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2월호 (통권 675호)
자연에서 찾은 콘텍스트
곶자왈의 끝, 한라산을 마주하는 자리. 곶자왈이 쭉 이어졌을지도 모르는 이곳에 인공적인 격자 도로가 나며 땅이 구획됐다. 그 덕에 제주에서는 보기 드물게 곶자왈과 한라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지가 만들어졌다. 땅을 감싸고 있던 제주의 숲은 사라졌지만 멀리 보이는 한라산과 곶자왈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도시에 살다 제주에 정착한 클라이언트 부부는 바로 이곳에 주거를 겸한 스테이를 지어 달라고 요청했다. 대개 건축가들은 콘텍스트를 염두에 두고 설계를 시작하지만 이곳은 기댈 만한 콘텍스트가 보이지 않는 (숨겨져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인간이 재단해놓은 땅 위로 새로운 콘텍스트를 독자적으로 만들고자 했다. 대지에 올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제주의 상징적인 자연을 내려다보며, 수평적인 대지 위로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오름처럼 불뚝 솟은 풍경을 상상했다. 프로그램별로 자연을 바라보는 축을 설정해 시각적으로 독립된 개별 공간을 형성하는 것이다.
1층은 전면에 인접한 대지와 주변 건물들의 영향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도록 한라산과 산방산이 이루는 축에 맞춰 배치했다. 건물 중앙을 유연하게 가로지르며 중정을 형성하는 노출콘크리트 담은 2층을 지지하는 구조체인 동시에 좁은 대지에서 스테이와 주거 공간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대지 위에 부유하는 하나의 판은 시각적으로 곶자왈이라는 자연적 요소와 연속된 개념으로 읽히도록 조경을 식재했다. 오름의 형상을 띤 2층 공간은 각각 곶자왈의 형상을 닮은 옥상정원을 가지며, 조경과 제주 돌담으로 공간을 분리했다. 청수곶은 잿빛이지만 공극 사이로 시간마다 다른 빛이 비치며 건물은 다층의 채도를 덧입는다. 콘크리트 표면과 사이 공간은 빛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며, 푸른빛이 감도는 조경의 자연스러운 배경이 된다. 그리고 이 시선의 끝엔 언제나 곶자왈과 오름, 산방산, 한라산이 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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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고영성, 이성범)
백혜민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단독주택(농어촌민박시설)
495m²
197.86m²
183.43m²
지상 3층
2대
10.8m
39.97%
183.43%
철근콘크리트조
종석뜯기, 파벽돌, 노출콘크리트
수성페인트
(주)이든구조컨설턴트
(주)지엠이엠씨
MK종합건설(주)
2021. 8. ~ 2022. 4.
2022. 5. ~ 2023. 7.
화목해 조경(김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