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문화지구-산업도시 접붙이기
멕시코 케레타로(Querétaro)는 16세기 스페인 개척자에 의해 만들어진 식민 거점도시이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민과 개척자가 서로 평화롭게 공존한 다민족 도시이기도 하다. 유리한 입지적 환경을 발판 삼아 크게 성장한 도시는 17~18세기 무렵에 이르러 뉴스페인(New Spain)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가 되었다. 멕시코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이 도시를 휩쓸고 간 후, 케레타로 역사문화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이러한 도시의 역사 위에, ‘또 다른 새로운 케레타로’가 무서운 속도로 접붙이기를 시도한다. 많은 기업과 자본이 모여들며 부를 축척한 도시에서, 쾌적한 인프라와 치안을 갖춘 신도시들의 팽창은 현재진행형이다.

케레타로 역사문화지구의 가로 파사드
고대문명을 제외하고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도시 위로, 엄청난 기세로 확장하고 있는 산업도시의 흔적이 덧대어진다. 이 커다란 도시는 일정 부분 사막 위의 신기루와도 같다. ‘남미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을 자랑하는 백화점 군집은 이제 도시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멕시코로 오갈 때마다, 도시를 둘러싼 새로운 단지가 들어섰고, 새로운 길이 닦였다. 갈급한 듯 보이는 도시의 팽창을 목격하며 아슬아슬한 위화감을 느끼던 순간마다 새로운 도시에서 길을 잃었다. 계획 부지가 위치한 주택단지 또한 신기루일까 싶었다.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때 흙먼지 날리던 휑한 공터는 불과 몇 년 만에 거대한 마을이 되어있었다.
케레타로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구릉 위, 단지의 이름도 언덕(Lomas)이다. 보안상의 이유로 진입하는 모든 차량의 트렁크를 검사하는 삼엄한 경비초소를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1,700세대 대규모 단독주택단지를 마주할 수 있다. 굳이 치환하자면, 서울 근교 신도시에 위치한 단독주택택지의 좌표와도 견주어 볼 만 하지만, 이 도시에는 창문이 아닌 옆집의 지붕을 타고 넘어 오는 도둑이 있다고 했다. 도시의 치안을 걱정하며 담을 세운 안쪽으로 단지의 집들이 블록단위로 묶은 기차처럼 이어진 풍경은 우리에게 조금 생경하다. 밤중에도 산책이 가능할 만큼 안전한 담 안의 집들은 단지의 규정에 의해 배치와 규모, 높이와 색채가 결정된다.
낯선 구조, 익숙한 양식
16세기 스페인 건축 양식으로부터 이어진 도시의 건축은 내향적이다. 우리가 입면을 열어 창을 만든다면, 이곳에서는 평면을 열어 파티오를 만들고 빛과 바람 그리고 가끔 도둑도 받아들인다. 이 주택단지 또한 이러한 맞벽건축을 따르면서, 단지 내 어떠한 필지든 통용되는 몇 종류의 ‘주택 프로토타입’이 생겨났다. 도로에 접한 층에 거실과 주방을 두고 한 구석에 지층까지 열린 작은 파티오를 두며 다른 한 구석에 놓인 계단실을 따라 잘게 쪼개진 내밀한 실들이 적층된다. 실제로 이런 시공사의 모델하우스는 단지 안 곳곳에 자리한 채 지금도 자기복제를 꿈꾸고 있다. 땅의 장소성은 묵과되고, 땅의 도형과 세 자리의 번지수만 남게 된다.
주택단지는 도시의 북쪽 야트막한 언덕에 기대어 있다. 3미터가량의 고저차가 있는 대지는 북으로 도로를 등지고 도시를 향해 흘러내린다. 덕분에 남쪽으로 펼쳐진 도시의 파노라마는, 아랫집의 그림자에 스치듯 가리어 내 집의 2층에 올라서야 비로소 그 전경이 온전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내향적인 집들이 데면데면하게 이웃을 곁눈질하는 와중에, 내 집의 중심 공간은 온전히 도시를 바라보길 바랐다. 집의 중심은 2층으로 올라섰으며, 2층에 머물던 공간은 지층으로 내려앉게 되었다. 골목의 가장 깊은 곳에 광장을 두고 길의 초입에 침실을 둔 셈이니, ‘주택 프로토타입’은 온데간데없다. 공사 중 오가던 사람들이 수상한 집을 보고 수군거렸다.
낯선 집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익숙한 습관이 필요하다. 도시의 기원에 있는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은 작은 식당이건 큰 박물관이건 그 중심에 파티오가 있다. 입구에 들어선 발걸음은 이를 둘러싼 회랑으로 이어지고, 다시 건물의 곳곳으로 연결된다. 이 익숙한 관성을 참조하여 집 한 가운데 아트리움으로 덮인 파티오를 두었다. 현관을 열자마자 정면으로 마주하는 폭넓은 계단은 파티오를 감싸며 퍽 요란하게 2층에 오른다. 다른 한편으로 차폐율을 높인 벽식 기둥들이 열주랑을 이룬다. 얼핏 파티오를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열주는, 사실 복도 뒤의 내밀한 공간을 감싸 안는 것이다. 동선은 의도적으로 매우 소란스럽거나 매우 고요하게 집의 모든 공간에 닿는다.

