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12월호 (통권 697호)


인터뷰 이부 마레이니스, 마티에우 방 베네뎅 마레이니스 아르키테투라 공동대표 × 김보경 기자
김보경(김): “우리는 건축, 자연, 그리고 사람이 함께 공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식은 유기적(organic) 대응이라고 믿는다”는 마레이니스 아르키테투라의 철학은 어떻게 시작됐나?
이부 마레이니스, 마티에우 방 베네뎅(마레이니스, 방 베네뎅): 우리는 단일한 건축양식이 지구상의 다양한 문화와 풍경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 장소는 저마다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고 그에 맞는 고유한 설계가 필요하다. 이런 유기적 반응을 할 수 있도록 우리는 늘 대지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묻는다. 우리가 말하는 대지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자연적, 문화적 현상을 포괄하는 것이다. 질문의 깊이에 상응하는 답을 찾는 것, 이것이 우리의 자세다.
김: 패시브 하우스는 중부 유럽의 냉대기후권에서 시작되었지만, 마레이니스 아르키테투라는 이를 브라질의 기후 조건에 맞추어 적용해왔다. 브라질의 기후에 적합한 패시브 하우스 설계를 위해 어떤 원칙이나 전략을 따르고 있나?
마레이니스, 방 베네뎅: 패시브 하우스라는 용어는 추운 기후 지역에서 유래했다. 한편 이 개념은 에너지 측면에서 자급자족하고, 수자원을 신중하게 사용하고, 또 일부 식량을 스스로 충당한다는 면에서 자유와 독립이라는 이상을 내포하고 있다. 라틴어 ‘passivus’에서 파생한 패시브(passive)는 어원적으로 ‘무엇과 교감하거나 감내하는 능력’을 뜻한다. 라틴어 어원이 시사하듯, 건축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를 감각하고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각 장소마다 서로 다른 반응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브라질의 덥고 습한 기후에서는 그늘진 외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위해 그늘은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하지만 피냥 하우스(2016)가 위치한 캄푸스두조르당 같은 추운 기후에서는 주로 북반구 지역에서 쓰이는 에너지 절약 전략과 같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런 곳에서의 생활 반경은 주로 실내와 외부로부터 차단된 공간으로 제한된다.


김: 브라질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의 첨단 기술 도입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환경이 설계에 어떤 제약이나 도전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마레이니스, 방 베네뎅: 들은 대로다. 기술적 제약이 비교적 느슨한 나라에 건물을 설계할 때 늘 안도감을 느낀다. 첨단 재료와 건축 기법을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브라질에서는 로테크, 단순 기술 해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하이테크 자원 공급이 어렵기에 불가피하게 비교적 간단하고 경제적인 해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유럽인들이 이 땅에 발을 딛기 오래 전에 카마이우라 부족이 이미 개발해놓은 가볍고, 그늘지고, 내수성을 가진 오카(브라질 토착 공동주택)처럼 선조들이 남긴 여러 좋은 사례들도 있기에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 마레이니스 아르키테투라의 철학의 연장선에서 상파울루 내륙의 재조림지에 지속 가능하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주거 공간인 패시브 하우스를 설계했다. 이러한 구상은 어떻게 시작됐나?
마레이니스, 방 베네뎅: 해당 부지는 대부분의 브라질 대서양림 생태계 지역과 마찬가지로 생태적으로 잘못 관리된 과거 농촌 지역의 토지 중 하나다. 주택 건설 초기부터 숲을 다시 복원하기 위해 토종 나무들이 이미 식재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크고 작은 개입은 한때 해안 전역을 뒤덮었던 대서양림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건축주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개념, 즉 자유와 독립성을 요구했다. 그들은 상파울루의 고층 건물에 살고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그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땅과의 직접적 접촉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했다. 주요 건축 재료로 흙 자체를 활용하면 어떨까. 재조림된 주변 토지는 그늘을 제공하고 분주한 대도시에서 찾기 어려운 정신의 요양 및 성찰의 환경을 조성해주리라 기대했다.



김: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자유롭고 건강하게 사는 것을 요구한 만큼 실내외의 연속성에도 중점을 두었다. 실내와 실외, 더 나아가 패시브 하우스와 재조림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어떤 건축적 장치 혹은 조경 디자인 전략을 구상했나?
마레이니스, 방 베네뎅: 전략은 단순하고 재료도 최소로 사용했다. 전반적으로 흙벽돌을 사용했고, 이들은 건설 현장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산됐다. 형태에 관해 말하자면 땅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넓은 곡선만 제외하고 거의 선형적 건축구조라 할 수 있으며, 모든 방은 주변 경관과 시각적,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곡선은 걸음마다 공간의 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공간적 여정을 풍요롭게 한다. 야외 수영장은 실내 연못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집이 어디서 시작되고 정원이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게 해준다. 지상층 외 유일한 구조물로 이중 슬래브 위에 떠 있는 큐브가 있다. 큐브 안에는 부부가 사용할 스위트룸과 사무실이 위치한다. 아직 조성 중인 중앙 정원에 재현된 삼각형 회랑의 개념은 사람의 발걸음을 늦추며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김: 지붕 구조가 아주 인상적이다. 조형적 요소로 부각되는 동시에, 패시브 하우스를 위한 기능적 역할도 수행한다. 지붕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마레이니스, 방 베네뎅: 이 지역의 기후는 대서양림의 전형적인 습한 열대기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맞춰 두 슬래브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하는 이중 지붕을 만들고자 했다. 이는 열기를 크게 줄여 기계식 냉방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한다. 또 상부 슬래브는 주변 산악 지형을 조망하는 개방형 테라스로도 활용된다.


김: 지붕 구조 이외에 이 주거 공간이 지속 가능하고 자급자족하게 만드는 건축적 장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마레이니스, 방 베네뎅: 솔리드 벽돌(속이 꽉 찬 벽돌)은 우수한 단열재다. 주택의 에너지 효율성과 환경적 쾌적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붕뿐만 아니라 모든 벽에 솔리드 벽돌을 사용했다. 비록 이상적인 단열재는 아니지만 사람과 자연 사이에 밀접한 관계를 허용해주는 대형 유리 패널을 거실 공간에 설치했다. 앞서 언급했듯 대지에 식재된 나무들이 이 공간을 그늘지게 해줄 것이다. 태양과 주풍 방향에 따른 배치는 매우 경제적인 로테크 전략이지만 적절한 환기 및 채광을 확보하는 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외에 빗물 수확 시스템, 폐수 처리시설, 태양광발전 설비도 설치했다.
김: 브라질 기후에 적합한 패시브 하우스 원칙에 따라 실내 공간은 어떻게 구성했나?
마레이니스, 방 베네뎅: 집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두 개의 ‘날개부’가 있고, 사적 공간인 스위트룸 세 개가 각 날개부에 배치돼 있다. 집 안의 모든 사적 공간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가렸다. 중앙부에는 공용 공간인 주방, 거실, 반사 연못, 그리고 회랑 정원이 있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미기후에 따라 프로그램을 배치한 것이다. 침실과 같은 사적인 영역은 태양 노출을 피할 수 있도록 배치했고, 거실과 식당, 주방 등 공용부는 정원과 테라스를 향해 열려 있되, 차양과 돌출부를 통해 일사량이 조절되도록 설계했다. 차고, 설비실, 수납공간 등 서비스 영역은 북서쪽에 별개의 매스에 위치한다. 외부 시선으로부터 차폐되면서도 기능적으로 접근이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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