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4년 3월호 (통권 676호)
인터뷰 조슈아 라무스 REX 대표 × 박지윤 기자
박지윤(박): 이 작업은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난 대지에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계획한 마스터플랜의 일환이다. 리베스킨트 마스터플랜에 있는 페렐만 공연예술센터 앳 세계무역센터(PAC NYC)의 역할을 소개해 달라.
조슈아 라무스(라무스): 리베스킨트의 마스터플랜에는 사무실 건물과 공공시설인 대중교통 시설과 예술센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예술센터인 PAC NYC는 마스터플랜 중 주요한 문화시설이자 공공시설로 예술이 가진 회복력을 드러낸다. 음악, 연극, 무용, 오페라, 영화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건물 아래 부대 시설의 조건을 고려해 틀어지고 들어올려진 순수한 형태며 반투명한 대리석으로 마감됐다.
박: 반투명한 대리석 커튼월 파사드는 투명한 유리 커튼월로 계획된 주변 건물과 대비된다. 역사적인 사건을 품은 대지를 어떻게 해석했고 이를 어떻게 건축적으로 풀어냈나?
라무스: PAC NYC의 커튼월은 대리석-유리 외장재 35.7m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단일하고 유연한 커튼이다. 이는 엄격한 열 팽창·수축 기준과 테러와 관계된 안전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투명한 유리로 마감된 주변의 사무실 건물과 다르게 설계된 이유는 마스터플랜의 설계 지침상 티켓 판매, 레스토랑, 바 등 건물 내의 모든 상업적 활동이 9·11 기념비(이하 기념비)에서 보이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반투명한 대리석을 매끈하게 단열 처리한 유리 유닛에 덧씌워 외부 마감을 한 이유 또한 기념비와 관계 있다. 북매칭 기법(데칼코마니 같은 효과를 내는 기법)이 사용된 우아한 석조 조직의 파사드는 낮에는 길 건너 맞은편에 위치한 기념비의 근엄한 분위기와 조응하지만 밤에는 대리석의 물성이 뒤로 물러나고 건물 안의 창의적 에너지가 외부로 은은하게 내비치도록 계획됐다.
박: 낮에는 내부로 노란빛을 들이고, 밤에는 외부로 노란빛을 드러내는 파사드를 구현하기 위해 파사드 컨설턴트 프론트(대표 브루스 니콜) 와 논의한 주요 사항은 무엇이었나?
라무스: 우리는 비용의 효율적인 사용과 기술의 실행 가능성에 집중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파사드는 대리석과 복잡한 커튼월을 사용하는 데 드는 여러 요소들을 최적으로 조절한 매우 치열한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1.5×0.9m 규모의 단열 처리된 대리석-유리 패널들은 대리석 블록을 채석하고, 블록을 슬래브로 만들고, 슬래브를 타일로 자르고, 타일을 미세하게 손질하고, 유리창 사이에 합판하고, 합판을 단열 처리한 유리 유닛들(IGUs)과 합치고, 그리고 이 유리 유닛들을 카세트(구조적 요소, 단열재, 피복재가 결합된 패널)로 제작하여 만든 매우 합리적인 재료다. 하지만 이 크기의 카세트는 운송하고 설치하는 데에는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카세트 네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사무실 커튼월 패널 크기에 주로 사용되는 1.5×3.7m의 메가-패널을 만들어 사용했다.
설계 과정 다이어그램
박: 2004년부터 진행하다가 2013년 중단된 프랭크 게리의 설계안으로 기초가 다져진 상태였다. 2015년 프로젝트를 다시 계획할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
라무스: PAC NYC의 구조는 최소한의 기반을 다져준 게리의 디자인에 부응한 것이다. PAC NYC의 구조는 기차 선로, 지하철 노선,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트럭 운송 노선 등을 포함한 지하 기반시설 네 개를 관통하면서 폭발과 음향에 관한 엄격한 조건에 부합해야 했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고자 지하층에 ‘수퍼 기둥’ 일곱 개를 심어 지지력을 최대한 확보했다. 불규칙하게 떨어져 있는 수퍼 기둥을 시작으로 구조판을 역으로 설계했고 지상층에는 벨트 트러스를 사용해 전체 건물을 하나로 묶었다.
박: 마스터플랜 내에 하역장과 관련한 제약도 있었다고 들었다.
라무스: 마스터플랜 지침상 세계무역센터 내 어떤 건물도 지상에 하역장을 둘 수 없었다. 모든 건물의 하역장은 지하 2층에 있으며, 앞서 언급한 보안이 철저한 트럭 운송 노선 또한 지하 2층에서 연결된다. 마스터플랜에서 이 트럭 운송 노선에 접근하는 지점은 두 곳인데, 하나는 대지의 남쪽에 위치하고 하나는 PAC NYC 아래에 있다. 트럭 운송 노선과 하역장으로 이어지는 두 개층의 나선형 램프가 PAC NYC 지하에 있었기에 로비를 지상에서 6.4m 들어올려 계획했다.
