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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건축가] 지으며 알게 되는: 홍승석, 박재현, 이한별

사진
최은화(별도표기 외)
진행
김예람 기자
background

인터뷰 홍승석, 박재현, 이한별 3ab 공동대표 × 김예람 기자

 

 

저희에겐 시공이 중요해요 

 

김예람(김): 사무실이 굉장히 깨끗하네요. 창문에 붙어 있던 종이들도 안 보이고요.

홍승석(홍): 클라이언트와 소통할 때 창문에 인쇄된 자료를 빼곡히 채우는 편인데, 요즘은 줌(Zoom)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늘어서 핀업을 덜하는 것 같아요. 사무실로 오신다고 해서 종이를 안 붙이기도 했어요. 겸사겸사 테이프 자국도 지웠고요. (웃음) 

 

김: 사무소명인 3ab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홍: 건축에서는 결국 어떻게 짓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저희 셋이 모여서 계획과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해답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고민하는 저희의 모습이 드러나면 좋을 것 같아서, 세 명의 건축가가 아키텍트(architect)와 빌더(builder) 사이의 일을 한다는 뜻을 사무소 이름에 담았어요.

 

김: 세 분은 어떤 계기로 사무실을 같이 운영하게 되셨나요?  

홍: 20대 후반에 작은 규모의 인테리어 작업을 맡은 다음부터 5~6년 정도 대학원 공부와 일을 병행했어요. 새로운 재료와 생산방식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그걸 공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공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방향을 추구하던 박재현 소장과 일을 시작했죠.

박재현(박): 저는 설계사무소에서 3년 정도 일한 다음 시공사로 이직을 했는데, 그때 계획 단계에서 구상한 시공 디테일이 건물의 완성도를 얼마나 좌우하는지를 깊이 깨달았죠. 그런 디테일을 제안할 수 있는 시공사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학부 동기였던 홍 소장을 만나 의기투합하게 됐어요.

이한별(이): 전 대학원 졸업 이후 공간사업 기획자로 일했어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이야기와 그걸 풀어내는 논리와 실행할 전략을 잘 구축해야 해요. 그다음에는 좋은 설계자와 시공자를 만나야 하죠. 두 사람과 함께 사무소를 꾸리면 이 모든 과정을 패키지로 묶은 사무소를 만들 수 있겠단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합류했고, 그때 사무소 이름을 3ab로 바꾼 거죠. 

 

 

화려함과 차분함의 경계에 있어요

 

김: ‘나래바’(2018)에 대해서도 여쭤볼까 해요. 애주가로 알려진 코미디언 박나래 씨가 어떠한 공간을 의뢰했나요? 

이: 아직도 첫 미팅 때 해주셨던 말씀이 강렬하게 기억이 나요. “집이 아니라 술집이라 생각하고 만들어주세요”라는 요청이 당황스러웠지만 나중에는 이게 디자인에 관한 문제를 풀어나갈 디딤판이 됐어요. 

 

김: 클라이언트의 개성이 뚜렷해서 공간을 디자인할 때 사무소의 특색을 반영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박: 워낙 화려한 디자인을 요구받다 보니 저희가 주로 해온 차분한 톤의 작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저희가 프로젝트를 해석하고 풀이해나가는 데는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동안 주어진 공간을 분석하고, 이용 방식에 따른 쓰임을 고민하고, 새로운 재료를 활용하거나 제작 디테일에 관한 아이디어를 더하는 방식을 반복해왔으니까요. 

 

김: 나래바에서 아크릴을 사용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홍: 인테리어의 기본적인 모티브가 된 원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가공이 비교적 용이한 재료가 필요했어요. 그리고 갖가지 도구를 사용하는 주방이기 때문에 손상 후 원상복구가 어렵지 않아야 했죠. 이 조건들을 나열해보니 결국 아크릴만 남았어요. 당시 원하는 색상과 광택을 구현하려고 발품을 엄청 팔았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김: ‘김포 타운하우스 리모델링’(2020)에서도 색을 과감하게 사용하셨어요. 이곳의 집주인도 개성이 뚜렷한 분이셨나봐요. 