케레타로 지역 박물관의 파티오
파티오, 아트리움, 파사드
집에는 세 개의 파티오가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면 두 번째 파티오를 마주할 수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파노라마의 한가운데를 잘라내고, 한 면이 오롯하게 도시를 향해 열린 테라스를 끼워 넣었다. 이 공간은 문 없이 순환하는 거실과 주방 사이를 구획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결하기도 한다. 각 실과 이어진 발코니, 루프탑으로 향하는 돌음 계단 까지 이곳을 통한다. 마지막, 집의 세 번째 파티오는 아랫집과의 이격에서 만들어진 여백이다. 유일하게 흙에 맞닿은 정원에는 그저 흔한 몬스테라와 이레카 야자가 자라난다. 대지의 레벨 차 덕분에 이 공간은 자연스럽게 대지의 가장 낮은 곳에 머물게 되고, 덕분에 지하 공간은 정원을 향해 숨을 내쉰다.
집의 중심에 위치한 아트리움은 밤에 열을 머금고 낮에 공기를 순환시키며 집안의 미세 기후를 조절한다. 집의 중정(中庭)이자 일교차의 중정(中正)인 셈이다. 사실 이곳의 기후는 온화하다. 한겨울에도 20도를 넘는 낮 기온에 외투를 벗은 건물의 옷차림이 단출하다. 단열재를 벗어던진 얇은 벽에 회반죽만 바르면 그만이고, 창호의 유리도 홑겹이니 정말 물리적으로 ‘가벼운 경계’다. 하지만 뜻밖에도 여름철 작열하는 태양은 안팎의 ‘무거운 경계’를 만든다. 따가운 햇볕에 몸서리를 치다가도 그늘에 들어서면 퍽 선선한 탓이다. 남측 입면의 커튼월은 뒤로 한 켜 물러나 발코니 위로 음영을 만들고, 천정고가 높은 거실은 차양을 길게 빼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맞벽건축으로 이어진 동네의 집들은 도로에 면한 유일한 파사드를 장식하는 일에 정성을 다한다. 다양한 부조와 색채와 질감으로, 정갈하거나 조악하게 화면을 구성한다. 블록의 모퉁이에 위치한 대지는 도로에서 보이는 입면을 한 개 더 갖는다. 덕분에 면적으로 존재하는 이웃들 사이에서 이 집은 부피로 존재한다. 주변보다 조금 큰 필지에 앉은 커다란 덩어리를 파티오의 생김대로 분절하여 이웃과 스케일을 맞춘다. 한편 도로 면의 하얗고 심플한 박스와는 대조적으로, 집의 내밀한 외부는 멕시코의 돌과 나무로 붉게 물든다. 밖에서 보는 밖은 하얗고, 안에서 보는 밖은 붉다. 테라스와 발코니와 정원은 케레타로 옛 도시의 장밋빛 사암처럼 멕시코의 흙색을 닮아있다.

평면도(상단 좌측부터 차례대로 지하 1층, 지상 1층, 지상 2층)

단면도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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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인
멕시코 케레타로
단독주택
412.48㎡
207.18㎡
593.46㎡
지하1층, 지상1층
4대
9.10m
50.23%
143.88%
철근콘크리트
시멘트 미장 위 도장, 지정 대리석 마감, 지정 타일 마감, 지정 알루미늄 창호
회반죽 미장 위 도장, 지정 타일 마감
아이모 아키텍토스
아이모 아키텍토스
지비 컨스트럭시온
.2019. 10. ~ 202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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