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5월호 (통권 678호)
은퇴와 함께 시골로 이사 가는 부부를 위한 집이다. 우리는 이 집이 새로운 삶으로의 정착을 도와주는 길잡이, 같이 지내면 기분 좋은 친구 같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교적 큰 땅을 사게 되었으나, 부부는 힘닿는 데까지만 밭을 가꿀 것이라고 했다. 두 분이 이 삶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통제된 실내 공간과 그렇지 않은 자연 사이에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중간적인 공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흙 묻은 신발을 벗어두거나, 햇볕에 무언가 말리거나, 의자라도 꺼내두고 시원한 물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 평평한 바닥, 무언가 걸 수 있는 틀, 약간의 차양으로 이루어진 공간. 이런 공간에 확신을 갖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근 농가마다 하나같이 마당을 향해 렉산 캐노피가 달려 있었기에. 흔한 초록색 캐노피. 우리는 우리 버전의 캐노피를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만든 루버-거터는 위치에 따라 한 겹 또는 두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측에 위치한 두 겹의 루버-거터는 거의 모든 빗물을 막아주면서 빛과 바람을 투과시킨다. 캐노피에 흐르는 땟국물을 볼 필요도 없고, 대류가 가로막히지 않아 여름을 보다 쾌적하게 날 수 있다.
가족과 친구가 종종 방문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집은 두 사람을 위한 집이다.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서로가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기를 바랐다. 방들은 구획되어 있지만 벽과 천장이 뚫려 있어 시선이 통하고 소리가 들린다. 재봉틀질을 하면서도 밭을 드나드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TV를 보면서 아내의 기척을 느낄 수 있다.
Detail (louver-gutter)
©Bang Yukyung
대지는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호수, 계단형의 밭, 호수 건너편 마을이 겹쳐 보인다. 매일을 사는 살림집에 전망이 대수겠냐마는 일하다가 잠깐 고개를 들어 마주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풍경이다. 집과 밭을 가꾸려면 제법 고된 일이겠지만, 이 집과 풍경이 함께라면 두 분이 조금이라도 더 편한 마음으로, 건강하고 보람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으리라.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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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 김남(김진휴, 남호진)
조경학, 이유나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 양평리
단독주택
999m²
198.66m²
238.9m²
지상 1층, 지하 1층
3대
6.75m
19.89%
16.88%
철근콘크리트조
목재 사이딩, 호피석, 스테인리스스틸
목재 사이딩, 원목마루
윤구조기술사사무소
서인엠이씨
(주)극동파워테크
무일건설(주)
2021. 10 ~ 2022. 3.
2022. 5. ~ 202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