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창고와 그 앞의 배추밭이 있는 한 장의 사진. 육남매가 태어나고 자란 터전을 60년 만에 허물고 새로 짓는 '문막 육남매 집' 프로젝트는 이 사진에서 출발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편안하게 모시고 그 후에 육남매가 그 집을 고향 집처럼 두고 지내고 싶다는 바람에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철거 전 사진
삶의 흔적들을 따라가다
일반적인 땅의 컨텍스트보다 더 중시했던 것은 기존 집의 공간 구조와 삶의 패턴이었다. 새 집을 짓되, 익숙한 새 집이고자 했다. 작은 안마당, 텃밭이 있던 자리, 동네와 소통하는 방법, 담장의 높이 등 무엇을 취하고 버릴지 기존 집의 구성을 면밀히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기존 집은 정면에 일자로 외양간, 그 뒤로 ㄱ자 모양의 안채와 작은 안마당이 배치되어 있었다. 마당과 툇마루로 구성하되, 남향을 막고 있는 외양간 볼륨을 들어내 2층으로 올렸다. 어머님이 휠체어로 집을 한 바퀴 돌거나 동네와 소통할 수 있도록 기존 출입문 위치에 새로운 대문을 설치하고 레벨을 조정하였다. 깊은 처마 아래 큰 툇마루는 북적북적 대화하기 좋으면서도 가만히 앉아 자연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주생활공간과 외양간의 분리
육남매가 수시로 오가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머님이 혼자 거주하는 집이기에 거동이 불편한 어머님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1층을 구성했다. 집의 중심인 어머님 방에 볕이 잘 들게 했고, 방 안에서도 마루와 마당, 나무가 보일 수 있도록 하였다. 거실과 주방을 연결하고, 외부로 바로 연결되는 툇마루를 뒀다.
한편, 자녀들을 위한 별채 공간으로, 평소에는 닫아두고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2층은 기존 외양간 볼륨에 대한 오마주다. 철근콘크리트구조인 1층과 달리, 2층은 목구조로 기존 오래된 옛 집의 정서와 연결했다. 목재 천장을 노출하고 내부 공간 또한 단순한 박공 형식으로 풀었다. 그들이 자라면서 일했던 들판을 조망할 수 있는 거실을 배치하고, 깊은 캐노피를 설치하였다.
익숙한 골강판과 종석마감
도장, 골강판, 종석을 주요 소재로 사용했다. 집성촌인 이 작은 시골 동네에 두 번째로 지어지는 이층집이 자칫 위압적으로 보이거나 거대해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 1, 2층의 볼륨을 구분하고 재료를 달리 적용했다. 또한, 동네에 흔한 익숙한 재료를 새롭게 쓰고자 했다. 소박한 느낌의 모노비트 외단열 시스템을 1층에 사용하고, 2층은 갈바륨 골강판으로 가볍고 반짝이는 느낌을 주었다. 담장은 골강판과 종석마감으로 마무리해 60년 동안 함께한 이웃집들의 담장과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 (글 김길영 / 진행 유진 기자)
희락애안가(喜樂愛安家): 기쁘고 즐겁고 사랑하는 편안한 집
육남매가 붙인 집의 이름이다. 어머님을 위해서 힘 모아 고향 집을 함께 집을 짓는 육남매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기에 이 프로젝트는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은 것을 잘 담아내 긴 세월의 연장선에 있는 집이 되기를, 그 마음이 육남매의 삶 속에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배치도(좌측) / 1, 2층 평면도(우측)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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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씨엘건축사사무소
김길영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대둔리
단독주택
491㎡
118.89㎡
170.54㎡
지상2층
1대
8.05m
24.21%
34.73%
철근콘크리트
모노비트 외단열시시템, 골강판
비닐페인드, 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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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 김호장
2022.01. ~ 202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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