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6년 4월호 (통권 701호)
경영위치 삼부작
“이번 발표로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하는 셈입니다.” 이번 기획을 시작하며 김승회(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대표)가 한 말이다. 건축 잡지에 작업을 발표하는 방식은 스스로 사교적인 성품이 아니라고 말하는 김승회가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삼부작이죠.” 그는 2020년 건축 내외부의 관계를 만드는 경계면인 표면의 깊이에 대해 논했다면(‘표면의 깊이, 공간의 가능성’ 「SPACE(공간)」 632호 참고), 2022년에는 구조와 마감이 하나의 통합된 환경이 되는, 도시와 가로에 반응하는 ‘짓기’, 즉 텍토닉에 대해 이야기했다(‘ ‘짓기’를 짓다’ 「SPACE」 658호 참고).
「SPACE」 4월호 프레임은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이하 경영위치)의 근작 4제―직스테크놀로지 사옥(2024), 더네이쳐홀딩스 사옥(2025), 서귀포 삼다빌딩(2024), 신도리 워케이션 오피스(2024)―를 다룬다. 그렇다면 이 삼부작의 완결편에서 그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서울 강남 이면도로에 위치한 소규모 사옥, 용산의 대로를 마주한 글로벌 브랜드의 사옥, 시청이 자리할 법한 도시 광장에 면한 임대 오피스, 돌고래가 출몰하는 해변에 자리한 워케이션 오피스. 이 네 가지 사례는 규모, 대지의 맥락, 사용자의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오피스’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승회는 ‘상대적으로 건축가의 개입을 적게 요구하는’ 오피스라는 중성적인 공간이, 질서를 구축하고 차이를 생성하는 건축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번 호에서 그는 ‘건축가의 일’이라는 주제를 통해, 건축가가 보편적으로 지켜야 하는 소명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는 내적 질서와 외적 질서를 조율하고, 공간에 기능을 분배하고, 주변과 반응하면서 건축의 포즈(pose)를 만들어내는 일로 구체화된다.
김승회가 소위 삼부작을 통해 말해온 주제는 도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생각해보면, 건물의 짓기는 건축가의 책상 위에서 미리 지어졌던 것이다. 벽돌 쌓기를 그린 단면도, 폼타이 위치가 표시된 입면도, 철골조립이 설명된 접합상세도 등을 통해 집의 짓기는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 대지와 프로그램, 법규와 시공비, 건축가의 아이디어와 같은 비물질적인 것을 벽돌과 콘크리트, 철골을 통해 실재하는 존재로 드러내는 마법.”(‘ ‘짓기’를 짓다’) 잘 알다시피 경영위치의 밀도 높은 도면은 건축가의 생각을 명징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아름답다. 특히 섹션 엑소노메트릭을 확대해 들여다보면, 내부 공간의 구성과 구조의 일치부터 건축에 새겨진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집짓기에 대한 건축가의 사고 과정을 읽어낼 수 있다.
1995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한 김승회는 지난 30년간 150개의 완공작을 세상에 내놓으며, 150번에 걸친 실험을 축적해왔다. 현재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발표에 임한다고 밝혀, 그의 이야기를 지면으로 옮기는 편집진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리하여 김승회의 오랜 벗이자, 비슷한 시기에 교육과 실무를 경험했고, 교육자로서의 고민 역시 공유해온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를 초청했다. 두 사람은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김승회의 작업을 꾸준히 봐왔다는 최문규는 다양한 구조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복합해 사용하고 여러 재료를 조화롭게 결합하며 디테일로 완성도를 높이는 김승회 건축의 특징을 높이 평가한다. 동시에 ‘보이는 텍토닉’에서 ‘보이지 않는 텍토닉’으로의 변화, 고전 건축의 레퍼런스가 보다 선명해지는 지점 등 최근 몇 년간 그에게서 나타나는 변화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작가가 스스로 구축한 자산을 반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새로움을 모색하는 ‘후기의 양식’이라는 관점에서 김승회의 삼부작을 읽어내며, 이를 열린 결말로 이끈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6년 4월호 (통권 701호) 목차
006 EDITORIAL
008 NEWS
018 FRAME
건축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
020 FRAME: ESSAY
건축가의 일_ 김승회
028 FRAME: PROJECT
신도리 워케이션 오피스
034 FRAME: PROJECT
직스테크놀로지 사옥
040 FRAME: PROJECT
더네이쳐홀딩스 사옥
046 FRAME: PROJECT
서귀포 삼다빌딩
052 FRAME: DIALOGUE
후기의 양식에 관하여_ 김승회 × 최문규
064 PROJECT
MN 하우스 - 오르마
074 PROJECT
아트사이트 소제 - 아뗄리에 장 + 태라공간 건축사사무소
084 FOCUS
장베이 신기루 - 버즈 아키텍츠
088 FOCUS
광주무등도서관 리모델링 - 공간의 조립 - 김선형
092 LIFE
움직이고, 진화하는 부드러운 건축: 소프트 팰리스_ 알레산드라 코비니, 지오반니 벨로티 × 김혜린
100 LIFE
생태적 경계로 읽는 아시아 조경: 〈산수 설계자: 기후변화를 맞는 대안적 랜드스케이프_ 김정윤 × 이소운
108 EXHIBITION
이상을 실현한 사회주택: 〈르네 가유스테: 천 한 가지 삶의 방식_ 니콜라 배링턴-리치 × 김보경
116 EXHIBITION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개관: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_ 방유경
122 EXHIBITION
제주를 짓다: 〈제주체-김석윤 건축전〉_ 김혜린
126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도시의 맥락을 탐구하는: 신동우_ 신동우 × 김혜린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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