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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이 만든 질서: 결구헌

안수인 건축사사무소

안수인
사진
박영채(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안수인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지아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2023년 4월호 (통권 665호) ​

 

 

 

이곳에 각기 다른 시간을 각기 다른 사람이 채우는 풍경이 있다. 아침이면 누군가는 출근하러 집을 나서고, 누군가는 출근해서 이곳에 온다. 정오가 되면 점심시간 직장인들로 거리는 북적이고, 저녁이면 식당이며 카페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과 양재천을 향하는 사람들이 한 프레임에 담긴다. 바로 그 흔한 2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이면도로 길모퉁이에 자리한 대지는 이토록 평범하게 북적이는 동네의 축소판이다. 그렇게 카페, 레스토랑, 사무실, 원룸, 투룸, 펜트하우스까지 동네의 모든 기능이 한 대지 위로 모인다.

 

기능과 공간의 결구

결구헌은 탁자의 모서리에 모인 각 부재의 결구처럼, 도로의 길모퉁이 땅에 모인 각 기능과 공간 사이의 결구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집이다.​ 사방탁자의 모서리에는 여러 부재가 모여든다. 결구를 풀어 살펴보면 단순해 보이는 외관과는 대조적으로, 각 부재가 톱니바퀴처럼 서로를 얽은 채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그 자체로도 구조적으로 아름답지만, 이를 드러내며 자랑하지 않는 고요함이 엿보인다. 사방탁자의 간결한 골격이 주는 미학은 온전하게 얽은 결구로부터 시작된다.

 

 


다섯 개 층을 얽는 구성

1, 2층은 근린생활시설 3, 4, 5층은 다가구주택이다. 임대 가구에 큰 비중을 두고자 했으나, 세 개 층의 다가구주택 중 4, 5층을 건축주의 주거 공간으로 할애하면서 남은 층은 한 개 층뿐이다. 그렇게 가장 작은 면적을 차지하는 3층은 면적 대신 공간을 키웠다. 채광과 향, 공간과 동선을 고려해 각 가구를 나누고, 여유 있는 2층 면적을 활용해 스킵플로어를 적용했다. 이는 지층에서 높은 층고의 근린생활시설과 맞물리며 가로변에 개방감 있는 공간을 선사한다. 레벨 차로 인한 유격으로 1층과 2층 사이에는 소통할 수 있는 틈이 생겼는데, 이를 엮어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주었다. 이처럼 용도에 따라 구획된 공간은 단순히 수평의 층으로 구분되지 않고, 저마다의 부피들이 쌓여 서로 얽힌 상태로 존재한다.

 

 


흐르는 구조

각 공간을 얽는 결구의 틈을 따라 구조는 흘러내린다. 다시 말해 공간의 중앙을 관통하는 구조체가 없도록 얽힌 공간 사이로 구조체를 세운 것이다. 예컨대 건물의 중심을 받들고 있는 기둥은 1층 근린생활시설의 중앙에 서지 않고 2층에서 전이된다. 다가구주택의 내부 구획 역시 기둥이나 구조벽이 아닌 칸막이로 세워졌다. 공간의 중앙에 하나의 기둥을 세우는 것은 바둑의 첫수처럼 공간을 사용하는 정석을 만든다. 하지만 사용자가 특정되지 않은 임대 공간에서 필요한 것은 정해진 공식이 아닌 유연한 가능성이다. 실내의 벽체는 공간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

 

ⓒKim Jemin

 

가로와 소통하는

도시와 건물은 지층에서 소통한다. 상가를 이용하는 손님에게, 주택에 사는 거주자에게 그리고 동네를 오고 가는 이웃에게 1층은 마중 나온 공간이 된다. 건물 안쪽 다가구주택의 주 출입구는 높은 층고로 시원하게 열린 진입로와 함께 전면에서 셋백되어 있다. 또한 대개 건물 뒤편 자투리 공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기 마련인 조경은 도로에 나와 건물의 네 귀퉁이를 덜어낸 곳에서 동네의 화단으로 자리한다. 도로의 모퉁이를 열어 출입구를 둔 1층의 근린생활시설은 가장 전면에서 동네와 마주한다. 지층과 접하지 않은 2층의 근린생활시설은 임대를 고민한 건축주의 요구에 의해 그 면적을 줄이고, 줄어든 면적만큼 1층의 천장을 높였다. 그 높이를 온전히 밖으로 열어 동네와 접하는 표면을 늘렸다. 2층에서는 1층 너머로 동네를 바라보게 되고, 2층 근린생활시설은 지층과 접한 아래층과 묶여 하나의 공간을 이룬다.

 

 

좁지만 풍요로운

3층 다가구주택은 좁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킵플로어를 적용했다. 현관과 같은 레벨에 화장실과 침실을 놓고, 거실은 반 층 아래로, 다락은 반 층 위로 두었다. 그 사이 공간은 높은 층고만큼 세로로 긴 창으로 온전히 열어 개방감을 더했다. 향을 고려해 두 가구의 거실은 남서쪽 정면을 향하도록 하고, 대지 모서리를 만나는 세대는 배치를 비틀어 남동향인 뒤편으로 거실을 보냈다. 이 경우 두 개 도로에 접한 가구임을 고려해 건물의 모서리로 나온 침실은 한 켜를 뒤로 물려 평면을 다듬고, 물러난 켜의 옆으로 벽을 세워 도로에서의 시선을 걷어냈다. 모든 가구는 켜를 두어 외벽으로부터 뒤로 물러난 공간을 가지는데, 이는 시선을 차단하는 가벽이 되기도 하고 외부와 마주하는 발코니가 되기도 한다.

 

 

 

 

집 속의 집

4, 5층의 주택은 위계로 보면 집 속의 집이고, 형상으로 보면 집 위의 집이다. 도시 위로 올라선 전원주택처럼 건축주는 전면으로 시원하게 열린 창과 여유롭게 자리한 다양한 외부 공간을 원했다. 4층에서는 전면을 향해 전창을 내고 아래층과 마찬가지로 한 켜를 뒤로 물려 얇고 긴 테라스를 두었다. 그 바깥으로 난간이 되는 낮은 시선의 담을 쌓아 도시와의 완충 공간을 만들었다. 5층에서는 외부 공간이 주택 안으로 깊게 파고들어 중정의 마당을 형성한다. 5층의 침실은 마당을 향해 환히 열리고, 마당으로 떨어지는 햇빛은 복층으로 시원하게 뚫린 4층 거실까지 파고든다. 동시에 시선의 높낮이 차이로 4층 거실과 5층 침실의 시선은 교차하지 않으며 개방감과 프라이버시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글 안수인 / 진행 김지아 기자)

 

 

 

월간 「SPACE(공간)」 4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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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안수인 건축사사무소(안수인)

위치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용도

다가구주택,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69.5㎡

건축면적

161.47㎡

연면적

524.85㎡

규모

지상 5층

주차

6

높이

16m

건폐율

59.91%

용적률

194.75%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치장벽돌쌓기,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도장

구조설계

(주)구조인디자인연구소

기계,전기설계

(주)원이엔씨

시공

코아즈건설(주)

설계기간

2021. 2. ~ 8.

시공기간

2021. 10. ~ 2022. 8.


안수인
안수인은 안수인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며 대한민국 건축사다. 중앙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아르키움에서 공간의 열림을 화두로 다양한 작업을 경험했다. 2019년 안수인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후 서울을 기반으로 도시의 일상을 고민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골목안집, 두겹집 등이 있으며, 용인시의 공공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