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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리듬을 회복하는: 우리가 바라보는 ‘곶’

김오건축사사무소

글
김지희
사진
황효철
자료제공
김오건축사사무소
진행
김혜린 웹에디터
background

 

 

 

곶자왈 주택은 ‘집’이라는 일상의 형태로부터 출발해, 한국의 별서와 제주 곶자왈이라는 장소를 토대로 한 건축적 실험이다. 이 집은 ‘별서(別墅)’의 개념을 현대 거주의 맥락 속에서 재구성하며, 바라봄–거주–공존을 하나의 구조로 엮는다.

 

이 프로젝트는 노부부가 본채와는 다른 리듬의 삶을 위해 의뢰한 두 번째 집으로, 기존의 집과 다른 거주 방식을 제안하고자 했다. 대지는 곶자왈이라는 제주의 독특한 생태 숲에 둘러싸여 있었으나, 그 첫인상은 숲과의 관계가 단절된 배경에 불과했다. 물리적으로 숲은 존재했지만, 대지와는 수직적으로 분리된 듯한 경계를 짓고 있었다. 이에 단절된 경계를 인식의 장치로 전환하여 관계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건축가의 역할을 두고, 물리적 연결을 넘어 거주자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 자체를 설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곶자왈을 마주 보며, ‘안에 있음’의 감각 속에서 거주할 수 있는가? 바라봄의 방식이 거주의 방식이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중심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질문은 한국 전통의 별서 개념과 맞닿는다. 별서는 일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어 사유와 감각의 리듬을 회복하는 공간이다. 그 건축적 형식 중 하나인 누정(樓亭)에서의 조망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특정한 ‘바라봄’의 방식을 갖는다. 이 바라봄은 개방적 구조를 통해 자연과의 경계를 허물고, 몸과 세계가 관계 맺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곶자왈 주택은 이러한 인식의 방식과 공간의 경험을 현대의 환경 속에서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바라봄=거주’라는 관계 구조를 설정함으로써 기능으로서의 집이 아닌 존재의 방식을 드러내는 거주 환경을 제안하는 것과, 숲이라는 환경의 조건을 바탕으로 몸의 지각을 전환시키는 건축적 장치들을 통해 그 관점을 구체화하였다. 

 

 

 

 

 

 

숲의 밀도를 마주하며 속도를 늦추는 접근로와 기단을 오르는 상승의 행위는 첫 번째 인식의 전환을 위한 장치가 된다. 지면에서 살짝 들어 올린 단차는 문턱으로 작동하며, ‘안’으로 진입하는 전의식적 행위를 통해 사방으로 열린 내부 공간임에도 위요감을 갖는다. 외부로 뻗은 곡선형 처마는 내부와 경계를 잇는 장치로 빛과 바람, 습도를 거르며 그 자체로 분위기를 형성한다. 내부의 공기 통로는 숲의 바람을 받아 순환시키고, 곡선의 형태는 곶자왈의 불규칙한 선과 호응한다. 제주의 흐리고 어스름한 빛, 곶자왈의 습윤한 공기는 이 정지된 시선을 둘러싸는 지각적 환경을 구성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몸은 세계와 맞닿고 거주는 하나의 감각적 경험으로 열린다. 

 

 

 

 

 

 

거주자는 숲과의 관계 속에서 건축적 환경을 내면화한다. 여기에서 건축은 삶의 구조를 이루고, 바라봄(seeing)은 머무름(dwelling)으로 전환된다. 곶자왈 주택은 거주를 단순한 점유나 보호의 기능이 아닌, 존재를 구성하는 인식의 행위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 실험은 다음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보는 것은 단순한 보기의 행위가 아니라 거주의 원초적 행위이며, 보는 방식이 곧 거주의 방식을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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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김지희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1,658㎡

건축면적

178.2㎡

연면적

195.21㎡

규모

지상 2층

주차

2대

높이

8.1m

건폐율

10.75%

용적률

11.77%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구조설계

(주)드림구조

기계,전기설계

(주)한성이엔지

시공

(주)지에이유아키팩토리


김지희
김지희는 (주)김오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장소와 거주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건축을 다뤄왔다.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건축학과에서 관련 연구를 수행했으며 (주)JSB 도시환경과 (주)포스코 A&C 에서 실무를 거쳤다.
아산의학관 리노베이션 및 곶자왈주택, Rhythm(音) 등을 작업했으며, 주거 프로젝트로 AIA South Korea Design Awards(2025) · 제주건축문화대상 본상(2025, 2024)을 수상하였다. 건축을 사회적·공동체적 실천으로 확장하는 데 관심을 두며, 이를 지역 담론과 연결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 〈2026 제주체: 김석윤 건축전〉 큐레이터를 맡았으며,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건축가, 제주특별자치도 박물관·미술관 진흥위원회, 지역건설산업발전위원회 등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