홍: 틀에 박히지 않은 주거 공간이 생활과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었어요. 개성만큼이나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주관이 아주 뚜렷하셨죠.

 

김: 주거 공간에서 찾아보기 힘든 붉은색 계단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이: 설계할 때 ‘주거 공간은 이래야 한다’는 사고를 피하려고 노력했어요. 붉은색 계단은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연결하면서 개념적, 시각적으로 집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요. 색상을 통해 처음 보는 듯한 생경함을 의도하고, 바닥 마감재로 카펫을 사용해서 안락함을 느끼게 했죠.

 

김: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요. 자리를 옮겨서 마저 이야기 나눌까요?

홍: 좋아요. 그럼 성수동에서 다시 뵈어요.

 

 

대화 중인 홍승석, 이한별, 박재현

 

나래바(2018) / ⓒSong Yousub​

 

 

공사 현장은 종잡을 수가 없어요

 

김: 먼저 도착하셨네요. ‘레이어10’(2020) 옆에 있는 저 건물도 설계하신 건가요?

홍: 공장 기숙사로 쓰이던 카페와 말씀해주신 스튜디오 건물의 파사드를 디자인했어요. 스튜디오 건물은 얼마 전부터 기아자동차가 임차하면서 입면을 바꿨다고 들었어요. 


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들었어요.

홍: 저희 셋이 함께 작업한 첫 프로젝트이면서 사무소의 정체성을 만들어준 작업이라 더 마음이 가요. 레이어10을 지으면서 단순히 예쁜 건물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획과 시공 측면에서 합리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3ab의 장점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김: 물결치는 모양의 유리 블록이 인상적이에요.

이: 유리 블록이 가진 이중성이 흥미롭죠. 무거워 보이지만 그렇게 무겁지 않고, 빛을 투과하는 벽돌인데 빛을 반사하기도 하잖아요. 유리 블록은 패턴과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저희가 사용한 건 양쪽에 각각 굴곡진 면과 판판한 면을 지닌 유리 블록이었어요. 시공했을 때 안과 밖의 모습이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재료죠.

 

김: 유리 블록은 직접 디자인하신 건가요?

박: 저희가 디자인한 거라면 더 좋았겠지만 기성제품이에요. (웃음) 라파엘 모네오의 데우스토 대학교 도서관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된 ‘도릭(Doric)’이라는 제품이에요. 이 유리 블록을 공사 현장에 가져오기 위해서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들을 겪어야 했죠. 팬데믹 때문에 유리 블록을 싣고 오는 선박이 중국 상하이의 한 항구에 두 달 가까이 강제 정박을 당했거든요.

홍: 아주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건물 외피를 먼저 완성하고 내부 공사를 진행하잖아요. 하지만 저희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죠. 목표로 삼은 준공 기한이 점점 다가오는 상황에서 유리 블록이 도착하지 않아서 다른 공정을 진행하는 데도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클라이언트와 협력 업체에게 공정을 거꾸로 뒤집자고 제안했어요. 건물 절반을 철거한 상태에서 실내 공사를 먼저 진행하고, 그다음에 지붕과 천장을 시공하고 유리 블록을 붙였죠. 힘든 도전이었지만, 순서를 뒤바꿔도 정교하게 시공할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웃음)

 

김: 지난 일이라서 덤덤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웃음) 공사 당시에 촬영된 사진을 보면 현장이 꽤 어수선했던 것 같은데요.

박: 사진에 담긴 것보다 실제 현장은 훨씬 더 복잡했어요. 저희가 맡은 카페 건물뿐만 아니라 촬영 스튜디오로 사용될 모든 건물의 공사가 같은 시기에 진행되고 있어서, 목업 테스트를 할 만한 공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결국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시뮬레이션을 마친 다음에 현장에 시공할 재료와 부품을 결정했어요. 

 

김: 예전에 레이어10이 광고에 나온 적 있지 않나요? 비율은 좀 달랐던 것 같은데 유리 블록이 여기에 시공된 재료랑 똑같아 보였거든요.

