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가족의 기억을 품은 집
이천 만화재(晩華齋)의 구상은 2017년 봄, 정년을 2년 앞둔 교수였던 건축주가 보낸 메일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대학졸업 후 유학과 해외에서의 교수 생활, 귀국 후 한동대학교에서 교직에 몸담았던 시기까지 47년간의 외지 생활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귀향을 계획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과거를 거슬러 마을과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마을은 신작로를 경계로 커다란 삼각형을 이루고, 삼각형 중점에 해당하는 위치에 낮은 언덕을 배경으로 그가 살던 옛집이 있었다. 건축주는 지금은 경작지가 되어버린 상수리나무 언덕과 저수지, 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던 히말라야 삼나무가 있던 마을 풍경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했다. 주변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이 집의 200년 넘은 안채는 건축주에게 중요한 기억의 장소였다. 그는 훼손된 마을 풍경의 회복과 오래된 안채의 재생에 대해 조심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한때 많은 가족과 이웃들로 북적였을 옛집을 두 사람만을 위한 거주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은 과감하게 밀도를 드러내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낮은 밀도의 건축과 최소한의 장치만으로 과거의 느슨한 중정의 공간 구조를 재현하며, 동네 풍경의 일부가 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200년 넘은 안채는 예산을 고려해 현대적인 공법을 접목해 재생하기로 했다. 동서로 긴 사랑채는 목재의 부후가 심해 해체하고, 대문을 경계로 두 개의 작은방을 갖는 서재와 주차장으로 채를 나누어 배치한다. 주차동은 목재 표면을 가지고 있어 스터코 마감의 안채, 서재동과 대비되도록 한다. 배치에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집을 이루는 혼성적인 성격은 현실적인 대안이면서 마을과 구별되기보다 그 일부로 작동하도록 의도된 것이다.

200년 된 한옥의 현대적 재생
해체 과정에서 상량문이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건립연도를 확인하지 못했으나, 건축주의 분석에 따르면 안채는 200년 이상되었다고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한옥의 모듈은 불규칙적인 데 비해 이천 만화재 안채의 기둥 모듈은 엄정하다. 예산 추사고택의 모듈이 그러한데 조선 후기에 형식화되는 성리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주인의 세계관이 담긴 집의 격을 잘 드러내는 특징이다. 오랫동안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서까래는 대부분 재생이 어려워 보였다. 기둥과 보를 이루는 고재의 테스트 결과 40% 정도 재활용이 가능했다.
우리는 건축주에게 옛 한옥의 보존과 재생 사이에서 경제성과 가치를 고려한 다소 복합적인 제안을 했다. 현대적인 공법의 외피와 재생한 한옥의 기둥과 보 구조의 조합은 하나의 유형이 될 수 있다. 안채를 해체해 부재마다 위치를 기억할 수 있도록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최대한 본래의 위치에 재배치하되 손상되거나 부족하면 덧대어 연결했다. 재생이 불가능한 기둥과 보는 집성목으로 대체하고 외피는 경골목구조 시스템 피막을 적용했다. 두 구법의 경계는 실내에 노출된 서까래인데 부정형한 형태의 한옥 보와 연결하는 데는 도리를 매개로 애매함을 조정했다. (글 조남호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 / 진행 방유경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조남호)
최수영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원두리 진상미로 1453번길
단독주택
1,532m²
173.09m²
173.09m²
지상 1층
2대
4.5m
11.29%
11.29%
한식 목구조, 경골목구조
스터코, 적삼목 사이딩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주)라임
코담기술단
(주)수피아건축
2017. 8. ~ 2018. 1.
2018. 4. ~ 2019. 1.
송성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