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책방은 마을의 정서와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낸 조용한 작은 책방이다. 이 프로젝트는 평산마을, 통도사 북쪽의 고즈넉한 산자락 아래 자리한 한 농가주택을 재탄생시킨 것이다. 서쪽으로 병풍처럼 둘러싼 오룡산의 품 안에 안겨 있지만, 동쪽으로는 낮게 열려 산과 마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책방으로 변모할 이 농가주택은 마을 중턱에 위치해 있어 산의 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은 단순했다. 기존의 집과 마을의 풍경을 지키면서도 책방이 그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바랐다. 새로이 들어선 공간이 낯설게 자리 잡기보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마을과 어울리기를 원했다.
작업의 시작은 평산마을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통도사와 인접한 이 마을의 주변에까지 작은 암자들이 숨어 있었다. 집터는 위아래로 길게 뻗어 있었고, 오래도록 가꿔진 정원이 그대로 사용할 만큼 잘 다듬어져 있었다. 마을의 중심이면서도 능선에 위치하고 있어서 숨어 있는 듯 내려다보는 작은 암자의 위치 같았다. 그 땅에는 두 개의 건축물이 존재했는데, 하나는 가벼운 구조로 지어진 본채였고, 다른 하나는 흙으로 지어진 다실 형태의 별채였다.

본채는 경량 철골조로 지어진 매우 단순한 사각형 구조였다. 중앙부의 작은 다락이 있었는데, 우리는 이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시작했다. 외부의 벽체와 마감은 최대한 보존하고, 내부에서는 구조를 보강해 다락을 걷어내는 대신 높은 천창을 더했다. 이를 통해 자연광이 공간 깊숙이 스며들도록 유도하면서도 인공조명을 최소화했다. 흙 구조의 별채는 벽과 통나무 지붕을 온전히 보존하고, 테이크아웃 커피숍으로 새롭게 꾸몄다.
새로운 기능을 위한 확장도 신중히 이루어졌다. 평산책방의 사무실과 외부 손님을 위한 화장실은 버려져 있던 두 건물의 사이 공간을 통해 뒤편의 옹벽 사이로 숨겨, 마을의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배치했다. 본채와 별채 사이의 공간은 출입 동선을 나누는 동시에 마당과 커피숍의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로 정리했다.
이곳의 변모는 사적인 공간이 공공의 장소로 조용히 전환되는 과정이었다. 손님들은 책방에서 책을 고르고, 흙집 커피숍에서 커피를 받아 마당으로 나간다. 마당의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동쪽 산자락과 마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정적을 채워준다. 평산책방이 지닌 정서는 통도사와 그 주변 암자에서 느껴지는 차분함과도 닮아 있다. 마을의 일부로 녹아든 책방은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작은 쉼표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구조적인 보강은 기존 집의 틀을 유지하면서 작업을 해야 했기에 아주 섬세하게 이루어졌다. 정사각형의 본채는 철골을 사용해 우물정(井)자 형태로 보강되었고, 노출된 격자 구조는 책방 내부를 단단히 받치면서도 디자인의 한 요소가 되었다. 낮은 천장의 다운라이트는 지양하고, 구조물 자체에 간접조명을 설치해 자작나무 반사면을 활용한 부드러운 빛이 구조 형태를 따라 공간 전체를 밝히도록 구현했다. 결과적으로 작은 공간에 안정감을 더하고 시각적으로 확장된 느낌을 주었다.
또한, 백색 철골 구조는 외부로 연장되어 툇마루와 지붕의 일부가 되었다. 암자 앞의 풍경처럼 이곳에 달린 풍경은 바람에 울리며 은은한 소리를 내고, 밤이 되면 기둥 상단의 조명이 마치 촛불처럼 앞마당을 감싼다.
책방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은 그 자체로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책방 내부에서 바라보는 산자락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봄이면 마당에 피어나는 꽃들이 공간에 생기를 더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이 책방은 마을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몇 개월간 지켜보면서 작은 책방을 사용하는 수많은 사람에 의해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또한 설계자로서의 기쁨이다. 오늘도 몇몇 손님이 마당의 툇마루에 앉아 바람 소리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더디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책의 힘을 믿는 이곳, 평산책방은 마을의 작은 암자처럼 그 자리를 지키며 깊은 울림을 만들어갈 것이다.


배치도

평면도

남측면도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쿠오타디자인건축사사사무소
이용훈, 정진혁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298-3,1
근린생활시설(서점, 휴게음식점)
454.50㎡
142.87㎡
142.87㎡
지상 1층
5m
31.43%
31.43%
철골구조, 흙구조
테라코타 타일
VP, 자작나무
전우구조
코담기술단
2022. 10. ~ 2023. 01.
2023. 01. ~ 2024. 04.
문재인
쿠오타디자인건축사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