박: 공연을 위한 공간이기에 기차, 지하철로 인한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는 것 또한 중요했을 것이다.
라무스: 앞서 언급한 구조판 위, 그리고 벨트 트러스 안에 유연하게 재구성이 가능한 극장들 세 개가 자리한다. 마치 병 안의 선박처럼, 이 극장들은 ‘상자 안의 상자’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각 극장으로부터, 그리고 건물 외피로부터 약 0.3m 두께의 고밀도 고무 패드로 인해 독립되어 있다. 이 고무 패드는 각 극장에서 동시간대 공연이 가능하도록 하고 아래로 지나가는 기차, 지하철, 운송 트럭으로 인한 저주파 진동으로부터 공간을 보호한다. 내부 방음을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 몇 초 안에 스코어보드 리프트를 통해 천장 안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거대한 음향적 ‘단두대’ 벽 네 개를 사용했다. 슬라이딩 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단두대 벽이 극장 공간을 구분할 경우 극장들은 각각 완전히 격리된다. 135dB의 음량조차 차음되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고, 이는 록 콘서트와 독백 형식의 연극이 서로 차질없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슬라이딩 벽, 나선형 리프트 등을 통해 공간의 비율과 구성을 변형할 수 있다. 좌석 배치는 물론이고 바닥의 높낮이와 기울기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공모 당시 뉴욕시는 어떤 예술 공간을 요청했나?
라무스: 사람들은 보통 예술 공간 그 자체의 성격이 그 안에서 일어나는 공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모른다. 2013년 PAC NYC가 새로이 기획되며 요구됐던 바는 다양한 감독과 아티스트들이 초기에 떠올리는 무한한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색다른 공연 예술 ‘도구’였다. 이를 기반으로 설계된 PAC NYC는 열 가지 비율과 60개가 넘는 무대-관객 구성을 가능하게 하고, 90개에서 950개의 관객석까지 확장할 수 있는 ‘극장 기계’다.
박: REX는 2006년 OMA 뉴욕의 이름을 변경한 사무소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셈인데 작업 방식 등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라무스: 시애틀 중앙도서관(2004) 등 OMA에서의 작업들을 통해 건축이란 단순히 표상적 예술이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들과 공동체에 힘을 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다져왔고, 지금도 이 신념은 유효하다. 그렇기에 REX는 각 건축주의 요구와 각 작업의 제약에 따른 형식과 기능의 융합, 즉 수행력을 강조한다. 관행이나 선입견으로 굳어진 미적 접근이나 결과물을 지양하고, 우리가 고안한 ‘비평적 소박성(critical naiveté)’을 가지고 핵심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해법을 들춰내며 참신하고 영감을 주는 미적 경험을 전달하는, 매우 구체적인 기능을 가진 창의적인 설계를 하고자 노력한다. 이 과정의 기반은 글과 다이어그램으로 내러티브를 구체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편집하는 것이다. 설계와 관련한 문제들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으려면 먼저 매우 명확하게 작업의 내러티브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명확한 내러티브에 도달할 때까지 건축적인 대답을 꾸준히 발전시킨다.
박: 2010년 본지와의 인터뷰(「SPACE(공간)」 506호 참고)에서 “9・11 테러가 뉴욕을 현대적인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기회”로도 작용한다고 언급한 동시에 “뉴욕에 대한 도시적 아이디어가 거의 부재”하다고 우려했다. 14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도시 뉴욕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라무스: 내 걱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2010년 이후 뉴욕의 ‘진화’와 관련한 주요한 작업은 250억 달러를 들이는 허드슨 야드였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의 건축 비평가인 마이클 키멜만은 “본질적으로 이는 뉴욕의 0.1% 상류층을 겨냥해 만들어진 쇼핑몰과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콘도 커뮤니티를 품은 대규모 교외형 오피스 파크다. 이는 도시 디자인이 거의 없다시피 한 2000년대에나 어울릴 법한 시대착오적 유물이며 도시 그리드에 섞여들기를 거부한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몇 가지 긍정적인 움직임은 있었다. 그 움직임은 진보적 도시를 향한 아이디어가 아닌, 단순히 도시를 더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를 가진 유익하고 합리적인 투자였다. 예를 들어 루스벨트 아일랜드의 코넬 대학교 테크 캠퍼스(2017)는 그동안 관심에서 제외됐던 동네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었고, 맨해튼 동쪽에 오래전부터 요구됐던 지하철 노선이 생기면서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그 지역과 도심을 연결해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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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 (Joshua Ramus)
Alysen Hiller Fiore, Maur Dessauvage, Adam Chizma
251 Fulton Street, New York, U.S.
culture and assembly facility
3,600㎡
12,000㎡
42m
0.3%
3.3%
marble, glass
walnut plank
MKA (Jay Taylor), Silman (Nat Oppenheimer)
Sciame Construction (Frank Sciame)
2014 - 2020
2018 - 2023
500 million USD
Front
Jaros Baum & Bol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