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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을 구원할 도시 농업: 레베 그린 파밍

AC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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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ME(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ACME
진행
한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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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3년 6월호(통권 667호​)​ 

 

 

 

슈퍼마켓을 구원할 도시 농업 

프리드리히 루데비히 ACME 대표 × 한가람 기자

 

한가람(한): 클라이언트는 독일에서 대형 슈퍼마켓 체인 ‘레베’를 운영하는 회사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레베만의 개념을 규정하고 고수해왔다. 

프리드리히 루데비히(루데비히): 레베는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슈퍼마켓 브랜드로, 현재 매장을 3700개 이상 관리하고 있다. ‘그린 빌딩’ 개념은 레베가 지속 가능한 슈퍼마켓을 짓는 기준이다. 고효율 냉장 시스템, 효과적 단열, 난방·환기·조명 기술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슈퍼마켓에 비해 40% 절감한다. 레베는 2009년부터 독일에 200개 이상의 친환경 건물을 건설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처음 적용한 ‘그린 파밍’ 개념은 그린 빌딩 전략을 개혁했다. 이 새로운 기준은 지속가능성을 건물에만 한정하지 않고 한 단계 끌어올려, 구매자에게 지속 가능한 선택지를 제공해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초점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지역에서의 먹거리 생산을 늘리는 것에 있다. 식료품점의 미래는 시장의 원형으로 돌아가 신선하고 제철인 지역 농수산물을 맞이하는 데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 비스바덴에 들어선 레베 그린 파밍은 기존의 그린 빌딩 개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슈퍼마켓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시도다. 2016년에 슈퍼마켓 설계 경험이 전무한 여섯 명(팀)의 건축가를 대상으로 공모전이 열렸다고 들었다. 

루데비히: 공모전은 익명으로 진행됐고, 클라이언트는 한 프로젝트만을 위한 일회성 설계가 아닌 1년에 25개 건물을 짓기 위한 프로토타입 설계를 원했다. 슈퍼마켓과 농장을 결합하고 지속 가능하며 적정 가격에 시공할 수 있어야 했다. 레베의 그린 빌딩 개념은 환경 부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인간과 식량을 잇는 면에서는 부족했었다. 우리는 휴먼 스케일과 상징적 건축으로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려 했다. 눈에 잘 띄는 단순한 목구조로 건축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줄지어 선 기둥으로 인간 친화적인 쇼핑 경험을 꾀했다. 이러한 공간감은 대형 창고 형태의 슈퍼마켓과 대비된다. 

 

한: 당신은 어디에서나 다양한 여건에 적응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제안했다. 시골, 교외, 도시에 따라 형태와 프로그램 구성 등은 어떻게 달라지나? 그중에서 레베 그린 파밍은 어떤 유형을 대표하나? 

루데비히: 레베 그린 파밍은 비스바덴이라는 지역 조건을 고려했을 때 교외에 적합한 유형이다. 구성은 단층의 시장 위로 농장을 얹었다. 장소에 맞춰 층수나 크기에 변화를 준다면, 도심의 경우 1층에 시장이 자리하고 그 위로 몇 개 층에는 주거나 사무실이, 꼭대기에는 농장이 위치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농장이 없을 수도 있다. 현재 우리는 레베의 디자인 가이드와 입지 특성에 따른 프로토타입을 설정하는 일에 몰두 중이다. 성공의 열쇠는 프로토타입 적응력과 최적화에 있다.

 

 

ⓒJeva Griskjane 

 

 

 

한: 유연한 건축이 가능한 데에는 철근콘크리트조와 결합된 모듈식 목구조도 한몫한다. 구축 방식과 구조 시스템의 특장점을 설명해 달라. 그리고 레베는 주로 동유럽에 분포되어 있는데, 구조 형태를 동아시아 건축에서 차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루데비히: 우리는 교차된 목재를 통해 하중을 전달하면서도 감각적이고 흥미로운 천장을 만드는 일본과 중국의 전통 건축에 감명받은 바 있다. 이 프로토타입의 목구조는 고도 기술보다 나사 조립으로 단순하게 구축된다. 모듈 방식 덕에 매장 규모와 형태에 맞춰 재구성할 수 있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표준 목재를 이용한다. 

