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개의 방, 미완의 집>이 지난 7월 4일부터 26일까지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 열렸다. 하나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건축가와 건축주, 그리고 이를 기록한 사진작가가 함께 만든 전시다. 전시의 주인공인 ‘아홉칸집’은 화가 고경애와 그의 가족들(에이리가족)이 사는 집으로,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이 설계했다.
경기도 광주의 산자락에 지어진 이 집은 전형적인 주택과 모습을 거부한다. 내외부 모두 콘크리트가 노출되어 있으며, 3x3칸의 형식으로 총 아홉 개의 방으로 구성되며 방과 방은 복도 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과 부엌을 제외한 나머지 방들은 의도 없는 공간으로 건축주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언제든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두고 남성택(한양대학교 교수)은 “아홉칸집은 콘크리트 폐허처럼 보인다. 그러나 검소함 속에서 풍성한 삶의 예술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면서, “세상의 등지고 달팽이의 껍질 속으로 숨어든 것처럼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삶은, 실은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전혀 없는 커다란 창문으로 침실, 욕실 등의 은밀한 풍경까지 주변의 자연을 향해 여과 없이 노출될 만큼 개방적”(「SPACE」 605호 참조)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 전시에서 관객은 네임리스 건축의 설계 과정뿐만 아니라 건축주의 일상이 집을 채워가는 풍경을 노경의 사진을 통해서 보게 된다. 또한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누린 감각이 고스란히 투영된 고경애의 그림을 통해 아홉칸집을 경험할 수 있다. <박세미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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