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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과 곡선이 그려낸: 심류재

최선용 + 건축사사무소 소월

최선용
사진
김용관(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건축사사무소 소월
진행
유진 기자
background

 

‘심류재(心留齋)’가 위치한 부천시 고강동은 반지하가 있는 붉은 벽돌 마감 단독주택과 노후된 다가구・다세대 빌라가 밀집한 곳으로, 이전에 부천이 갖고 있던 공업 위성도시의 베드타운 성격을 아직 지니고 있다. 김포공항에 근접해 항공소음이 있고, 근린공원과 인접하여 차량과 행인의 통행이 빈번한 곳이다.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건축주 부부에게는 슬하에 남매를 둔 큰딸과 아직 결혼 전인 작은딸이 있다. 이북에서 내려와 정착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부부의 가정은 남들보다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가족의 단합을 중시하는 경향을 지녔다. 대지의 위치와 가족 구성원의 특성을 고려해 건축주는 가족들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할 것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따라서 설계 과정에서 안전과 안정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항목이었고, 도출될 결과물의 최종 목표였다.

 

ⓒ박수환

 

대지면적 167.4㎡(약 50평), 건폐율 60%(약 30평)에 정북사선제한, 건축선이격, 인접대지경계선이격 등을 적용하고 공용면적을 제하면, 전용 면적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면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평면을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공간을 사용하는 구성원의 특성과 요청사항이 다르므로 모든 층의 평면은 다르게 적용하면서 만족스러운 계획이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였다.

 

다가구는 전체 5층에 주택 4세대, 근린생활시설 2개소로 구성되었다. 건축주 부부가 4층 1세대를 사용하고, 결혼한 큰딸 가족 4인이 3층 1세대와 2층의 0.5세대를 복층으로 사용하며, 출가 전의 작은 딸이 2층의 0.5세대를 주거용으로 사용한다. 1층과 5층의 근린생활시설은 각각 딸들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개별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그러나 추후 두 딸의 완전한 분가가 이뤄지면 모든 세대와 시설은 임대할 목적과 계획이 있으므로 필요 설비와 주차 공간을 미리 계획에 반영하였다.

 

ⓒ박수환

 

건축물의 디자인은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목표로 하였다. 직선은 일반적인 가용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는데 적용하고, 부분적으로 사용한 곡선은 직선에 대비되어 공간 전체의 성격과 디자인적 요소가 되도록 했다. 1층의 곡선은 행인의 눈높이에 맞춰 가로와 평행한 직선의 벽이나 기둥 사이에서 곡선의 벽과 기둥이 주는 비교적 편안한 변화와 감성을 느끼도록 했고,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는 건축물의 전체 이미지를 고려했다.

 

5층의 곡선은 가족을 위한 것으로, 행인과 주차 공간으로 인하여 지층에서 누릴 수 없는 외부공간의 혜택을 옥상에서라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곡선의 벽은 가족들이 사용하는 아늑하고 안전한 공간이라는 성격을 강조하면서 비슷한 높이의 인접 건물로부터 시야와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건축주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면서도 뒤처지지도 않는 디자인과 지속가능하고 유지관리에 유리한 건축물을 요청하였다. 건축물 마감의 재료들은 설계자가 의도하는 디자인의 지향점도 반영하지만, 건축주가 건축물을 유지관리하는 데 있어서 용이성 측면 역시 고려해야 했으므로 재료 선정은 당연히 고심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마감의 주재료는 큰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내구성이 좋으며 비교적 단단한 느낌을 주는 석재, 벽돌, 노출콘크리트로 선정하였다. 직선 면에는 경도가 높은 화강석을 세로로 길게 붙여, 일반적으로 시공하는 석재마감 건축물과는 차이를 주면서도 견고하고 단단한 볼륨감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곡선 면에는 벽돌(롱브릭)을 세로로 길게 붙여, 재료 특성상 일부 세그먼트가 있더라도 전체를 볼 때 곡선의 흐름을 반영하면서, 곡선이어도 약하지 않고 단단하게 채워진 밀도감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우수의 영향이 없는 내부와 일부 기둥이나 벽면에는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콘크리트가 갖는 무게감과 앞의 두 재료 간의 색의 조화와 리듬을 나타내는 교두보가 되도록 했다. 

 

ⓒ박수환

 

건축물의 주요 방향이 북향이고 인접 건물들이 가까이 위치하므로, 단열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창의 크기는 최소한의 기능만 충족하도록 하였다. 벽면의 면적을 상대적으로 더 넓게 하여 석재와 벽돌 면이 더 많이 보이도록 함으로써 건축물의 성격을 유하면서도 더 단단하게 보이도록 강조하였다. 

 

자재비 급등과 일부 자재의 파동 등 여느 현장처럼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건축물이 완성되었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글을 작성하면서도 ‘단단함’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처럼 건축주도, 이 집을 짓는 과정도, 완성된 결과물도, 앞으로 만들어갈 이 집에서의 행태도, 견고하고 단단한 인상을 상상했던 모양이다. 작은딸이 지은 심류재(心留齋)라는 이름처럼 가족들의 마음과 추억이 꽃피우고 머무는 집이 되길 소망한다.  

 

 

 

 

(왼쪽) 배치도, (오른쪽) 1층 평면도 

 

 

(왼쪽) 2층, (오른쪽) 3층 평면도 

 

 

(왼쪽) 4층, (오른쪽) 5층 평면도 

 

입면도 

 

 

(왼쪽) 입면도, (오른쪽) 단면도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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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최선용 + 건축사사무소 소월

위치

경기도 부천시 역곡로 489번길 38-21(고강동)

용도

다가구주택, 제1종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67.4㎡

건축면적

98.7㎡

연면적

383.78㎡

규모

지상 5층

건폐율

58.96%

용적률

229.26%

구조

철근콘크리트

시공

(주)경수산업

건축주

김명순

구조감리

(주)케이엔지니어링

감리

창성건축사사무소


최선용
최선용은 이화여자대학교 공과대학에서 건축학을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서 미술학 석사를 마쳤다. 조병수건축연구소에서 ‘화천 이외수 문학관’,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등 다수의 전시관과 단독주택을 담당하며 실무를 익혔으며, 건축사사무소 소월을 개소하면서 ‘연세대학교 윤동주 기념관’, ‘고흥 팔영대교 스마트복합쉼터’ 등 예술적 시각이 접목되는 작업을 위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