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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리듬에 맞춘 건축: 네크리스 빌라

1110 건축사무소

사진
사사쿠라 요헤이
자료제공
1110 건축사무소
진행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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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5년 7월호 (통권 692호) 

 

 

​인터뷰 가와구치 히로토 1110 건축사무소 대표 × 윤예림 기자​

 

윤예림(윤): 아와지섬 해안가에 지은 개와 사람을 위한 숙박시설이다. 건축주는 이곳을 누가 어떻게 쓰길 원했나?

가와구치 히로토(가와구치): 건축주는 반려견 애호가들이 반려견과 함께 안락하고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시간을 함께 보낼 만한 숙소를 구상했다. 편안함과 기능성뿐만 아니라 장소 자체의 독특한 에너지를 반영하는 경험에 주목했다.

 

윤: 최근 아와지섬은 뒤늦은 도시화에 따른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고 들었다. 이와 관련해 어떤 경관적 특징을 갖고 있나? 

가와구치: 이곳은 현재 급속한 관광 사업 개발로 인한 과도기를 겪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가 위치한 섬의 북쪽 지역에는 테마파크와 관련한 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조용했던 시골 마을이 점점 상업화되고 있다. 부지 앞의 해안가 풍경은 아직 건드리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새로운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가 확실하지 않다.

 

 

 

윤: 그러한 상황을 건축가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프로젝트에 접근했나?

가와구치: 아와지섬과 같은 개발 방식은 한편으론 마을에 경제적 기회를 가져다주지만, 섬의 농촌 정체성과 생태적 특성의 섬세한 균형을 깨뜨릴 위험도 지니고 있다. 배타적이거나 무신경한 해결책으로 기존 맥락을 마냥 덮어쓰고 지워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나는 건축이 보존과 변화 사이에 서서 장소의 본질을 미묘하게 유지하며 변화를 완만하게 수용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크리스 빌라는 무분별한 관광 개발의 물결에 대항하는 일종의 건축적 대위법으로 구상됐다. 여러 독립적 멜로디가 하나의 큰 조화를 이루는 음악의 대위법처럼, 우리는 표준화된 관광 모델을 도입하는 대신 섬의 각종 리듬들(지형, 기후, 삶의 템포)을 프로젝트에 덧입히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건축적 제안은 방문객들이 지역의 특성과 현대적 잠재력을 재발견하도록 이끈다.

 

윤: 그 결과 완만한 언덕과 테라스를 껴안은 ㅁ자 형태 평면을 도출했다. 1층 평면은 바닥레벨이 0부터 2.2m까지 점차 높아졌다가 낮아지면서 순환한다. 이러한 높낮이는 기존 땅을 그대로 이용한 것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지형을 조정한 결과인가?

가와구치: 원래 평지였던 부지에 새로운 ‘건축 지형’을 만들었다. 의도적으로 도입한 계단식 지형을 통해 도로변과 거리를 두면서 바다를 향한 시각적 개방감을 조성했다. 명확한 층 구분 없이 모든 공간이 연속되고, 각 실을 분할하는 것은 공간의 단차다. 이는 벽으로 경계를 구분할 필요 없이 사람과 반려견을 공존하게 한다. 이러한 건축적 풍경은 환경적, 프로그램적 요구를 모두 충족해주는 동시에 일련의 공간적 경험을 제공한다. 건물의 볼륨은 지형의 윤곽선과 주변 맥락에 반응하고, 내부 공간은 언덕 위를 완만하게 걷는 것처럼 펼쳐진다. 높은 곳에서는 방문객에게 바다가 완전히 보이는 반면, 강아지의 낮은 시점에서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울타리나 문에 의존하는 대신 건물 자체에 ‘두꺼운 반투명 경계’ 역할을 부여해 별, 석양, 벚꽃, 송전탑 등 일부 장면만을 노출하고 이웃의 원치 않는 시야는 차단하는 등 경관을 스스로 여과하고 프레임화하게 했다.