이: 아무래도 클라이언트가 사진작가이기 때문에 카메라에 어떠한 공간을 담기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레이어10을 설계하면서 몇 가지 장면을 예상하기는 했는데, 광고에 담긴 모습은 저희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라 아주 신선했어요. 이런 방식으로 건축도 포스트-프로덕션 될 수 있다는 걸 느낀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웃음)

 

 

지어지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는 걸요

 

​김: 포트폴리오를 보니까 설계공모를 통해 지어진 건물은 없더라고요. 혹시 설계공모에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홍: 설계공모에서 좋은 결과를 내려면 사무소의 역량을 단기간에 집중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많은 공모전에 도전할 만큼의 여유를 찾지 못했어요. 그래도 의미 있는 현상 공모에는 꼭 참여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김: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가 열렸을 때는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으셨군요.

홍: 여유가 있었다기보다는,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컸던 공모전이에요. 저희는 광장을 만들지 않고, 광화문에서 서울역을 잇는 선형 녹지보행로를 만들고, 사대문 안의 인프라를 보행로에 연결시키는 설계안을 제출했어요. 광장이 아니라 길을 만들었으니 설계 지침을 벗어난 제안이긴 했지만, 저희가 해석한 광화문 광장의 역할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박: 아마 탈락이 아니라 4등을 한 거라 추측하고 있어요. (웃음) 

 

김: 마켓컬리 사옥 설계공모에도 참여하셨잖아요.

홍: 저희가 야근을 거의 안 하는데 그 공모 때문에 새벽 네 시까지 설계를 한 적이 있어요. 직원들이 너무 고생해서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려고 했는데 그날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차가 미끄러졌어요. 

이: 차에 타고 있던 모두가 말은 안 했지만 낙선의 징조를 느꼈을 거예요. (웃음) 비록 사옥 설계를 맡지는 못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큰 설계면적을 다루면서 여럿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을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레이어10(2020) 외관
 

레이어10(2020) 내부
 


 

 

저희가 어떤 사무소 같나요?

 

​김: 지금 시점에서 어떠한 고민을 하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홍: 하나의 건물이 잘 완성되려면 계획, 디자인, 시공 파트가 아주 긴밀한 관계를 이뤄야 해요. 그 관계를 잘 구축해서 좋은 공간을 짓는 게 저희가 목표로 하는 모습이고요. 더 제대로 하기 위해 최근에는 종합건설 면허도 취득했어요. (웃음) 목표에 대해서는 흔들림 없이 전진 중인데 가끔  ‘우리 이런 사무소예요’라고 어필을 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어요. 처음 만나는 클라이언트들이 3ab가 건설업 면허를 가지고 시공까지 수행하는 사무소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시더라고요.​

 

김: 일상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시는 건 어때요?

박: 그래서 SNS에 현장 사진을 업로드 하고 있어요. 현장의 생생함과 그날그날의 고민 또는 생각을 담아 올리는데, 보시는 분들한테는 매번 반복적인 사진처럼 느껴질까봐 우려스럽긴 하죠. (웃음) 준공 후에 저희끼리 사진을 보면서 시공 과정을 되짚어볼 때가 있는데요. 앞으로는 저희만 아는 현장의 수고스러움과 훈훈한 이야기를 SNS와 관계없이 기록하려고 해요. 

이: 열심히 기록을 남기기 위해 홈페이지에 뉴스 탭을 만들었는데요. 현장 소식뿐만 아니라 3ab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프로젝트마다 느끼고 고민하고 있는 것을 소소하게 글과 사진으로 표현해보고 있어요. 

 

김: 편집자로 활동하시는 거네요. (웃음) 

이: 그런 셈이죠. (웃음) 이렇게라도 저희가 활동하는 모습이나 안고 있는 고민을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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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석·박재현·이한별은 12월호에서 스스로의 오늘을 들려줄 사람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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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석
홍승석은 경희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공간디자인스튜디오에 출강 중이다.
박재현
박재현은 경희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한울건축사사무소와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후 (주)사람중심에서 다양한 시공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한별
이한별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수료했다.
공간개발 스타트업 아토컴퍼니에서 공간(부동산) 기획, 신사업 기획 프로젝트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