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2월호 (통권 675호)
‘뉴홍익: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조성사업 국제지명 설계공모’(이하 뉴홍익 국제지명설계공모)는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의 2만 9,837m2의 부지에 13만 6,197m2의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미래 캠퍼스 마스터플랜이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수립되는 대규모 마스터플랜으로, 현 캠퍼스 면적의 1/3을 이용해 현 시설면적의 1/2에 해당하는 공간을 새롭게 조성하는 계획이다. 2031년 완공 예정이며 예정 공사비는 4,410억 원 규모다. 홍익대학교 앞 거리는 젊음과 인디 문화로 유명한 서울 문화 지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명소이자, 예술인들의 고향과 같은 지역이다. 이 사업은 홍익대학교 앞 거리 문화와 공존하는 홍익대학교의 정체성을 국제적 맥락에서 공간적으로 구체화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OMA의 당선안
지하캠퍼스 구상의 배경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는 2만 2천여 명의 재학생이 26만 9,679m2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용적률이 199.7%로 법정 용적률을 모두 소요하여 더 이상 건축할 수 있는 지상 면적이 없다. 서울캠퍼스 건물의 30%가 지어진 지 50년 이상된 노후 건축물로 리모델링이나 신축 시, 가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상태로, 서울 소재 대학 중 가장 밀도가 높다. 이렇게 좁은 캠퍼스 환경 속에서 공간에 대한 수요는 점점 커지고, 그 대안으로 큰 규모의 지하캠퍼스를 구상한 것이 이 공모의 현실적인 배경이자 출발이다.
서울시는 2023년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대학의 용적률을 현행 대비 1.2배까지 완화해 산학혁신시설, 미래인재 육성시설, 그리고 지역 기여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대학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려는 취지다. 뉴홍익 국제지명설계공모는 이러한 배경으로 서울캠퍼스의 부족한 공간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대학과 도시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고, 자연과 도시의 단절을 공간적 재생을 통해 연결하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대학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홍익대학교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미술과 건축 분야에서 국내외의 수많은 선도적인 예술가와 건축가를 배출해온 교육기관이다. 또한 ‘홍대’로 불리는, 서울의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거대한 지역의 중심 대학이다. 그리하여 홍익대학교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미술관, 박물관, 미술도서관, 공연 공간을 명실상부한 지역문화의 거점이자, 한국 예술의 지속적인 성장판 기능을 하는 새로운 문화 예술 공간으로 기획했다.
이제 대학은 기술적 변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첨단 기술의 변화에 적응하고 발전해야 한다.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공학 연구실 및 첨단 실험 공간은 미래 대학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초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팬데믹 이후 물리적 공간에 대한 인식 또한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학, 예술, 인문 등 학제 간의 경계, 대학과 지역사회 간의 경계, 더 나아가 교육 공간, 문화 공간 및 상업 공간이 서로 경계가 없는, 다양한 전공의 협동과 융합, 교류를 독려하는 캠퍼스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설사 이러한 요구 아래 기획된 프로그램 공간이라 해도 그 성격 또한 항구적일 수 없으며,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융통성을 요구한다. 이는 새로운 시도를 넘어 대학의 의미와 지속적인 기능을 위해 불가피한 고민이며,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또 하나의 배경이다.
OMA의 당선안. 대지 내 각 시설의 레이아웃
국제적인 심사위원과 건축가 초청
이 사업은 2022년 12월 서울시의 대학도시계획 지원 방안의 발표에 발맞추어 시작됐다. 홍익대학교는 2023년 2월 혁신성장캠퍼스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자체적으로 국제공모 추진위원단을 구성해 준비하고 운영해왔다. 건축도시대학 교수인 김수란, 박정환, 맹필수, 마승범, 정윤천, 과학기술대학 교수인 임진우, 이성재가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매주 전문위원회의를 진행했다.
