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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지은 누각 같은 집: 자자헌(自自軒)

스페이스매터 건축사사무소

글
전상현
사진
최진보(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스페이스매터 건축사사무소
진행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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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5년 11월호 (통권 696호)

 

 

 

 

 

규암마을

규암마을은 충청남도 부여군을 관통하는 백마강변 마을이다. 과거 이곳은 장터를 찾아 나루터로 배가 드나드는 번성한 마을이었다. 한때 선술집과 극장, 여관 등이 즐비했지만, 1968년 백제교가 놓이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육상교통이 발달하면서 상권은 강 건너 부여읍으로 옮겨갔고, 사람들도 떠났다. 현재 이곳은 한적한 마을이다. 

7, 8년 전부터 공공과 민간 사업자의 마을재생 움직임이 있었다. 민관 모두 ‘공예’를 키워드로 재생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몇 년간 이곳을 오가며 지켜본 바, 재생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듯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을재생에 일조하는 상가주택(주말주택) 건축을 의뢰받았다.

 

 

 

 

 

 

​환대의 단면 그리고 (아직) 잇지 못한 길

건축이 재생에 일조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이곳에서 주목한 것은 길이었다. 대지는 백마강변 둑길(산책길)에 연접한다. 그리고 도로(수북로)를 사이에 두고, 마을 중심부를 순환하는 길과 마주한다. 이 두 길을 대지에서 연결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이가 자연스레 둑길로 올라 백마강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배치의 실마리였다.

건물은 대지가 둑길(백마강)과 도로에 열리도록 동서로 길게 배치했다. 그렇게 비운 대지 남쪽 편은 둑길과 도로 방향으로 열린, 루버 담장으로 감쌌다. 건물은 가로에서 최소의 정면을 취하며, 볕이 잘 드는 대지 한 편을 열린 마당으로 내어준다. 1층 근린생활시설은 마당으로 연장되는 ‘ㄷ’자 콘크리트 단면에 담긴 투명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모서리가 열린 루버 담장(마당)과 함께 도로변에서 환대의 제스처를 취하기 위해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사람들은 열린 마당으로 들어와 강변 산책길로 올라설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길은 잇지 못했다. 두 차례나 심의를 받았음에도, 결국 ‘완장의 벽’을 넘지 못했다. 클라이언트의 몸과 마음이 정착할 즈음 다시 시도해보기로 한다.

 

 

 

 

 

 

고요한 틀

2, 3층은 주말주택이다. 이 공간은 ‘하나의 고요한 틀’로 만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최소한의 벽체(기둥)와 유리만 남기고 부차적 요소는 숨겼다. 방 구획과 문은 사라지게 했고, 창호 프레임도 숨겼다. 또 창턱은 가구로, 가구는 벽체처럼 만들었다. 이 모든 노력은 방과 문이 없는 누각처럼, 관조하기 좋은 틀의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가구로 창턱을 만들고 창호 프레임을 숨긴 건, 단순히 틀로서의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아울러 공간이 깊이를 가진 간결한 프레임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시선이 향하는 공간이 깊은 프레임이 되면, 풍경을 깊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관조의 맛도 깊어질 것이다.

 

 

 

 

 

자연스레 보기

주택에서 외부로 향하는 시선은 거리낌이 없길 바랐다. 그러려면 창턱과 담장 높이가 적절해야 했다. 2층 창턱 높이는 87cm, 루버 담장 높이는 2층 바닥 기준 1.8m로 계획했다. 2층에서 마당 방향으로 향하는 시선은 담장 위 마을 풍경으로, 하늘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3층 창턱 높이(73cm)는 좌식과 입식을 모두 소화할 수 있게 책상 높이로 계획했다. 창턱은 백마강에 면한 테라스로 연장하고, 테라스와 실내 바닥은 레벨을 맞추었다. 이렇게 형성한 단순한 ‘ㄴ’자 단면에, 테라스 난간으로 투명유리를 꽂았다. 좌식과 입식 모두 깊고 간결한 프레임의 공간으로 백마강 풍경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Jeon Sanghyun 

 

 

풍경

마을 풍경은 적절히 중화해서 보기로 한다. 루버 담장은 각도에 따라 그 너머의 모습을 어릿거리게 투과시킨다. 마당의 이팝나무는, 마을 풍경에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저 너머 아파트를, 내부에서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게 한다.

건축은 풍경이 되고자 한다. 멀리 마을 길에서 보면, 루버 담장은 둑길 풍경을 가벼이 투과시킨다. 그리고 조경수는 강변의 녹색을 느슨하게 잇는다. 내외부 마감은 빛과 풍화(혹은 적당한 변형)를 머금는 콘크리트와 목재다. 덕분에 건축은 간결함 속에 다양한 표정(감각적 경험)을 담는다. 이 집은 마을 분위기를 공유하는 풍경으로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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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PACE(공간)」 696호(2025년 11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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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스페이스매터 건축사사무소(전상현)

설계담당

서영화, 윤세희

위치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수북로 44

용도

근린생활시설(1층), 단독주택(2~3층)

대지면적

208㎡

건축면적

83.04㎡

연면적

229.31㎡

규모

지상 3층

주차

1대

높이

10.95m

건폐율

39.92%

용적률

110.2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

외부마감

오쿠메합판,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오쿠메합판, 노출콘크리트

구조설계

델타구조

기계설계

세원엔지니어링(주)

전기설계

(주)정연엔지니어링

시공

리원건축사사무소

설계기간

2022. 6. ~ 2024. 3.

시공기간

2024. 6. ~ 2025. 6.

건축주

이택희, 정연희


전상현
전상현은 2002년 국민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베를린 공과대학교의 어반 매니지먼트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건축사사무소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건설사에서 15년간 근무한 후 2020년 독립했다. 현재 스페이스매터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자 국민대학교 건축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숭인공간(2019)으로 2021년 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고, 한가한 빌딩(2025)으로 2025년 우리 동네 좋은 집 찾기 공모전 좋은 새집 부문에 입선했다. 저서로는 『도시유감』(2015), 『서울, 도시의 품격』(2016), 『셔블 셔울 서울』(202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