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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뒷모습이 품은 세계: 백 오브 더 하우스

방콕 프로젝트 스튜디오

사진
스페이스시프트 스튜디오
자료제공
방콕 프로젝트 스튜디오
진행
윤예림 기자
background

​「SPACE(공간)」 2023년 7월호 (통권 668호)   


집의 뒷모습이 품은 세계

인터뷰 분섬 프렘타다 방콕 프로젝트 스튜디오 대표 × 윤예림 기자

 

윤예림(윤): 백 오브 더 하우스는 여러 차례 개조되어온 오래된 두 목조 가옥을 철거 후 신축한 프로젝트다. 대지와 기존 건물이 지닌 역사를 들려 달라. 

분섬 프렘타다(프렘타다): 방콕 도심에 위치한 백 오브 더 하우스는 주택과 아파트, 주요 지하철역, 시장, 수로 등 다양한 도시 풍경에 둘러싸여 있다. 태국의 철도 중심지인 방수 기차역에 근접해 있는데, 원래는 철도 기관사들을 위한 사택이 있던 곳이다. 기존 건물은 철거와 재건, 그리고 세 번의 증축을 거치면서 구조가 손상됐고 대지가 지상층보다 내려앉게 되면서 침수 피해를 자주 겪고 있었다. 이런 열악한 조건 때문에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나와 온 가족을 수용할 수 있는 새 집을 건축하기로 결정했다. 준비된 예산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건설사를 고용하지 않고 2~5명의 인원으로 직접 시공을 했다. 재정이 불안정할 때면 공사를 중단했다. 그러다 보니 2016년 5월에 시작한 공사가 2023년까지 총 7년이 걸렸다.

 

윤: 건물은 마을의 주요 수로와 도로에서 한 켜 안으로 들어온 골목길에 위치한다. 시각적으로 방해받지 않기 위해 건물의 전면과 측면을 최대한 가렸는데, 이 건물이 주변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궁금하다. 

프렘타다: 눈을 감아도 감각은 계속 활동한다. 귀는 소리를 듣고, 피부는 온도를 느끼며, 코는 냄새를 맡는다. 이 집도 마찬가지다. 시각이 차단된다고 해서 맥락을 지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 맥락과 상호작용하는 집을 만드는 방식에는 여러 길이 있다. 주변의 혼란과 눈에 거슬리는 풍경에 더 기여하지 않고 차분한 건물을 설계함으로써 이 장소를 존중하고자 했다. 이 집은 크지만 겸손하며, 뒤로 돌아섰지만 단절되어 있지 않다.

 

윤: 내부에 들어서면 반전된 풍경이 펼쳐진다. 하늘을 향해, 그리고 뒤편의 숲을 향해 열려 있는 집 후면의 중정이 등장하는 것이다. 

프렘타다: 집을 설계하며 사생활과 주변 환경 사이의 균형을 지키되, 집의 후면이 강조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집의 주 요소 중 하나이며 삶과 도시를 변화시킬 만한 잠재성을 지녔음에도 간과되는 뒷모습의 중요성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라는 생각이었다. 집의 후면은 폐쇄되어 있으면서도 바깥 세계를 품는 공간이어야 한다. 예컨대 바람, 햇빛, 도시와 하늘의 경치가 온종일 생동감을 연출하는 중정처럼 말이다. 이 집은 외부에서 보면 예측 불가하며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집의 후면부터 하늘까지 단 하나도 숨김없이 내비치고 놀라움을 선사한다. 면의 중정은 일반적인 뒷마당과 다르게 안과 밖이 뒤바뀐 공간으로 설계했다. 외부와 내부, 사람과 자연 사이에 균형을 만들고 시각, 촉각, 후각, 온도에 대한 감각을 연결하기 위해서이다. 중정은 내부 공간의 50%를 차지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용하고, 서로 뒤섞는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

 

 

 

윤: 백 오브 더 하우스는 당신의 집이자 방콕 프로젝트 스튜디오의 사무소다. 평면 구성이 한 가정의 집이기보다 공동 주거나 근린생활시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쓰임은 어떠한가?

프렘타다: 나는 업무와 삶을 같은 것으로 여기며 집과 사무실을 나누지 않는다. 둘이 하나의 삶에 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게 삶이란 일이며 여가 또한 일이다. 이 집에 대해 어떻게 하면 집 같지 않은 집을 만들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하면 집 그 이상의 집을 만들 수 있을지를 질문했다. 단순히 주택만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닌 각 방이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그램화될 수 있는 집을 원했다. 백 오브 더 하우스에는 지정된 거실이 없고, 중앙의 홀이 거실이자 손님방, 다이닝룸이자 업무 공간, 회의실이 되어준다. 한 공간을 공유하는 생활 영역과 업무 영역이 계단과 중정을 통해 서로 연결되면서 나뉘어진다. 중정 공간을 휘어 도는 계단에서는 중정 그리고 그 너머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부모님, 아내와 나, 그리고 아이들까지 총 3세대를 위한 다섯 개의 침실과 오피스 공간이 건물의 양끝에 위치하며, 모두 동일한 면적으로 설계됐다. 각 세대가 같은 크기의 개인 공간을 가지며 공용 공간은 함께 즐기도록 한 것이다. 대개 같은 크기와 디자인의 일반적인 공간들의 집합은 그 자체만으로 자연스럽게 흥미를 일으킨다.