뉴홍익 국제지명설계공모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심사위원단의 구성이다. 현재 대학 캠퍼스가 가진 많은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로 건축 제안을 바라보고 혁신적인 공간 제안을 채택하고자 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대학과 도시, 산업과 예술을 품는 새로운 미래 교육 환경에 대한 제안을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만들기 위한 심사위원단이 필요했다. 2023년 4월 이토 도요(도요 이토 & 어소시에이츠 대표, 심사위원장), 사라 와이팅(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GSD) 학장), 에마뉴엘 크리스트(취리히 공과대학교 교수), 존홍(서울대학교 교수), 강미선(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다니엘 바예(다니엘바예건축 대표), 임채진(홍익대학교 부총장)으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이번 공모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 서로 상이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단일한 건축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다. 대학이 요구하는 프로그램은 미술관, 미술도서관, 미술교육 공간, 공연장, 종합 강의동, 첨단 실험실, 산학협력 메이커스페이스, 상업 공간 등이다. 이 중 많은 공간은 학생뿐 아니라 기업체와 지역주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평생교육과 예술 아카이브, 전시, 공연, 도서관 및 상업 공간의 기능은 교과과정 외의 기능들로, 대학을 도시민에 대한 교육 및 문화 향유 시설로 확장한다. 단일한 건축 공간 내에서 이러한 다양한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은, 이 공간들 사이의 관계와 이에 대한 해법을 우리 대학만의 매트릭스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각 공모자의 창의적인 해법을 공모 과정에서 도출시키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최대한 공간구성에 유동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또 하나는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가 와우산으로부터 도시로 흘러내리는 경사 지형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지형적 특징이다. 대상 부지는 자연과 도시가 연결되는 다양한 방식의 건축적 제안을 기대하게 한다. 지상부의 용적률 완화 면적인 3만 5,000m2의 공간에 대한 형태적 가이드라인 또한 다양한 토폴로지를 제안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 실제로 공모 제출안들의 프로그램 믹스와 전체 공간의 건축적 해결 방법은 모두 상이했다. 형태적, 공간적인 다양성뿐만 아니라, 프로그램들의 관계와 자연과 도시의 연결 방식에서 차별화된 제안들이 제시됐다.
2023년 5월에는 홍익대학교 건축 관련 교수진과 국내외 건축 단체가 추천한 건축사무소 200여 개사에 대한 심사를 거쳐, 21개 사를 선정해 초청장을 발송하고, 이 중 참여 의사를 밝힌 18개 사에 대한 심사를 거쳐 7월 최종 5개 사,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 헤르조그&드 뫼롱, 사나, OMA, 렌조 피아노 빌딩 워크숍을 초청해 공모를 실시했다. 공모 시작 이후 3개월의 설계 기간을 거쳐, 10월 23일 홍익대학교에서 심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심사 당일 5개 사의 발표와 심사, 2차에 걸친 토론을 통해 다수결로 OMA의 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심사평
심사위원들이 제출된 디자인에 대해 발언할 때는, 작품들의 익명성에 대한 권고가 무색할 만큼, 참여 건축가들의 성향과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이번 공모전의 심사위원장인 이토 도요의 총평은 당선작의 특징과 함께, 이번 공모전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있다.
“당선안은 훌륭하고 참신한 제안이다. 다른 제안들이 하나의 중심을 만들고자 했던 데 반해, 당선안은 복수의 축선이 교차하고, 그 사이에 부정형의 중정이 많이 만들어지는, 다른 안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이 있다. 만약 이 제안이 실현된다면 홍익대학교 캠퍼스는 세계의 대학 캠퍼스 가운데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몇 안 되는 대학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수반되겠지만, 꼭 이 훌륭한 안을 실현해주었으면 한다. 이번 공모는 해외 심사위원을 초대하고, 또 세계에서 누구보다 활약하고 있는 훌륭한 건축가 다섯 팀을 모아서 이루어진,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공모였다. 전 세계적으로 이 정도의 공모가 실행된다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며, 또한 1등안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도 대단히 높이 평가한다.”
사라 와이팅 또한 당선안의 독창성과 함께, 교육 기관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본 공모전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당선안의 차별화된 제안은 기존 건물들의 아래에서부터 펼쳐져 기존 캠퍼스를 일관되게 만들고, 이들을 본질적으로 통합하는 무언가를 제공한다. 이 제안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당선안이 건물이자 캠퍼스란 점이다. 홍익대학교의 비전 속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운영하는 것, 즉 하나의 건축물로서 도시적 계획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번 공모전이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하고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디자인 투자라는 점에서 홍익대학교에 감사와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다.”
각 출품안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심사위원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개별 안에 대한 주요 심사 의견을 되도록 중복을 피하며 발췌해 모았다.
OMA의 당선안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