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5월호 (통권 678호)

©Choi Yongjoon
처음에는 남향집을 설계하려고 했다. 대지의 가장 깊숙한 곳에 건물을 배치하고, 남향에 너른 마당이 펼쳐진 집 말이다. 그런데 전면 도로가 있는 남쪽 맞은편에는 이웃 빌라가 자리하고 있는 반면, 북쪽으로는 지형이 급격히 낮아져서 건물들보다도 높이 자란 소나무의 가지만 보일 뿐이었다. 건물을 남측에 두고 북측으로 마당을 두는 상상을 했다. 주말 오후, 이웃과 눈이 마주칠까 걱정할 필요 없이 햇볕을 머금은 나뭇잎을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축구를 좋아한다는 아이들이 뙤약볕에서 놀기보다는 건물 그림자에서 노는 것이 낫지 않을까. 우리는 의뢰인께 남향집의 뜨거운 햇살 대신 지형이 열어준 전망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물었고, 다행히 마음이 통했다. 이 집의 1층에는 거실과 식당이 통합된 시원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2층은 자녀와 부부가 사용하기 위한 침실과 화장실 등이 배치되었는데, 몇 년 뒤에 아이들이 독립하면 내부를 재구성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대지의 가장 낮은 곳과 닿아 있는 지하 주차장에는 때때로 여섯 대의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도록 대지를 최대한 넓게 활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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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Yongjoon
우리는 충분한 크기의 테두리보를 두르고, 적은 수의 외벽과 엘리베이터 코어로 하중이 전달되는 구조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테두리보는 슬래브의 하중을 수평으로 전달하며, 각 층에 코너로 열린 뷰를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지상층 평면과 지하층 평면의 서로 다른 위치를 중재할 수 있도록 벽과 보를 매달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집의 현재와 미래를 가능케 하는 구조체는 겉으로 드러나 이 집의 외관에 질서를 부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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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 김남(김진휴, 남호진)
이유나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단독주택
585m²
163.09m²
477.74m²
지상 2층, 지하 1층
4대
8.97m
27.88%
45.37%
철근콘크리트조
라임스톤
라임스톤, 페인트, 원목마루, 노출콘크리트
윤구조기술사사무소
서인엠이씨
(주)극동파워테크
무일건설(주)
2021. 1. ~ 5.
2021. 8. ~ 2022. 9.
어나더가든
서울대학교, 한양대학교에 출강했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