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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편(非便)한 공간의 풍요로움: 운중동 친구네집

정재헌 + 모노건축사사무소

정재헌
사진
박영채
자료제공
모노건축사사무소
진행
최은화 기자

 

창호 이건창호

 

붙박이장, 주방가구 개마

벽체마감▶​ 가윤산업(화이트오크 원목, 무늬목​)

바닥마감▶​ 지복득마루(오크원목마루​​)

 

 

집의 형상은 언뜻 ㄷ자형으로 보이지만 내부 공간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아래채와 위채로 나뉘는 11자형이다. 아래채는 낮은 경사 지붕을 가진 필지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진 다면체이고 위채는 평지붕을 가진 직육면체이다. 이 집은 긴 동선을 가졌다. 아래채 하부를 통해 진입한 마당을 거쳐 별채와 본채 현관 그리고 지하 다목적실로 각각 들어갈 수 있다. 움직임을 통해 경험을 극대화하는 곳이 전이 공간이다. 이 공간들이 풍요로움을 가질 때 작은 집이지만 품격과 격조가 드러난다. 실내 면적을 줄여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외부 공간을 만들었다. 마당과 연결된 곳이나 아래채와 위채가 만난 곳에 마루와 같은 반외부 공간이 있다. 이곳을 통해 방과 방, 채와 채 사이가 나뉘어진다. 내외부 공간이 결합된 형식으로 계절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중심 공간보다 부속 공간을 강조했다. 가족 구성원이 단촐해짐에 따라 방 개수나 거실 면적을 줄이고 생활의 편익성을 주는 식당, 부엌, 화장실, 옷방, 다용도실을 확장했다. 더 여유로운 생활을 경험하길 바랐다. 집은 불편(不便)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편해 보이는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님을 우린 아파트에서 이미 경험했다. 이 집은 때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집이다. 우리가 익숙한 아파트의 편리한 공간 구조와 기능에 반하고 대척점에 있는 집이지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재료, 질감, 소리, 기억이 담겨 있다. 그리고 판교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보여주기 위한 집이기보다 친구 집처럼 이웃과 어울리고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편안한 집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요즘 사용되는 비혼(非婚)이라는 단어에는 일반적인 상태나 상황을 넘어서는 개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같은 것이다. 건축가인 친구의 의지와 건축주인 친구의 마음이 닿아 만든 이 집이 비편(非便)한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리라 기대한다. (글 정재헌 / 진행 최은화 기자)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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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정재헌(경희대학교) + 모노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김홍일, 김영찬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40㎡

건축면적

119㎡

연면적

285㎡

규모

지상 2층, 지하 1층

주차

2대

높이

8m

건폐율

49%

용적률

87%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고벽돌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페인트, 화이트오크

구조설계

(주)은구조 기술사사무소

기계설계

(주)주성이엔지

전기설계

(주)한길엔지니어링

시공

(주)제효

설계기간

2019. 10. ~ 2020. 5.

시공기간

2020. 6. ~ 2021. 8.

건축주

진현기

조경설계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김용택)

가구 디자인

개마


정재헌
정재헌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벨빌 국립건축대학에서 앙리 시리아니의 지도를 받았다. 미셸 카강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귀국하여 1998년 아틀리에를 열었다. 현재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다음 세대를 이끌 건축가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모노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삶을 짓는 건축가로 디자인 열정을 쏟고 있다. 도천라일락집으로 서울시건축상 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는 등 완성도 높은 작품들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양평 펼친집, 호시담, 판교 요철동, 오륙도 가원레스토랑, 동검리주택단지, 두물머리 주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