 

 

 

윤: 외부의 도로와 이웃집은 차단하면서 바다와 하늘은 받아들이고, 내부 공간끼리는 적극적으로 연결하며, 개와 사람의 눈높이를 고려한 개구부의 자세한 전략이 궁금하다.

가와구치: 각 개구부는 높이, 각도 및 배치를 세심하게 고려해 설계됐다. 바다를 향한 개구부는 넓지만 낮은 난간이 반려견의 시야를 차단해 차량이 옆에서 지나가더라도 놀라지 않게 해준다. 높은 창문은 공원의 녹지와 하늘을 담고, 옆집을 향한 개구부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최소화했다. 마당을 향한 슬라이딩 도어가 마치 현관처럼 외부와 소통하게 했다. 이 모든 것은 사람과 반려견의 관점을 고려한 시각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세 조정됐다.

 

윤: 연속적인 공간의 시퀀스를 조정할 때는 무엇을 고려했나? 

가와구치: 사람과 반려견의 동선, 시야, 편안함을 고려해 바닥 높낮이를 부드럽게 조정함으로써 벽 없이 구역을 정의했다. 다양한 바닥 높이 덕분에 반려견은 햇볕이 잘 드는 곳이나 그늘진 곳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휴식을 취하게 된다. 사람에게는 움직임을 장려하면서 반려견에게는 휴식을 제공하는 시퀀스다. 사람에게는 계단일지라도 반려견에게는 벽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각각의 눈높이에 따라 시야를 맞추는 것이 핵심이었다. 서로 간의 이런 차이를 고민하고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윤: 덕분에 재미있는 풍경이 만들어진다. 한쪽 공간에서 바닥인 면이 반대편에서는 책상으로 사용되고, 하나의 탁자가 한쪽에서는 좌식으로 다른 편에서는 입식으로 이용된다. 이처럼 이 건물만의 독특한 디자인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

가와구치: 개와 사람뿐 아니라 주변 환경의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 디자인에 적용했다. 예를 들어, 건물의 외부 색감은 지역 재료들과 은밀하게 조화를 이룬다. 붉은빛을 띠는 갈색 계열 입면은 유약을 입힌 기와, ‘벵가라’라고 하는 일본 전통의 붉은 산화철 안료, 색을 입힌 삼나무 판자, 인근 창고나 자전거 보관소에서 볼 수 있는 아연도금 강철 등을 참조한 것이다. 디자인의 모든 부분이 지속적인 공간적, 문화적 서사에 기여한다.

 

윤: 내부 공간과 중정 사이에는 테라스가 있어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흐린다. 이를 ‘마’/‘아와이’(間, 틈)라 설명했는데, 그 의미가 궁금하다.

가와구치: ‘마’ 또는 ’아와이’는 대비를 중재하는 매개 공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테라스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그늘이 있으면서도 개방돼 있어 일상을 자연으로 확장한다. 일광욕, 식사, 명상 또는 단순한 휴식을 위해 사용될 수 있으며 기능이 규정돼 있지 않다. 빛, 날씨, 시간과 즉흥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수용적이고 유연한 공간이다. 이런 모호한 경계가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윤: 2.2m 바닥레벨을 가지는 1층 부엌 아래에는 별도 입구를 갖는 공간을 배치했다. 주거 공간과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지역 커뮤니티와는 곧바로 연결되는 이 공간의 성격과 역할이 궁금하다. 

가와구치: 작지만 현지 음식 문화에 뿌리를 둔 테이크아웃 전문 음식 판매점으로 계획한 공간이다. 빌라와 동선을 분리함으로써 방문객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부드럽게 열고자 했다. 이 가게는 지역 음식 문화와 빌라의 경험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며, 방문객과 주민 간의 자연스런 교류 기회를 만들어낸다. 공적과 사적, 내부와 외부, 관광과 커뮤니티 사이를 조용히 중재하며, 이러한 다양한 영역을 연결하는 소박한 건축적 제스처다.​ 

 

월간 「SPACE(공간)」 692호(2025년 0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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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구치 히로토
가와구치 히로토는 1985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교토 공예섬유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2009년에 마쳤다. 2018년 1110 건축사무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