목구조 설계는 엔지니어링 회사 크니페르스헬비히(Knippershelbig)가 맡았다. 집성재(안쪽은 가문비나무, 바깥쪽은 낙엽송)로 만든 기둥(480×480mm)은 8×8m 격자로 서서 목재 패널과 보로 구성된 천장 구조를 지지한다. 주두의 기본 구조는 집성보(120×200mm)가 12개 층으로 교차 적층된다. 13번째 레이어는 주두와 14~15번 집성목 레이어, CLT(구조용 직교집성판, 100mm) 지붕 구조체를 연결한다. 주두는 건물의 주요 요소로 디자인, 기능, 지속가능성, 지지 구조를 결합하고 있다. 풍하중을 견디는 수평 강성은 서비스 공간의 벽체와 지붕 구조를 연결해 확보했다. 두 개 층 규모의 서비스 공간, 지면에 맞닿은 베이스 플레이트와 깊은 기초는 철근콘크리트로 구성된다. 

 

한: 슈퍼마켓과 농장의 결합은 어떤 경험을 주며 농업은 슈퍼마켓에 어떻게 기여하나? 

루데비히: 이곳은 현지에서 재배되고 준비된 농산물을 공개적으로 전시한다. 온실에서는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를 결합한 아쿠아포닉스 농업이 이뤄진다. 농업은 일상 활동인 장보기에 통합돼 농업에 대한 대중의식을 고취한다. 물결치는 목재 천장에서 잘려 나온 듯한 중앙 아트리움은 시선을 온실로 유도한다. 슈퍼마켓의 개방감과 투명성을 위해 서비스 공간은 건물 양 끝에 두 개의 소형 박스 공간에 모았다. 박스 1층에는 카페, 창고, 온라인 주문 수령 공간이, 2층에는 물고기 양식장이 있다. 손님은 카페 내 원형 계단을 올라 아쿠아포닉스 농장을 구경할 수 있다. 보안과 청결 등의 문제로 대중이 생산과정에 직접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취한 조치다. 농장에서는 매년 약 10톤의 농어와 틸라피아, 80만 개 화분의 바질을 생산한다. 재배 시스템은 수직 농법을 활용해 식물에 빛과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고 연중 안정된 생산을 보장한다. 슈퍼마켓의 측면 그리고 온실 바로 아래에 있는 물고기 양식장에는 대형 수조 13개를 배치했다. 물은 양식과 농업에 두 번 쓰이며 물고기 배설물은 식물의 자연 비료가 된다. 이처럼 순환경제 개념에 입각한 농법으로 바질은 살충제나 항생제 없이 재배되며, 아래 판매 공간에서 생바질, 바질 페스토, 소시지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된다.

 

ⓒJeva Griskjane 

 

한: 판매와 생산 공간은 효율이 중요한 만큼 설비 계획 등이 중요했을 것이다.

루데비히: 식물과 인간이 선호하는 온도 차이로 판매와 생산 공간이 분리돼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 내부에 결로가 생기기 때문에 아트리움은 단열 유리 시스템을 적용했다. 물고기와 식물을 위한 물 무게가 예상을 훨씬 웃돌기도 했다. 슬래브와 바닥 마감재를 선택할 때 이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고려했다. 습하고 물이 많은 공간 아래에는 청결에 예민한 시장과 서비스 공간이 있어서 방수 계획도 세심하게 설계했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판매 공간과 생산 공간의 직접적 연결은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한 농장의 생산품이 지역 먹거리 네트워크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한: 세계적으로 도시 농업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종종 한계에 부딪히는 사례를 접할 때도 있다. 도시 농업의 성패는 어디에 달려 있다고 보나? 

루데비히: 미래에 식량 생산방식은 더더욱 다양해질 것이며 그중 하나가 도시 농업일 것이다. 도시 농업은 폐쇄된 공간에서 토양 없이 재배가 가능하며 전통 방식과 달리 수확량이 많고 일정하다. 도시 농장 네트워크가 경제적으로 실현되려면 각 농장은 생산 작물과 현지의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 한 농장 내에서 여러 작물을 기르는 건 한 농작물에만 생장 환경을 맞출 수 없기에 시설 원예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지 못한다. 특정 장소에 적합한 도시 농장 시스템을 결정할 때는 기후, 부지 면적, 자금, 기대 수확량 등을 고려해야 한다. 레베 그린 파밍은 농업 회사(ECF Farmsystems), 도시 농부, 유통 및 판매 업자와의 협업으로 지속적 성공을 돕는다. 도시 농업의 성공에는 생산을 판매 네트워크와 밀접하게 엮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월간 「SPACE(공간)」 667호(2023년 6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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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루데비히
프리드리히 루데비히는 베를린 공과대학교와 예술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AA 스쿨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에 ACME를 설립하여 런던, 베를린, 마드리드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ACME 전반에 걸친 디자인 검토를 맡고 있으며, 대표작으로 런던의 스트랫퍼드 파빌리온(2021), SAB 라이프치히(2021), 코프르 베이 브리지(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