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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모리슨 회고전

exhibition 2019.01.08


 

“작자 미상의 사물들이 지닌 고유하고 신비로운 특징과 자연스러움을 우리가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에세이 ‘원죄 없는 잉태 – 작자 미상의 사물들’(1996)에서 산업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평범한 일상용품의 미덕에 대해 논한다. 현실 세계에서 오랫동안 쓰이고 살아남는 사물들에서는 디자이너의 강한 자의식이나 판촉을 위한 수사 등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서울 중구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는 는 재스퍼 모리슨의 작업 세계를 돌아보는 전시다. 그는 1986년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래 평범함 속에 숨겨진 가치에 대해 줄곧 이야기해왔다. 앞서 인용한 문장에서도, 그로부터 20년 뒤에 후카사와 나오토와 공동기획한 <슈퍼 노멀>(2006)에서도 그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재스퍼 모리슨은 비트라, 무인양품, 삼성전자 등 세계 유수의 기업과 일하며 실용적이고 간결한 제품을 선보였는데, 이번 회고전은 이들을 종합해서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다섯 부분으로 구성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언어가 없는 세계’ 슬라이드 강의가 펼쳐진다. 그가 말없이 슬라이드만 보여준 1988년의 강연을 재구성한 것으로, 두 대의 영사기가 흰 벽에 이미지를 비추는 가운데 이국적인 음악이 배경에 깔린다. 상영되는 이미지들은 그에게 영감을 준 것들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구겐하임 뮤지엄에서부터 덴마크의 우체부, 스페인의 투우사까지 흥미로운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본 전시가 시작된다. 재스퍼 모리슨이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발표해온 레퍼토리를 총망라해서 보여준다. 대표작인 ‘생각하는 사람의 의자’, 공항 벤치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로우 패드’, 코르크를 분쇄•압축한 ‘코르크 패밀리’ 등 100여 종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아이디어 스케치, 제작 비화, 완성품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등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도록 참고 도판과 텍스트도 함께 배치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어서 3층에서는 ‘좋은 삶’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포토 에세이를 소개하고 있다. 깨진 화분, 속옷 상점, 나무 숟가락, 개수대의 배수관 등 전 세계에서 만난 사물을 섬세한 시선으로 기록한 것들이다. 끝으로 재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제품과 그가 선별한 생활용품을 소개하는 팝업 스토어, 그가 제작한 가구와 소품을 이용해볼 수 있는 라운지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강연에서부터 에세이, 그간의 작업들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된 회고전은 경쾌하게 둘러볼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의외로 단출하다. 전시는 3월 24일까지. <이성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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