 

윤: 이 집이 집 같지 않은 데에는 재료와 가구도 한몫한다. 벽돌의 맨 질감이 내부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피부에 와닿는 거칠고 차가운 촉감이 상상된다. 가구 역시 없고 침대마저 이동식 매트리스로 대신한다. 

프렘타다: 나는 가구를 오브제가 아닌 장소로 본다. 바닥은 그저 발을 디디는 곳이 아니며 그 위에서 우리는 많은 활동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집의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하느냐가 핵심이다. 바닥에 놓인 매트리스는 공간이 비어 있다는 느낌을 극대화한다. 공간을 유연하게 유지하고 언제든지 다양한 기능을 수용할 수 있도록 가벼운 가구 몇 개만 두었다.

 

 

 

윤: 주재료인 회색 벽돌은 당신이 칸타나 영화 애니메이션 연구소 프로젝트(2011)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개발해온 것이다. 석탄 폐기물인 플라이애시에 각종 지질 재료를 배합하면서 밀도, 색상, 질감, 무게, 강도를 실험했다고 들었다. 

프렘타다: 시멘트 제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험을 진행했고 다양한 비율의 시멘트, 모래, 자갈과 15%부터 50%의 플라이애시의 혼합을 시도했다. 결과물로 여덟 가지의 벽돌 타입을 개발했는데, 모두 14일 동안 수중 및 기건양생 과정을 거친 굽기가 필요 없는 벽돌들이다. 일반 벽돌보다 가볍고 섬세한 질감을 가지는 한편 시멘트 사용량이 적고 황산염과 염화물에 강하다. 칸타나 영화 애니메이션 연구소에는 장작으로 구운 은 수제 점토벽돌을 사용했는데, 이번 집에서는 자연적으로 회색을 띠는 벽돌을 사용해 도시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윤: 벽돌 건물은 모르타르의 표면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상이 좌우되기도 한다. 백 오브 더 하우스는 모르타르를 극적으로 돌출해 노출했다.

프렘타다: 지금까지는 벽돌을 흥미로운 패턴으로 나열하는 데 집중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25mm 두께의 모르타르가 벽돌 이에서 돌출해 나오도록 하는 특이한 연출을 선택했다. 이는 크기가 같지 않은 벽돌들을 평평하게 나열하고 벽돌의 흠을 숨겨 조화로운 모습을 만든다. 모르타르를 돌출시키는 기술은 벽 뒤에 숨겨져 보이지 않고 손에 닿지 않던 심미적 요소를 겉으로 끄집어낸다. 이렇듯 백 오브 더 하우스는 폐기된 재료, 드러나지 않은 건축 기술, 잊힌 집 후면처럼 숨겨진 요소들의 가치와 간과된 것들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집이다.

 

윤: 집에 관한 당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인상 깊다. 이 집은 ‘집을 가진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며, ‘집은 끊임없이 다음 작업에 영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신의 집과 작업 그리고 삶의 상관 관계에 대해 듣고 싶다. 

프렘타다: 나는 본카이 지역의 슬럼가에서 태어나 자랐다. 두 귀 중 한쪽은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다른 한쪽은 30%의 청력만 가지고 있다. 그동안 나는 집이라 할 만한 곳에 살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잊지 않기 위해 이 집을 지었다. 내게 집은 성공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한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발전하게 해주는 장소다. 또한 나에게 역경이란 가장 나다운 작업을 만들게 해주는 동력이다. 너무 편안한 것은 나아갈 동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백 오브 더 하우스는 단지 집이 아닌, 우리의 삶 그 자체다.

 

 

 

 

월간 「SPACE(공간)」 668호(2023년 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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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Bangkok Project Studio (Boonserm Premthada)

위치

192-193 Soi Sahamitr, Rimklong Pra Pa Road, Bang

용도

single house

대지면적

308㎡

건축면적

108㎡

연면적

340㎡

규모

3F

주차

2

높이

15m

건폐율

35%

용적률

110%

구조

RC

외부마감

fly ash bricks

내부마감

fly ash bricks

구조설계

Preecha Suvaparbkul

기계설계

Tanate Chaiyapong

전기설계

Arwut Somphong

시공

Bangkok Project Studio

설계기간

2015 – 2016

시공기간

2016 – 2023

공사비

258,000 USD


분섬 프렘타다
분섬 프렘타다는 태국 방콕에서 태어나 성장한 건축가이자 예술가다. 태국의 출라롱콘 대학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03년에 방콕 프로젝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엘리펀트 월드’ 작업으로 2021년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즈에서 수상했고 이외에 로열 아카데미 아키텍처 어워즈(2019), AR 이머징 아키텍처 어워드(2011)를 포함한 수많은 국제 대회에서 수상했다. 한편 로잔 연방공과대학교, 도쿄대학교, 홍콩대학교, 싱가폴 국립대학교, UCL 바틀렛 건축대학교, 컬럼비아 대학교 등 여러 나라의 대학교에서 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