방’, 1966/2023,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 레플리카), 탄생, 죽음, 재탄생으로 이어지는 삶의 여정을 나일론 천을 이용한 유희적인 구조물을 통해 제시하거나(알렉산드라 카수바, ‘스펙트럼 통로’, 1975/2023,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 재구성), 근대화를 상징하는 터널을 남근에 비유해 PVC풍선으로 만든 구조물[레아 루블린, ‘침투/배출(플루비오 섭튜날에서)’ 1970/2023,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 재구성]을 선보이는 등 전시는 잊혀진 환경 예술의 시간을 다시금 재현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