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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담, 뜨다: 뜬담

박희도 건축사사무소

글
박희도
사진
김용관
자료제공
박희도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정은 편집장
background

「SPACE(공간)」 2024년 12월호 (통권 685호)

 

 

 

제주를 대표하는 건축적 요소들은 많지만, 특히 지역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단연 제주 돌담이다. 모종의 건축물을 바라볼 적에 그것이 지닌 심미적ㆍ미학적 가치를 죄다 차치하고 바라볼 순 없지만, 결국 건축물이란 사람들의 삶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문화를 담는 그릇이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대지의 경계를 구획하고 공간을 보호하여 사람들의 삶을 지켜온 제주 돌담이야말로 제주 건축의 진정한 상징이자 정체성이지 않을까.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은 아주 단순했는데, ‘돌담을 활용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 또한 앞서 말한 돌담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느끼는 듯했다. 제주 돌담에 대해 클라이언트와 공유한 가치는 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의 의도와 맞물려, 우리는 예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제주 돌담을 구현하고자 했다. ‘뜬담’의 돌담은 기존 돌담처럼 지면에 놓이지 않고, 지면에서 띄워 설치되는 형태로 계획됐다. 공중에 자리 잡은 돌담은 방문자에게 공간의 경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하게 하며, 동시에 시각적ㆍ물리적 개방감을 제공해 경계와 개방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또한 공중에 뜬 돌담이 물리적 무게와 시각적 가벼움 사이의 대비를 형성하며 건축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로 인해 돌담은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인상을 주며, 주변 공간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부유하는 돌담은 경계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개방된 공간을 만들어내는 건축적 장치로 작용한다. 

 

 

 

 

 

구조적 디테일 

뜬 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디테일과 기술적 요소를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제주는 바람이 매우 강한 지역이기 때문에, 돌을 공중에 띄운 상태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돌을 공중에 띄우기 위한 방식으로는 몇 가지 시공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타일 시공 방식처럼 돌의 뒤에 하지(판)를 부착하고 접착제로 고정하는 방법이나, 석재 시공에서 사용하는 브래킷으로 돌을 지지하는 방식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들은 불필요한 시각적 요소를 추가하게 되어 본래 의도했던 디자인을 해칠 뿐만 아니라, 바람과 맞닿는 면적을 크게 만들어 구조적으로도 불합리할 가능성이 있었다. 제주 돌담의 원형을 잘 드러내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돌을 모듈화하여 매다는 방식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13mm STS 전산볼트를 사용해 각 돌을 고정하는 디테일을 만들었다. 돌의 중심부에 구멍을 뚫고, 와셔와 너트를 이용해 전산볼트에 견고하게 고정하면 하나의 독립된 모듈이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모듈들은 24×24m의 철골구조물에 하나씩 매달리게 되며, 이를 위해 철골구조물 상부 플랜지에 250mm 간격으로 14mm 구멍을 뚫었다. 각 구멍에 모듈화된 전산볼트를 끼운 후, 다시 와셔와 너트로 단단히 고정하여 돌이 매달린 모듈이 안전하게 고정되도록 했다. 250mm 간격으로 매달린 모듈 사이의 돌들은 크기가 각기 달라 자연스러운 틈을 만든다. 이러한 틈은 제주 돌담의 원형에 대한 재현이자 강한 제주 바람에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1.5m 그리드 시스템

뜬 담을 비롯한 각 건축 요소들은 1.5m 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배치됐다. 1.5m는 길의 최소 폭으로 설정되었으며, 그리드 하나는 기본적인 이동 동선을 형성하고, 그리드 두 개가 모이면 화장실, 네 개 그리드가 모이면 최소한의 방을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그리드 단위는 공간을 세밀하게 나누고, 다양한 기능을 담아낼 수 있는 기본 단위가 되어 복잡한 공간구성을 용이하게 한다. 또한 법적으로 230m2 이하의 면적이어야 스테이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여섯 개 매스를 이 제한된 면적 안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했다. 1.5m 그리드 시스템은 이러한 면적 제한을 충족시키면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구조와 배치를 단순화해 공사비 절감에도 기여했다. 이 그리드 시스템을 통해 ‘뜬담’의 독립적 영역 안에는 여섯 개 매스, 마당, 골목길, 조경, 돌담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통합된 건축적 구성을 이룬다. 각각의 매스는 스테이로 기능하며,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연결되어 일관된 건축적 서사를 만들어낸다. 또한 그리드 시스템 안에서 각 매스의 배치를 약간씩 어긋나게 조정하여, 매스 사이에서 다양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공간에는 유선형의 골목길과 조경을 배치하여 내부에서는 그리드의 엄격함보다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흐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곶자왈을 품은 조경 

조경은 선흘리 곶자왈 숲을 배경으로, 그 고유한 생태적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곶자왈의 울창한 숲과 다양한 식생이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기에, ‘뜬담’의 조경 설계는 인위적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특히 곶자왈의 층위 구조를 반영해 상층부부터 하층부까지 다양한 식물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자연스러운 숲의 느낌을 살렸다. 북·남 측 진입부에는 금목서를 심어 방문자가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을 강조했으며, ‘골목숲길’은 각 건축물로 이어지는 동선으로 구성하여, 곶자왈을 산책하듯 이동하며 궁금증을 자아내는 경험을 제공했다. 외부 공간은 인접한 자연 지반을 활용해 주변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일부 구간은 귤밭을 조망할 수 있도록 열어, 제주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식재는 일조량에 따라 배치하여, 북동쪽의 그늘진 공간에는 내음성 식물을, 남서쪽의 양지에는 양지식물을 심어 곶자왈 숲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했다. 또한 골목길 상부에 설치된 그레이팅을 통해 자연광이 투과되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연출되도록 했다. 이로 인해 공간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며, 방문객들은 제주의 자연 속에서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를 느낄 수 있다. 

 

 

 

월간 「SPACE(공간)」 685호(2024년 12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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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박희도 건축사사무소(박희도)

설계담당

구본석, 이동찬, 이재희

위치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2561-6

용도

단독주택(농어촌민박)

대지면적

1,476㎡

건축면적

243.68㎡

연면적

224.96㎡

규모

지상 1층(6개 동)

주차

3

높이

6.5m

건폐율

16.51%

용적률

15.2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마감

스터코, 현무암

내부마감

콘크리트, 합판

구조설계

SDM

기계,전기설계

성지 이앤씨

시공

건축주 직영

설계기간

2022. 7. ~ 2023. 2.

시공기간

2023. 6. ~ 2024. 2.

공사비

9억 원

건축주

김규호

조경설계

물소리

토목

제이케이 엔지니어링


박희도
박희도는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했다. 졸업 후 매스스터디스와 이재하 건축사사무소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박희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전시, 시공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장소의 고유한 특성을 건축적 프로그램과 창의적으로 결합하여 독창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공간을 창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