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1월호 (통권 698호)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 절단된 반원형 세 개, 그리고 일부는 빈, 일부는 바로크적인 일관된 이중성을 가진 공간.
넓은 경사지에 반원형 건물 세 채가 놓이고, 각각은 지형과 다른 관계를 맺는다. 건물 세 개는 프로그램에 따라 각각 스몰, 미디움, 라지라는 규모로 구분된다. 하나는 개인 주택, 하나는 공유 주택, 마지막은 다양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이벤트 홀이다. 각 반원형의 곡선 벽은 옹벽 역할을 하고, 직선 벽은 풍경을 향한 큰 창이 된다. 세 건물은 의도, 메트릭스, 물질성을 공유하며 동일한 체계로 작동한다. 각 형상은 공공과 사적 영역을 나누는 대각선을 가진다. 이 대각선들은 다른 각도를 갖고 있으며, 선 뒤의 공간은 각각 프랭크 게리, 이토 도요, 알바로 시자가 1976년에 지은 주택 평면을 일부 도려낸 것으로 구현된다. 평면을 구성할 때, 반대편의 큰 빈 공간과 대비되는 복잡하고 바로크적인 공간은 외부로부터 참조된 형식으로 채우는 것이 합당해 보였다. 빌려온 평면들은 복사, 붙여넣기된 후 프로젝트의 재료 팔레트를 따르고, 기존의 체계와 대화하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Lera Samovich
세 건물은 모두 표면으로 조립되며, 이 표면 논리는 각 요소의 명확한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외곽의 곡선 벽은 흰색의 콘크리트, 사선의 절단 면은 거의 검정색에 가까운 짙은 청색 콘크리트, 천장은 노출콘크리트로 남겨진 채 미나세(Minase) 조명들이 만든 촘촘한 그리드로 덮인다. 직선 벽은 유리로 이뤄져 있으며, 기울어진 금속 메시 캐노피가 이를 보호한다. 프로젝트 내 유일한 ‘점’적 요소인 둥근 콘크리트 기둥들은 소중하게 기념된다. 이들은 광활한 풍경과 넉넉한 거실 사이의 문턱을 표시한다. 두꺼운 기둥은 청색 바탕에 흰 가로 줄무늬로 칠해졌고, 이후 창에 반사되어 증식된다.


체계적인 논리는 문, 주방, 흩어진 가구와 같은 작은 요소로도 스며들며, 여기서는 색채 실험으로 이뤄진다. 형광 노란색이 주거에서도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세 건물은 이러한 요소들로 활성화되고 채워진다. 방문자는 아마도 지금 있는 공간이 스몰, 미디움, 라지 중 어느 곳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건물들은 풍경 속으로 사라지듯 숨어 있다. 유일하게 눈에 보이는 것은 창과 밝은 파란색 굴뚝뿐이다. 지형은 주변에서 발견된 화강암으로 구성됐으며, 이러한 돌들은 머무르고, 서고, 모이고, 벗어날 수 있는 장소들을 암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세 건물을 풍경 속으로 사라지게 하기 위해 전체 부지는 파내어졌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