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1월호 (통권 698호)

100년 된 집이 가진 시간성의 터프함
이 집은 100년 전에 만들어졌다. 벽돌을 쌓아 벽을 세우고 목조로 바닥 구조를 짠 뒤,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 슬래브를 만든다. 다시 벽을 쌓고 바닥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해 3개 층을 완성한 다음 목조 지붕을 씌운다. 옥인동의 역사와 함께한 이 집은 그렇게 완성됐다. 서촌에서 무용소라는 작업실 겸 위스키바를 운영하던 건축주 부부가 이 건물을 발견하기까지, 100년 동안 여러 사람이 이곳을 거쳐갔다. 어떤 사람은 기둥을 자르고 벽을 세우고, 어떤 사람은 바닥 난방을 위해 바닥에 콘크리트를 더 부었다. 사람들의 터프한 손길이 닿으면서 바닥이 기울기도 하고, 천장이 쳐지기도 하고, 지붕이 조금 움직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불안정해진 3개 층을 지지하기 위해 건물을 관통하는 긴 지팡이 같은 구조가 필요했다. 그 위로 단열 성능 확보를 위해 작은 캐노피 같은 우산 모양의 구조를 달았다.


외부적 감각의 침입
이 집은 도시의 암벽에 등을 대고 걸쳐 있다. 길이 12m 폭 6m의 가로로 긴 집 한 채가 옹벽에 콱 박혀 있는 상황이다. 그로 인해 1, 2층은 집 안에 무심하게 들어온 암벽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3층 마당은 집보다 높은 석축으로 둘러싸여 있다. 3층은 마을의 골목이 집 영역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고 1, 2층은 자연의 일부가 집 안에 들어와 있다. 밖에 있어야 자연스러운 존재들이 내부로 들어온 까닭에 이 집은 사람이 느끼는 내외부 감각의 체계를 흐트리고 무너뜨린다.
집의 마당으로 들어온 3층의 석축 길은 마을의 길과 이어지고 이 길이 중정과 같은 공간인 ‘이너테라스’로 이어진다. 그 끝에는 마을을 향해 열린 주방 발코니가 있다. 2층은 마을의 계단에서 직접 진입하는 구조다. 내부에는 드러난 암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벽의 발코니와 연속된 평상과 같은 벤치, 수돗가 같은 가구를 두고 이너테라스를 만들었다. 그곳을 중심으로 양쪽에 갤러리와 스튜디오가 마주보며 각각 유리 미닫이문과 커튼으로 나뉠 수 있게 구획했다. 이렇듯 이너테라스는 집과 주변을 직간접적으로 이어주는 존재로서 사용자의 감각이 마을로 확장되게 한다. 집이 기생하고 있는 자연이 만든, ‘마을로 넓어지는 집’이다.
Initial sketch

건축은 내부를 만드는 것인가, 외부를 만드는 것인가
리노베이션을 할 때 ‘우리가 만드는 것이 기존의 환경과 어떻게 겹쳐지는가’에 대해 늘 고민한다. 신축을 위한 건축 계획은 자연스럽게 대지라는 외부 조건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하기에 외부에 ‘건물이라는 내부’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감각이다. 물론 내외부의 감각은 오묘한 것이어서, 이 감각의 무수한 그러데이션 안에서 적정한 방향을 찾게 된다. 하지만 리노베이션을 할 때에는 내부라는 조건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하기 때문에 ‘건물 내부에 어떻게 외부를 만들까’ 고민하게 된다.
100년의 시간을 가진 연와조와 목구조의 건축 안에 새로운 구조로 ‘집 속의 집’을 만들면서 그것을 감싸는 과거의 구조는 ‘외부적’으로, 새로운 구조는 ‘내부적’으로 느껴졌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성이 ‘외부와 내부’라는 공간성으로 치환되는 것을 생각했다. 이 감각을 이용해, 시간성을 집 안의 외부적인 감각과 연결시켰다. 과거의 목구조와 연와조가 현시점에서 불러일으키는 생소함은 ‘집 속의 집’ 바깥에 해당하는 이너테라스를 외향적으로 만들어준다. 3층의 이너테라스는 석축이 있는 마당을 향해 최대한 많은 개구부를 내고, 창을 바닥까지 내리거나 활짝 열리게 하여 두 영역의 관계가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바닥도 벽돌과 같은 톤의 타일로 마감해, 현관, 부엌부터 욕실까지 물 쓰는 공간과 어우러져 집의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외부적인 성격을 강화했다. 거실, 다이닝, 침실은 단차를 높이고 투명한 미닫이 목문을 설치해서 시각적으로는 이어져 있지만 공간의 전환을 일으키고 상대적으로 내향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나아가 우산 구조물로 덮인 거실과 침실은 한 층 더 내밀한 공간이 된다. 다락은 내부와 외부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에 끼어 있는 장소다. 거실이 아닌 이너테라스에서 사다리로 오르게 하여 내외부적 감각이 단면적으로 얽히도록 의도했다. 다락에 오르면 지붕 목구조로 둘러싸인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관찰자 시점으로 집을 바라보게 된다. 마치 100년 전 시공간에 놓인 기분이다. 시공간과 내외부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이 집만의 쾌적함을 생각한다.

리노베이션 이전의 2층 ©o.heje architecture

리노베이션 이전의 3층 ©o.heje architecture
덧붙여진 것들, 사물과 건축의 결합
애드호키즘은 주어진 문제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요소나 자원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해결 방식을 만드는 태도를 의미한다. 애드호키즘적 관점에서 리노베이션을 할 때 입면을 한 겹의 파사드로 디자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는 내외부가 만나는 경계에서 밖으로 삐져나오거나 안으로 쑥 들어가는 존재들이 모여 있는 집합체적 성질을 만들고 싶었다. 캐노피와 난간과 테라스, 내부 벤치라는 건축 요소들이 결합된 개구부 세트, 우체통-간판, 벤치-가로등이 결합된 오브제, 기존 화장실 창문이 치환된 외부 벽등, 보일러실과 대문 세트 등.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사물과 건축이 결합하며 건축의 전체상이 만들어진다. 하나의 언어와 기능으로 설명되기보다 도시와 건축 사이에서 여러 이야기가 건축의 언어로 말을 건네는 것을 생각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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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헤제 건축(이해든, 최재필)
김동경, 이지영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단독주택, 근린생활시설
86.3m²
80.43m²
197.97m²
지상 3층
12m
93.1%
229.3%
연와조, 재래식 목조, 철골조
기존 벽돌 위 금속
수성페인트, 원목마루, 타일
은구조기술사사무소
이각건설
2024. 5. ~ 2025. 2.
2025. 3. ~ 9.
무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